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를 태우다 : 까르르, 까르르 2018년 10월 29일 오후 2시. 쾌청.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단풍 보러 가고 싶으면 지금 가고 있으니까 준비하고 있어, 하고 밝은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화를 끊고, 바로 의자에서 엉덩이를 뗐다. 준비하자, 준비. 날이 추울 테니 안에 히트텍을 입어야지, 그리고 기모 레깅스를 입고, 셔츠를 입고, 점프슈트를 입어야지. 다 입고 나니 목 아래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이었다. 잠시 후, 엄마가 나를 보더니 얼어 죽을까 봐 그렇게 껴입었느냐며 웃는다. 엄마 차를 타고 의암 둘레길을 드라이브 코스로 삼아 서면을 끼고 소양강 처녀상이 있는 곳까지 돌았다. 사람이 없어 더 좋은 둘레길. 단풍이 어여뻤다. 그리고 다시 차에 오르..
누구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싸우고 있다. 쉼 없이 내달려오다가 갑자기 멈춰 선 시점에는 더더욱 그 불안감에 크게 짓눌리곤 한다.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 나라는 이름표가 달린 쳇바퀴 안에서 뜀박질을 하고 있을 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맹렬하게 돌격해오는 그런 때를 가장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꿈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바치며 내 안의 정열을 미련할 정도로 쏟아부었을 때는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즐거웠고, 마냥 가슴 뛰는 매일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치열한 20대를 보내고 30대가 되었을 땐 조금은 숨 좀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삶에 한발 다가서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젖는 순간도 있었다. 물론 그런 순간..
고요한 새벽, 와락 하고 제게 달려든 감정이 정확히 무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일종의 불안 같은 것이겠지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려왔습니다. 멋모를 시절엔 그저 꿈 하나만 믿고 질주하기 바빴지요. 맨발로 뛰고 또 뛰다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펑펑 눈물을 쏟던 때도 많았습니다. 세상살이 대강 뭔지 알겠다 싶은 지금이나, 뜨거운 청춘의 시절이나 제 어깨는 늘 불안에 짓눌려 있네요. 왜 제게 이 정도면 되었다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하시고, 다가올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잠을 쫓아내게 만드셨나요. 그러한 불안을 저의 연료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는 깊은 뜻이었습니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잘못된 길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에 베갯잇을 적시는 ..
바쁘지만 조금은 혼란스러운 나날들이었다. 삶이란 건, 일상이란 건 언제나 선물처럼 느껴지다가도 때론 가혹한 형벌처럼 느껴진다. 형벌의 쳇바퀴를 열심히 두발로 굴려가며 두 달을 보냈다. 살아있다. 살고 있다. 살아가고 있다. 지독한 외로움은 저만치 떨어져 나가고, 누적된 피로와 함께 잠이 쏟아지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는 중이다. 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해 나가고 있고, 하기 싫은 것들을 발끝으로 툭툭 밀어 한쪽에 쌓아두고 있다. 마음 한켠에서 불편의 시위를 하고 있는 '놀고 싶은 욕망'을 잠재우는 것은 역시 '현실'. 현실에 순응해가며,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것들이 조금씩 손아귀 사이로 새어나간다. 움켜쥘수록 마찰력으로 흩뿌려지고 마는 모래알처럼. 숨 쉬고 살아가는 데 부족한 것이 없다. 그것..
엄마가 선물로 떠줬다. 너무 사랑스럽다. 엄마도, 작은 손뜨개 인형도 그저 미루기 급급했던 것들 하나하나. 그런 것들을 하나씩 손에 쥐고 털어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 깨어난다. 그 감각을 소중히 여겨 마음을 새로이 다잡아본다. 나의 오늘을 소중히, 나의 오늘을 조금 더 정돈되게 보내자.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도 '마음'을 담으면 또 다른 세계의 문이 덜컹 열릴 때가 있다. 빼꼼, 문 안 쪽을 들여다 본다. 환한 무언가가 있다. 당장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언정, 눈앞이 밝다. 그 밝음으로 한걸음 나아가며,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시작하면 끝을 본다. 온갖 변명을 늘어놓으며 도중에 멈춘 일들을 자기합리화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해낼 수 있는데, 장애..
2021년 8월 4일 일요일 오전 10시 29분. 작열하는 태양, 후끈한 공기, 송골송골 맺히는 땀과의 전쟁과 함께 한 일요일 오전. 숨은 턱턱 막히지만 정신은 왜인지 모르게 맑고 또렷하다. 바삐 지내는 하루하루 속에 깃들어 있는 소중함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면서 오늘 하루도 그렇게 시작했다. 짬은 스스로 만들어 내면 되는데, 밀린 빨래 뭉치처럼 자꾸만 한곳으로 치워두고 먹고사는 일에 집중하느라 늘 열을 올리던 것들이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통장 잔고의 숫자는 불어났고, 그 숫자를 어떤 행복한 마음으로 줄일지 고민하다 어젯밤에 잠이 들었다. 올해는 짧게 1박 2일이라도 여행을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여행은커녕, 사무실에만 틀어박혀서 자판과의 혈투에 기진맥진. 모두가 그렇게..
좋은 아침입니다, 라는 말 한마디로 '그저 그런 아침'이 '좋은 아침'으로 변화된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고 제일 처음 만나는 이에게 가볍게 미소지으며 '좋은 아침!'이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일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처럼, 작은 것 하나부터 마음을 바꾸고 행하다 보면 반드시 무언가 변화될 것이다. 엄마가 만든 떡 찧는 토끼. 엄마의 손뜨개 동물이 계속해서 늘어가다가 지금은 멈춤 상태. 아마도 이제는 손뜨개 인형을 열심히 만들어도 집안에 더 이상 놓을 곳이 없기 때문에 손을 놓은 듯하다. | 덧붙이는 글과 사진들 우연이 행복해지다, 춘천 중앙시장 지하상가에서. 2018년 CGV에서. 이모가 만들어 준 스마일 오므라이스. 엄마가 만들어 준 우동. 보라색과 ..
말이 처음 트였을 때부터 나는 아마 '엄마'를 마르고 닳도록 불렀을 것이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던 모든 일들이 닥쳐올 때, 부르기만 하면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준 나의 슈퍼 영웅, 엄마. 그럴 때마다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 척척 모든 것을 해줬다. 이제는 반대로 엄마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때가 왔다. 세상은 계속해서 빠르게 변하고, 휴대폰으로 영화 예매를 하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아 엄마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겨울왕국 더빙판 영화를 보려 하는데 모바일 예약이 잘 안 된다고, 지금 일이 바쁘냐면서. 바쁘지 않은 딸은 뚝딱,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예약을 끝냈다.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또 한번 든다. 그 옛날 엄마랑 영화 보려면 극장에 가서 현금을 내고, 티켓 2장을 받아 들었더랬지. ..
| 2010년의 어느 날. 별생각 없이 길을 걷다 보니, 그냥 스쳐가기 힘든 풍경을 만났다. 괜스레 그 풍경 속에서 머물러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들고, 그와 동시에 조금은 거리를 둔 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꾸만 눈길과 발길, 마음까지 멈칫멈칫하게 하는 풍경. 분명 매일 지나치는 길이었는데, 어째서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을까. 꼬박꼬박 몇 년을 매일 2번씩 오갔건만. 기억에 남지 않았던 건 나의 일상 쳇바퀴가 한쪽 방향으로 쉼 없이 돌기만 해서였을까,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봐서였을까. 어딘가로 가기 위해 그저 발걸음만 재촉하면서 놓친 풍경이 이렇게 예쁘게 보일 줄이야. 나는 왜 인생을 전력질주했을까. 왜 인생을 '긴 산책'처럼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바보처럼. ..
어쩐지 감당하기 벅찬 하루를 보냈다면, 잠깐 숨을 돌리는 차원에서 아주 잠깐 여러 생각으로 가득한 머릿속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듯 기분전환에 도움이 될만한 무언가를 해보는 건 어떨까? 주어진 시간이 단 몇 분일지라도 그 짧은 순간에 가장 좋아하는 음료수를 사서 마신다거나,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용건 없는 전화를 건다거나... 아무런 목적 없이 무언가를,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해 보기. | 서점에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보고 최애 떡볶이를 먹으면서 찰칵.
1. 22년 5월 22일~29일 춘천마임축제 2. 모두의 살롱_후평동 후석로 379-14 (일요일, 월요일, 공휴일 휴무) 3. 담작은도서관_효자동 골목길 어린이도서관 (월요일 휴관, 효자문길 7번길 10) 4. 레고랜드_5월 5일 개장 5. 삼악산 케이블카 _ 방문 완료 / 기록 전 6. 국립춘천숲체원 _ 장본2길 331 7. 샘밭장터 _ 율문리 935-40 8. 소양강댐 ・ 수몰전시관 _ 신샘밭로 1128 9. 천전리 지석묘군 _ 천전리 685-7 10. 마적산 11. 용머리 바위 부근의 습곡 12. 강촌 로즈랑스 13. 소설 아베의 가족 배경지 _ 사북면 안람리 일원 14. 소설 장외인간 배경지 _ 서면 신매리 일원 (위도) 15. 소설 수 배경지 _ 아침못길 230-24(아침못) 16. 소설 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