이치코 (市子, 2023년 12월 8일 일본 개봉)

    모든 것은 살아내기 위해서였다.

     

    이치코 (市子)

    2023년 12월 일본 개봉작

     

    이치코 작품 소개

     

    우리는 변함없는 아침을 맞이한다 (僕たちは変わらない朝を迎える)의 토다 아키히로 감독이 자신이 주재하는 극단 치즈 theater의 창단 공연으로 2015년 상연한 연극 카와베 이치코를 위하여 (川辺市子のために)를 영화화했다. 2015년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재연된 인기 연극이 영화화에 이르렀다.  토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주연으로 스기사키 하나를 맞이했다. 그 밖에 와카바 류야, 모리나가 유우키, 와타나베 다이치, 우노 쇼헤이, 나카무라 유리 등이 이름을 올렸다. 

     

     

    3년간 함께 살고 있던 연인으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은 다음날, 자취를 감춘 카와베 이치코. 애처로울 정도로 가혹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면서도 살아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녀의 장렬한 반생을 제삼자의 시선으로도 그려 자신의 존재와 계속 마주한 여성의 삶을 그렸다.

     

    이치코는 어떤 여성인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서서히 보이는 이치코의 삶에 관객은 어떤 인상을 품게 될까.

     

    |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그녀의 진실 |

     

    연인에게 청혼을 받은 다음날, 갑자기 실종된 이치코. 연인 하세가와가 이치코의 행방을 뒤쫓으며 안타깝게도 충격적인 사실들이 속속 떠오른다. 이치코의 인생을 미치게 한 슬픈 숙명. 이름을 바꾸고 남을 속이며 사회를 피해 도망치듯 살아왔다. 그녀는 왜 이런 삶을 살아야만 했을까? 행복한 삶을 버리면서까지 이치코가 손에 넣으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이치코의 원작 소개

     

     

    2015년 8월 감독 토다 아키히로가 이끄는 극단의 연극 카와베 이치코를 위하여. 전석 예약 발매 시점에 매진되는 인기 연극 작품이었다. 극장의 의뢰, 관객의 뜨거운 요청에 의해 2번 재연되었다. 쓸데없는 장치를 두지 않고, 언어의 힘, 배우의 육체, 조명으로 구분된 공간 구성으로 만들어진 세계는 연극만의 표현임에도 영화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이치코 작품 줄거리

     

    3년간 함께 산 연인 하세가와 (와카바 류야)로부터 청혼을 받은 다음날, 하루만에 이치코(스기사키 하나)는 갑자기 사라진다. 실종신고를 한 하세가와. 그러나 경찰 고토 (우노 쇼헤이)로부터 카와베 이치코라는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는다.

     

    당황한 하세가와는 고토와 함께 이치코의 소꿉친구나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로부터 이치코에 관한 증언을 모은다. 그녀와 관련된 인물들을 통해 서서히 그녀의 삶과 비밀이 밝혀진다. 

     

     

    이치코 등장인물 소개 / 출연 배우

     

     

    카와베 이치코 역 / 스기사키 하나

    연인의 앞에서 갑자기 모습을 감춘 여성. 상상을 초월하는 장렬한 과거가 있다. 

     

    스기사키 하나 코멘트 : 이 역할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지금도 떨립니다. 이치코의 인생에 관련된 작년 여름. 촬영을 함께한 여러분들과 최선을 다할 때까지 심혈을 기울였던 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날들은 맹렬한 통증을 동반하면서 가슴이 타오를 정도로 뜨겁습니다. 당신이나 당신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 영화가 도착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치코의 숨결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세가와 요시노리 역 / 와카바 류야

    이치코와 3년간 함께 살았던 연인

     

    와카바 류야 코멘트 : 이 영화를 경박하게 인간을 카테고리화해서 알고 있다고 안심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가 외롭고, 외로워 미칠 것 같은 외톨이의 누군가에게 닿았으면 합니다. 

     

     

    키타 히데카즈 역 / 모리나가 유우키

    이치코의 고교시절 동창

     

    모리나가 유우키 코멘트 : 정말 이걸로 됐느냐, 다른 방법은 없었느냐 하고 등장인물들에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완성된 작품을 보았습니다. 촬영 중에도 비슷한 자문자답을 반복하여 연기하고 있었지만, 제 본연의 자세에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고이즈미 마사오 역 / 와타나베 다이치

    소셜 워커이자 이치코의 어머니 나츠미의 전 애인

     

    와타나베 다이치 코멘트 : 각본을 받았을 때 그 열량에 놀랐습니다. 읽고 있는 글자조차 무게를 가진 것 같은, 한마디 한마디가 정중하게 적혀 있어서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이 영화에는 인간으로서의 소소한 행복이나 소원을 갖기조차 어려워 어쩔 수 없이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의 모습이 절실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 열량을 꼭 극장에서 봐주세요!

     

     

    고토 슈지 역 / 우노 쇼헤이

    이치코를 수색 중인 형사

     

    우노 쇼헤이 코멘트 : 처음으로 함께 한 토다 감독님의 팀, 와카바 씨와의 공동 출연, 매우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볼 때는 사전 정보가 없는 새하얀 상태로 보고 싶습니다만, 딱 하나만 말하자면, 스기사키 씨가 연기하는 이치코를 보고 인간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카와베 나츠키 역 / 나카무라 유리

    이치코의 어머니

     

    나카무라 유리 코멘트 : 2015년 연극 카와베 이치코를 위하여를 보고 그녀 인생의 복잡함에 똑같이 괴로워하고 안아주고 싶어졌습니다. 토다 감독님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있는 가운데, 이 작품에 대한 뜨거운 생각이 저절로 솟아올랐습니다. 완성된 이치코를 보고 슬픔이나 고독 속에 있다가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사람에게 손을 뻗을 수 있도록 이 영화 안에서 빌었습니다. 

     

     

    요시다 키키 역 / 나카타 세이나

    이치코의 옛 친구

     

    나카타 세이나 코멘트 : 요시다 키키 역을 맡은 나카타 세이나입니다. 키키는 자신의 꿈ㅇ르 가지고 있고, 긍정적이며 이치코에게 희망이 될 만한 여성입니다. 저는 며칠 동안 참여했는데, 하나하나의 장면을 매우 소중하게 촬영하고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작품이 도착하면 좋겠습니다. 

     

     

    키타미 후유코 역 / 이시카와 루카

    실종된 이치코와 접촉하고 있던 여성

     

    이시카와 루카 코멘트 : 후유코라는 역할을 받았을 때 너무 기뻐 앞으로 제가 어떻게 되든 좋으니까 이 후유코만큼은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나 불안정하고 잡을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치코라는 영화는 그런 사람들을 붙잡지 않고 그저 간절히 믿고 그린 토다 감독님의 자세가 그대로 담긴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영화가 도착해야 할 사람에게 닿아서 지금도 분명 강하게 살고 있을 이치코가 조금이나마 구원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합니다. 

     

     

    다나카 소스케 역 / 쿠라 유키

    이치코의 첫 연인

     

    쿠라 유키 코멘트 : 출연이 결정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고 정말 픽션인지 의심할 정도의 파워에 굉장히 압도당했습니다. 이치코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꼭 보세요. 개봉이 기대됩니다. 

     

     

    야마모토 나츠키 역 / 오오우라 치카

    이치코의 소꿉친구

     

    오오우라 치카 코멘트 : 토다 감독님의 대표작이기도 한 연극 카와베 이치코를 위하여가 이치코가 되어 영화가 되었다. 연극판은 이치코에 관련된 사람들이 이치코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구성으로 이치코를 찾고 있었다. 영화 이치코 속에 계속 찾던, 계속 보고 싶었던 아치코가 있었다. 그것만으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이치코가 웃는 것만으로 눈물이 난다. 이렇게 주인공을 껴안고 싶은 영화는 없는 것 같다.

     

     

    토다 아키히로 감독 코멘트

     

    내가 소년기에 살았던 1990년대. 어른이 된 지금을 돌이켜보면 소년 시절에는 깨닫지 못했던 어둠이 가까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은 1명의 여자아이인 카와베 이치코를 그녀와 관련된 사람들의 증언으로부터 그 인생을 떠오르게 했다. 거짓이 많은 세상에서 어느 시대에도 확실한 타인을 찾기는 어렵다. 많은 타인에게서 보이는 인상으로 한 인간을 바라보고, 보이는 것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그것이 현실적인 타인과의 거리이자 접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취한 행동이나 그녀의 처지. 그것을 응시한 이 영화를 보고 이치코를 어떻게 느낄지... 여러가지 감상평을 듣고 싶다. 그리고 논의를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그 중요한 역할을 스기사키 하나 씨에게 맡겼다. 스기사키 씨에게 전하는 것이 나의 소원이었다. 파악하기 어려운 각본 속에 있는 이치코가 스기사키 씨의 압도적인 감성과 에너지에 의해서 가시화, 현재화되어 갔다. 촬영장의 그 흥분을 잊을 수가 없다.

     

    이치코는 우리가 사는 세계에  확실히 살아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확실한 것이 도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치코 결말 (스포주의)

     

    | 이치코를 아는 인물들 |

     

    이 영화는 찌는 듯한 더위 속을 어슬렁어슬렁 걷는 이치코의 뒷모습에서 시작된다. 장면은 바뀌고 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여름, 실내에서 서둘러 준비를 하고 방에서 도망치는 이치코. 이치코와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온 하세가와는 여자친구가 없어져 혼란스럽다. 자취를 감춘 이치코를 찾는 하세가와를 통해 이치코가 어릴 때부터 관련되어 온 인물들의 스토리로 바뀐다. 

     

    이치코의 소꿉친구는 동갑이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어쩐지 2학년 아래의 학년이 되어 있는 것과 주위에서 츠키코라고 불리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 그녀의 초등학교 동창은 이치코의 집에 간변용 오마르가 있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고교 시절 이치코의 남자친구는 동급생 키타 히데카즈(北秀和)와 친하게 지내는 것, 스킨십을 싫어하게 된 것을 이상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치코의 여러 시대의 사건을 거치면서 서서히 이치코의 삶이 밝혀져 간다. 하세가와는 이치코가 뭔가 사건에 휘말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며 고토를 추궁한다. 고토는 이치코가 이혼하고 바로 태어난 아이였기 때문에 호적 없이 살아왔다는 것, 이치코의 여동생 츠키코가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 그 난치병을 앓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음을 알린다. 

     

    호적이 없던 이치코는 초등학교 입학을 경계로 난치병을 앓고 있는 여동생 츠키코 행세를 하며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츠키고로 추정되는 시신이 산에서 막 발견되었다. 

     

     

    | 이야기의 결말, 이치코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

     

    하세가와와 고토는 역시 이치코의 행방을 찾고 있던 키타 히데카즈를 방문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고등학교 시절 이치코와의 사이에 공유하는 죄가 있었던 것이다. 

     

    키타는 이치코가 의붓아버지인 고이즈미 (와타나베 다이치)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아 가위로 살해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었다. 이치코와 함께 고이즈미의 시신 처리까지 했던 것. 그 사건이 있은 후, 이치코는 키타의 앞에서 잠적하여 이치코로 살고 있었다. 키타는 이치코가 호적이 없다는 것, 츠키코와 고이즈미를 죽인 것도 알고 있었다. 이치코에게 평온하게 살아가는 데 방해되는 존재가 되고 있었던 키타. 

     

    이치코는 하세가와의 품에서 사라진 뒤, 키타의 집에 숨었다가 다시 잠적해 벌니다. 이치코의 상태를 신경 쓰는 키타의 곁에 이치코와 마찬가지로 날씬하고 검은 머리의 숏컷 여성이 나타난다. 자살을 도울 수 있는다는 말을 듣고 왔다는 그녀를 만난 키타는 이치코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게 된다. 키타는 이치코에게 호출된 바다로 자살지원자 여성을 데려간다. 

     

    그 무렵, 하세가와는 이치코의 과거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 싶다며 이치코의 어머니 카와베 나츠미를 방문했다. 나츠미로부터 어린 시절의 카와베 집안의 행복한 모습, 츠키코의 간호에 쫓기는 가정의 상황, 이치코가 츠키코에게 손을 대버렸을 무렵의 모습이 밝혀진다. 하세가와는 이치코를 생각하며 눈물 흘린다. 

     

    하세가와가 나츠미를 떠날 무렵, TV에서는 바다에서 두 남녀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를 등지고 어슬렁어슬렁 걷는 이치코의 모습이 비춰지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이치코는 방해가 된 키타도 죽이고, 자살지원자의 호적을 손에 넣고 다음 장소에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

     

    이치코는 자신의 인생을 지키기 위해 여동생 츠키코, 의붓아버지 고이즈미, 고교 동창 키타, 자살지원자 여성을 죽였다. 자신이 살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주위를 휘둘러왔다. 키타에겐 너는 악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만 이치코의 인생이 뒤바뀐 것은 그의 어머니가 무호적을 택해 츠키코인 척하는 것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이 시점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그녀의 삶은 이렇게까지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이치코 자신은 어쩔 수 없었던 선택으로 인해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계속 도망쳐야 했다. 하세가와의 행복한 생활을 포기하고.

     

    이치코에게는 확실히 행복했던 시간도 있었다. 하세가와와 아무것도 아닌 평온한 일상에 사랑스러움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이치코가 어린 츠키코와 함께 가족 4명이 살았을 때의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던 것은, 그 시절이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4명이나 죽인 살인범일지라도 그녀는 그저 평범하고 행복한 일상을 찾았을 뿐이다. 이치코가 어떤 인물이라고 느끼는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치코를 살인을 거듭한 끔찍한 여성이라고 생각할지, 사랑을 찾아 거짓말을 거듭해야 하는 슬픈 처지의 여성이라고 생각할지, 그것은 오직 관객의 몫이다.

     

     

    이치코 볼거리

     

    이 작품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카와베 이치코라는 여성의 진정한 모습을 연인 하세가와가 쫓는 이야기다. 관객은 하세가와의 시점을 통해서 이치코에 대해 알아가는 것을 체험하고, 옆에 있는 인간에 대해 간단하게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느끼게 된다.

     

    같은 단지에서 자란 소꿉친구, 고등학교 동창, 옛 동료, 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천천히 떠오르는 이치코의 인물상. 그 기억도 증언도 어디까지 맞는지 알 수 없다. 수수께끼 풀이처럼 하나의 인물에 다가가는 모습은 쿠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몬(羅生門, 1950)과 같은 구성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지는 이치코의 미스터리한 매력에서는 인간의 밑바닥을 엿볼 수 있다.  

     

     

    가혹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면서 사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치코를 연기하는 배우는 스기사키 하나. 견딜 수 없는 처지에 농락당한 장렬한 반생을 연기를 넘어 엄청난 열량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치코가 3년간 함께 살고 있던 연인 하세가와를 연기한 와카바 류야. 이치코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상이나 과거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스기사키 하나 인터뷰

     

    분명 많은 N차 관람을 낳을 것이메 틀림없다. 23년 12월 8일에 개봉한 영화 이치코는 가혹한 숙명을 짊어진 한 여성의 반생을 다층적 미스터리 터치로 그려내 중량급의 감동과 충격을 안긴다. 이미 스탠다드 풍격을 갖춘 새로운 명작의 탄생이다. 

     

    Q. 토다 아키히로 감독님께서 섭외를 할 때 각본과 함께 친필 편지를 보냈다고 들었다. 

     

    스기사키 : 먼저 손편지를 받은 시점에서 감격해 버렸는데, 그 안에 제 감독 인생에 있어서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만큼 소중한 작품으로 저를 찾아주신다는 것이 정말 고맙고 또 이 영화를 향한 토다 감독의 남다른 에너지를 느꼈다. 

     

     

    Q. 처음부터 감독님의 뜨거운 마음이 전해진다.

     

    스기사키 : 이것은 뭔가 특별한 기회임에 틀림없다는 예감과 함께 각본을 펼쳐 보니 이미 충격을 받았다고 할까... 이치코가 일으키는 행동이나 하는 말, 거기에 찢어지는 듯한 아픔의 촉감이라든가, 생생한 것이 몸에 와닿는 감각이 있었다. 다 읽었을 때 눈물이 멈추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감동이나 동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때가지의 내가 모르는 감정이었다. 적어도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내 눈물의 정체가 궁금했다. 이치코가 혼자서는 어쩔 수 없는 처지에서 필사적으로 평온한 삶을 찾는다는 것은 그 나름의 행복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고, 이치코 안에 박혀 잇는지... 그녀를 내가 연기하는 것으로 몸소 그것을 체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기회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고, 이치코를 알고 싶다는 마음에 눌리듯이 떨리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Q. 이치코는 마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록 같은 감촉이 있는 작품같았다. 하지만 토다 감독님이 원래 연극을 위해 만든 완전 오리지널 픽션이다. 이치코는 가공의 인물인데, 각본을 읽었을 때부터 리얼한 실재감을 느낄 수 있어서 그것을 탐구하는 여행으로서 영화에 임했나?

     

    스기사키 : 확실히 이치코라는 하나의 테마, 혹은 필터를 통한 여행과 같은 체험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재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의 생활과 장소에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벌거벗은 인간과 사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이치코가 스스로의 모습을 찾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배우로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도 이 작품에 뛰어들면 맛보지 못한 경지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었다. 실제 촬영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제가 전혀 몰랐던 세계가 보였던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Q. 이 영화는 중층적인 회상 형식으로 이치코의 반생을 쫓는 구성이다. 이야기 순서로 말하면 우선 2015년 8월 연인 하세가와로부터 청혼을 받은 다음날 이치코는 갑자기 실종된다. 거기서 시간을 되돌려 28년을 살아온 이치코의 장렬한 성장과 복잡한 배경이 서서히 보인다. 

     

    스기사키 : 이번에 너무 고마웠던 것이 토다 감독님께서 이치코의 연표와 영화에는 그려지지 않았던 부분의 대사를 서브 텍스트로서 대본처럼 써 주셨다. 그 덕분에 시대 배경을 포함하여 촬영 장면마다 이치코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점과 점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가 하는 것도 어느 정도 내 안에서 보조선을 긋듯이 반영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결국은 촬영장에서 몸이 반응하는 게 전부라고는 생각했었다.

     

    나에게 이치코는 타인일 뿐이고, 머리로 너무 많이 생각하면 반대로 이치코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미리 이미지를 굳히지는 않았다. 나는 사실, 역할 만들기라는 것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모르겠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이번이라면 칸사이 사투리이기 때문에 평소의 나와는 다른 억양으로 말을 사용해야만 했다. 악기를 연주하는 역할이라든지, 뭔가 구체적인 기술이 필요한 그런 부분의 역할 만들기에 관해서는 지도를 받거나 연습을 반복해서 제대로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감정면에서는 뭔가를 준비해서 현장에 반입하는 것을 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만약 플랜을 세웠다고 해도, 역시 그것은 어디까지나 혼자 씨름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고,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시간이 흐르는지는 현장에 가야 할 수 있다. 그때그때 느낀 것에 몸도 마음도 맡기고 싶다. 이번에는 이치코로서 뭔가가 충만하지 않은 감각을 맛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서 감량을 하거나 노메이크업으로 연기하는 형태로 실천한 것은 몇 가지 있었다. 

     

     

    Q. 충족한 감각이란 것은 영화를 보면 굉장히 납득할 수 있다.

     

    스기사키 : 아마 외부나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면 이치코라는 것은 파악할 수 없고, 모순이 많은 인물로 비치는 것 같다. 그녀의 안에서는 오히려 심플하게 움직인다. 이치코가 요구하는 것은 행복해지고 싶다, 평온한 생활을 하고 싶다, 진짜 그것뿐이다. 그러나 그 보통을 손에 넣을 수가 없다. 토다 감독님과도 이치코가 일으킨 일은 그 이외에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28세까지의 이치코를 연기했다. 연령 설정에 따라 특별히 접근 방식을 바꾼 것은 아니다. 다만 이치코를 둘러싼 환경과 인간관계는 유동적으로 변해 간다. 대치하는 상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반응과 감각도 달라진다. 

     

    이야기의 핵이 되는 고등학교 시절은 역시 이치코가 정신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시기였을 것이다. 반대로 하세가와와 만난 후, 3년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에 휩싸인 시간이었다. 그건 이치코가 어린 시절에 아주 조금 맛본 가족의 행복... 그 원풍경에 닿는 것 같은 그리움과 동시에 이치코가 하세가와의 인품이나 모습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즉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것을 처음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닐까 한다. 

     

    Q. 스기사키 씨는 도쿄 출신인데, 이치코의 칸사이 사투리가 리얼해서 놀랐다. 토다 감독님은 NHK 아침연속극 오쵸양 (2020~2021)에서 스기사키 씨를 보시고, 칸사이 네이티브 역으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스기사키 : 오쵸양은 크랭크인하기까지 1년 정도 걸려서 사투리 지도 선생님이 따라다니며 가르쳐주셨다. 나에게 있어서 만약 오쵸양이 없었다면 이치코와의 만남도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토다 감독님은 그 밖에도 낙원 (2019)이나 저의 출연작을 보고 계셨다. 그때그때 개별적으로 마주한 작품들이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연결되어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Q. 스기사키 씨는  촬영이 끝나고도 그 역할에 끌려다니는 타입인가?

     

    스기사키 : 예전엔 그랬다. 특히 화장실의 피에타 (2015) 때는 강렬하게 끌려 다녔다. 집에 돌아와서도 마이라고 하는 역할의 심정을 씻을 수 없는 것 같은 감각이 남아 있었다. 역할에 홀린 듯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역할을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제 실감으로는 그런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연기하지 않을 때는 오히려 단조로운 상태로 있고 싶다. 사실 이치코라는 역할을 하면서 나의 표현욕이 일제히 벗겨지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서 그냥 몸이 반응해 버리는 순간이 있었다. 그건 배우로서 첫 경험이었다. 역할을 산다는 건 혹시 이런 것인가 했다. 그런데 또 다음날은 이치코의 마음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치코가 내게 다가와 주었다고 느낀 것은 단순한 착각이었을까...라고 혼란스러워할 정도였다. 

     

     

     

    Q. 하세가와 역을 와카바 류야 씨와는 이번으로 오쵸양과 WOW 드라마 시리즈 스기사키 하나의 촬영 휴일 (2023)에 이어 3번째의 공동 출연이 되었다.

     

    스기사키 : 와카바 씨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에서 안도감이 있었다. 오쵸양 때부터 현장에서의 와카바 씨의 본연의 자세에는 마음속 깊이 감명을 받아왔다. 그야말로 자신의 표현 욕구나 득실이 아닌 그저 눈앞의 상대를 위해 거기 있어주시는 분이다. 와카바 씨가 있어주면 분명 모든 게 해결될 것 같다. 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어도 적당히 풀어주어 편안하게 해준다.

     

    이번 현장에서 굉장히 인상에 남는 것이 이치코가 하세가와에게 프로포즈를 받는 장면이다. 이치코의 하세가와를 향한 표정의 가까이를 일련으로 찍은 후, 앵글을 바꾸어 카메라 시선으로 찍었다. 결국 그 컷은 사용되지 않았는데, 그때 내 마음이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방전된 것처럼 멈춰버린 것이다.

     

    비슷한 상황을 지금까지 여러 번 경험한적이있는데, 그럴 때 대부분 주위에 있는 분들은 괜찮아, 몇 번이라도 다시 하자, 잠깐 쉴래?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손을 내밀어 주시는데 와카바 씨는 '정신이 다 나갔네' 라며 깔깔 웃었다. 확실히 그 말대로 매우 한심한 나의 상태를 그대로 긍정해 주신 분은 처음이었다.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솔직하게 파악하고 받아주는 분이 있다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정말 구원을 받았다. 덕분에 그 뒤로는 금세 편안한 마음이 들고 마음이 부활했다. 와카바 씨는 배우 중에서도 편향되어 있고, 상당이 이상한 사람이긴 하지만 역시 배울 것이 많다. 

     

    하나하나의 장면을 담아가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사용해서 팀의 인원도 적었다. 그 타이트함이 장면의 긴장감이나 현장감에 작용한 것 같다. 테이크도 거의 겹치지 않고 가급적 원 테이크로 넣자는 생각도 강했다. 한순간을 담는다는 조용한 기백이 가능한 현장에서 그게 하루하루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무엇보다 연기를 소중히 여겨 주셨고, 나에게는 매우 귀중하고 사치스러운 환경이었다. 

     

    Q.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이치코가 사실은 출생신고가 제출되지 않아 무호적임이 밝혀진다. 게다가 DV, 영 케어러 (간호나 가사를 하청 받고 있는 미성년자, 혹은 하청 받지 않을 수 없는 가정환경) 등 가혹한 상황이 이치코의 인생을 억압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 영화에 담긴 일본 사회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 스기사키 씨 스스로에게 피드백받은 것이 있었나?

     

    스기사키 : 부끄럽지만 법의 함정으로 인해 인권을 가질 수 없는 환경에 몸을 둘 수밖에 없는 분들이 일본에 있는 현실을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았다. 아까 평범함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치코가 필사적으로 희구하는 평범함을 당연하게 누리고 있었던 것. 그러한 무지각의 특권성을 통감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치코와 같은 처지의 사람으로 만났을 때, 사람은 겉에서 그것을 보고 힘들 것 같다거나 불쌍하다거나 자신의 잣대로 제멋대로 상상해 버리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그 사람밖에 모르는 일이다. 그건 이치코를 연기하면서 실감한 것이기도 하다. 그날들을 살면서 아픔이나 괴로움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앞으로도 계속 소중하게 내 안에 각인시키고 싶은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도 확실하다. 

     

    일어난 일에 대해서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내는지는 정말 당사자들만 아는 것 같다. 게다가 우리는 어디까지 다른 사람과 연관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것에 관해서 연기를 마쳤다고 해서 결코 결말이 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미숙한 나에게는 역시 각자에게 평등하게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영화 이치코가 앞으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거나 논란이 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Q. 이 영화는 일종의 루프 구조로 2015년 8월에 시작해 같은 시기에 끝난다. 앞으로 이치코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모른다. 그래도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어딘가 여행을 떠났을 때, 문득 이치코가 지나갈 것 같은 감각이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완성된 이치코를 직접 처음 봤을 때 어땠나?

     

    스기사키 : 늘 그렇지만, 내 모습에 관해서는 좀처럼 객관시할 수 없다. 그래서 이치코가 나오는 장면이라기보다는 이치코를 보고 온 사람들의 모습에 눈길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군상극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등장인물이 많기 때문에 내가 촬영장에 있지 않은 장면이 많이 있었다. 내가 모르는 멋진 순간이나 표정이 보물처럼 빛나고 있다. 월드 프리미어 상영은 한국의 부산국제영화제였다. 2023년 10월 5일, 처음으로 관객과 함께 영화 상영을 봤다. 그다음에 Q&A에서는 대부분의 관객이 남아주셔서 모든 질문을 다 물어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거수를 해주셨다. 열심히 영화를 받아주셨다는 것이 전해져 와서 정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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