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이거 만들어 줘!" "뭐를?" "이거, 이거! 넘나 귀여웡! 나 갖고 싶어영!" 혀짧은 애교가 섞인 목소리를 내지르자, 엄마는 또 어떤 귀여운 걸 봤길래 그렇게 신이 났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옆으로 다가왔다. 태블릿 화면에 비친 화면을 보자마자 엄마도 그 귀여움에 바로 취했다. "엄마, 귀엽지?" "귀엽네." "이거 뜰 수 있어?" "그럼!" "요홋! 아싸! 달걀 담아서 나도 촬영 소품으로 넣어야징!" 그 대화가 끝나고 이틀 뒤,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서 지친 몸을 침대에 뉘이는 순간에 엄마가 이불 위로 무언가를 확 던지며 웃었다. 내 무릎 위의 이불에 내려앉은 그것은 바로 달걀이 쏙 들어간 흰 닭 손뜨개.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완전 귀여워어어어어엉!" 나는 그렇게 한참을 품안..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순간, 집중력은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어디로 꽁꽁 숨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실은 알고 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찾지 않는다. 안 보여서 찾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고 딴짓을 하는 그 순간이 정말 달달하거든. 책을 읽고 있었지만 갑자기 활자들이 춤추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언어적 감각을 익히려고 계속해서 원서와 번역서를 번갈아가며 읽고는 있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정말 언어적 감각이 있는지 어떤지는. 그래도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건 세상에 없다고 했다. 그말 하나 가슴에 묻고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지는 내가 믿는 것은 하나뿐이다. 다른 사람의 달콤한 위로에 기대지 않는다. 기대기만 하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 위를 비집고 올라서서 묵묵히 나의 길을 가야만 한다..
가끔은 그 무엇도 아닌 일에 눈물이 왈칵 터지는 때가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풍경에 괜히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떻게 보면 주책인, 혹은 청승인 그 눈물부림. 그저 바람에 잎사귀들이 눈앞에서 부대꼈을 뿐인데, 문득 서러워지고 마는 것이다. 산다는 것에,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견뎌야 하는 것에. 그 어떤 것들도 위로가 되지 못할 때, 스스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으려면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을 곧은 내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또박또박 반듯한 글씨로 마음 한켠에 새겨보지만, 돌아서면 또 부질없다. 외로움도 괜찮고, 공허함도 괜찮다. 다만 내가 괜찮지 않은 것은 [척] 하는 것이다. 싫지만 싫지 않은 척,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척, 울고 싶지만 그렇지 않은 척, 화가 나지만 아무렇지..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나는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의 가장 기본적인 표현이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나는 당신에게 나의 마음을 말합니다'의 가장 직설적인 표현 후지 카메라 X100T 사진 전송 프로그램 무선으로 핸드폰으로 사진 전송해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한 번에 30장 이상, 2GB 이상의 사진은 전송이 불가능하다. 30장 안쪽이라면 상관없지만 한 번 찍으면 기본 100매, 200매 이상인 나 같은 사람에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님. 후지 카메라 (정품)을 구입한다고 해도 CD에 저장된 프로그램은 오지 않는다. 후지 공식 사이트에서 전용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야 한다. 바로, My FinePix Studio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캡쳐도 하고 보기 좋게 올려야 하겠지만 그런 거 엄청 귀찮고..
| 역사를 태우다 : 까르르, 까르르 2018년 10월 29일 오후 2시. 쾌청.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단풍 보러 가고 싶으면 지금 가고 있으니까 준비하고 있어, 하고 밝은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화를 끊고, 바로 의자에서 엉덩이를 뗐다. 준비하자, 준비. 날이 추울 테니 안에 히트텍을 입어야지, 그리고 기모 레깅스를 입고, 셔츠를 입고, 점프슈트를 입어야지. 다 입고 나니 목 아래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이었다. 잠시 후, 엄마가 나를 보더니 얼어 죽을까 봐 그렇게 껴입었느냐며 웃는다. 엄마 차를 타고 의암 둘레길을 드라이브 코스로 삼아 서면을 끼고 소양강 처녀상이 있는 곳까지 돌았다. 사람이 없어 더 좋은 둘레길. 단풍이 어여뻤다. 그리고 다시 차에 오르..
노승영, 박산호 저 | 세종서적 | 2018년 8월 21일 출간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 에세이 | 332쪽 418g 과학책 번역하는 남자, 스릴러 번역하는 여자의 언어로 세우는 세상 이야기.
*통번역대학원 입시를 위한 공부법. 1. 일본신문 공부하기 ■ 기사와 사설 고르기 ■ 기사와 사설 옮겨 적기 - 꾸준히 천천히, 한 자 한 자 정성껏 노트로 옮기기. - 되도록 모든 공부는 정해진 시간에 매일 빠뜨리지 말고 꾸준히 '10분~30분'이라도 할 것. ■소리 내어 한 문장씩 통째로 외우기 -한 문장을 10번 반복하기 보다, 10문장을 한 번씩 반복하는 게 집중력 향상에 도움.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일본어 공부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문법 등 기본적인 것도 물론 해야겠지만 단어 암기와 해석보다 지칠 때까지 소리 내서 읽을 것.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무턱대고 사전부터 찾지 말고 소리 내어 읽기. -매일 반복이 중요함. ex) 자기 전에 30분. 일어나서 30분. 2. 한자 쓰기..
영국 작가들의 에세이 모음집.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삶의 여러 풍경에 대해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책. 알란 알렉산더 밀른, 로버트 린드, 알프레드 조지 가디너. 생소한 이름이겠지만 동화 "곰돌이 푸의 모험"을 기억하는가? 그 원작자가 바로 알란 알렉산더 밀른이다. 에세이북의 제목은 늘 그러하듯이, 실려 있는 에세이들 중 한 편의 제목이다.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30분. 나중에 사람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오면 잊지 말고 이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스쳐갔다. [결국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뭐든 너무 기대하지 말자." 우리는 늘 뭔가 하나를 믿어버린다. 아니면 다른 또 하나를. 마치 그것이 완벽하게 되는 열쇠 인양. 79p,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30분,..
맥문동 (Broadleaf Liriope, 麥門冬) 전철을 타고 가다가 약속 시간이 조금 남은 것 같아서 무작정 어린이 대공원역에서 하차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가봤던 기억이 남아 있었고, 무료입장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던 곳. 평일 2시-4시 사이에 도착한 어린이 대공원으로 향하는 길. 보라색(연한 자주색) 꽃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로 춤을 추고 있었다. 처음 보는 꽃이었고, 꽃의 이름이 어딘가에 쓰여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단 사진부터 찍고 보았더랬다. 앙증맞은 보라색 꽃잎과 탱글탱글한 초록색 열매의 색의 조화가 가히 환상이라 이름 붙일 정도로 어여뻤다. 약속 시간의 조정으로 어린이 대공원의 입구조차 밟아보지 못하고 다시 전철역으로 돌아와야 했으나, 맥문동을 만나고, 사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
누구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싸우고 있다. 쉼 없이 내달려오다가 갑자기 멈춰 선 시점에는 더더욱 그 불안감에 크게 짓눌리곤 한다.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 나라는 이름표가 달린 쳇바퀴 안에서 뜀박질을 하고 있을 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맹렬하게 돌격해오는 그런 때를 가장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꿈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바치며 내 안의 정열을 미련할 정도로 쏟아부었을 때는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즐거웠고, 마냥 가슴 뛰는 매일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치열한 20대를 보내고 30대가 되었을 땐 조금은 숨 좀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삶에 한발 다가서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젖는 순간도 있었다. 물론 그런 순간..
별로 사진 찍을 게 없어서 공지천 조각공원 한장 찰칵. 이 느티나무는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효자동에 있음. 엄마랑 손잡고 걷다가 나무가 멋있음이 폭발해서 안 찍을 수 없었음. 걷는 코스가 비슷해서 이젠 촬영할 곳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지만, 훤한 달 때문에 내내 신이 나서 걷고 또 걷고, 사진을 찍고 또 찍고를 반복. 아이폰 촬영이라 달이 마음에 썩 들지 않게 찍히긴 하지만, 폰카로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함. 의암공원 의암공원은 매번 무심코 지나치기만 했는데, 오늘 보니까 의암공원의 밤이 꽤 운치가 있구려. 달이 막 구름속으로 숨고. 분명 달인데, 이 훤한 촬영은 무엇이란 말인가. 다시 보는 춘천대교와 봉의산. 밤마다 다른 구름 구경도 또 다른 재미.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삼천동..
엉겅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아마도 엉겅퀴 중에 지느러미엉겅퀴인 듯. 사실 엉겅퀴와 지느러미엉겅퀴가 비슷하기 때문에 장담할 순 없지만, 사진을 대조해본 결과, 지느러미엉겅퀴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엉겅퀴는 "피를 엉기게 한다."는 효능이 있어서 이름이 엉겅퀴가 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지혈에 좋은 식물이라고. 줄기에 있는 가시에 찔려 침략 무리(해적?)에게서 승리를 거두게 해 준 일등공신으로, 스코틀랜드의 국화라고 하는 글을 봤는데, 아직까지는 엉겅퀴 군락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 보면 보라색 물결이 매우 아름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