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사진을 찍는 즐거움, 그동안의 기록.

    2015년 겨울의 어느날. 이때는 망원을 챙겨가지 않은 밤이어서 아쉬운대로 멀리서 찍음.

    글의 기록 : 2017년 3월의 어느날.

     

    무엇이 최선인지 알 수 없는 시간들이 계속해서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떠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최선'의 최전방선에 나와 홀로 두려움으로 발발 떨고 있는 나약한 생명체일 뿐. 누구에게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발버둥 쳤던 것도 결국은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꿈을 꾸는 동안은 특별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현실로 돌아오지 않아도 될 구실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결국은 꿈을 꾸게 하는 엔진이 고장 났을 때, 사실 나는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다만 모든 것이 정지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이 의미를 잃은 채로 내 주변을 떠다니는 것을 바라보면서 울고 또 울었다.

    알고 있었다.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야 한다고. 눈물은 그치고 묵묵히 다시 내일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한 번 고장 나기 시작하면 망치질 몇 번에 뚝딱 고쳐지는 물건들과는 달라서 짧게 걸릴 일이 길게 걸리기도 하고, 길게 걸릴 일이 짧게 걸리기도 하는 법이다.

    나는 조금 무섭다. 내 존재에 가치 없음이란 나무팻말을 쿡 하고 찔러버릴 것만 같아서 오늘도 두렵다. 정말 무얼 위해 사나 싶은 밤이로구나.

     

     

    글의 기록 ㅣ 2018년 9월 1일

     

    서울에서 춘천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달을 우연히 발견했다. 주차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찍을까말까 고민했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래전 모 스튜디오에서 신입 포토그래퍼로 활동할 때 사수가 말했었다. 찍을까말까 고민하는 순간에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렌즈를 물리라고. 그래서 엄마를 집에 먼저 보내고 아파트 주자창에서 홀로 5분간 달 사진을 찍었다.

    역시 시작이 반이다.

    무슨 일이든 간에, 되겠어? 하는 의심을 품을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해선 안 된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조금은 무모하게 느껴지더라도 일단 덤비고 보는 쪽이 후회를 한다고 해도 그 가치는 전혀 다른 것이기에.

    그래서 나는 오늘 아주 오랜만에 달을 하늘에서 건졌다. 9월의 목표는 15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달을 찍는 것. 날씨가 부다 나를 허락해줬으면 좋겠다.

     

    사진 : 2018년 9월 22일

     

    글의 기록 | 2018년 9월 24일

     

    달 사진을 찍어 와야지. 그 생각을 오늘 아침부터 했다. 그리고 하늘이 먹색으로 변하기를 기다렸다가 용수철처럼 밖으로 튀어나갔다. 저녁 7시 10분. 사방을 둘러보아도 달은 보이지 않았다. 높다란 아파트 건물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건물 하나하나를 헤쳐가며 달이 떠 있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파트 단지 끝으로 빠져나왔을 때, 나는 작게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맞은편에도 또 다른 아파트가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으므로. 이렇게 되면 그대로 발을 돌려 다시 집으로 돌아오곤 했지만, 오늘은 괜한 오기가 생겼다. 어쩐지 찍고 싶었다. 바로 지금. 바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자 발은 저절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노렸다. 그 사이 어딘가 달이 얼굴을 내밀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시야에 커다랗고 둥그런 달이 들어왔다. 달은 나무숲에 숨어 있었다. 낮게 뜬 달을 품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셔터를 눌렀다.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사진 : 2018년 12월 10일

     

    오른쪽으로 둥글면 초승달,

    왼쪽으로 둥글면 그믐달.

     

    글의 기록 | 2018년 12월 10일

     

    삶이란 그런 것이다. 원치 않는 길로 접어들어 이곳이 어딘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발을 동동 굴러도 보는 것. 중요한 것은 발아래만 보거나, 바로 눈앞의 것에만 온통 신경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초연함을 스스로 발산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지난 월요일 밤, 무심코 전철을 탔다가 3 정거장이나 역방향으로 가는 실수를 범했다. 늘 다니던 길이었는데도, 정말로 뭔가에 홀린 듯 다른 곳으로 오게 됐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서둘러 전철에서 내렸다. 지금까지 살며 처음 와보는 전철역이었다. 한남역. 반대쪽으로 돌아와 원래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줄 전철을 기다렸다. 얼굴에 닿는 찬바람을 느끼며 하늘로 시선을 돌렸더니, 가느다란 손톱달이 머리 위에 있었다.

    아름답다.

    삶이, 시간이, 오늘 하루가 뜻하지 않게 지체되었다 싶어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려 하는 그 순간, 기적처럼 눈에 들어온 아름다움. 다시 한번 깨닫는다. 어떤 삶이라도, 어떤 순간이라도, 의미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그렇게 나는 오늘 하루만큼 더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조금 더 넓게 바라보며.

    글/사진  |  2019년 2월 13일 오후 3시 6분.

     

    눈앞에 닥친 일에 울고불고, 세상이 끝날 듯 감정을 갈가리 찢지 말자. 미쳐버릴 것 같을 때야말로 지랄 같은 '문제투성이인 그 순간'에서 잠시 시선을 비껴가게 하자. 힐링이 뭐 별거겠느냐. 바로 이렇게 낮에 달과 만나는 거란다.

     

    글/사진 | 2019년 3월 18일 춘천 향교에서.

     

    오래간만에 달 구경했다. 오늘은 엄마랑 2시간 10분을 걸었다. 집에서 춘천향교까지 스마트폰 네비로는 도보 35분이었으나, 내 걸음이 느려서인지, 중간중간 멈춰서 사진을 찍어서 그런 지 45분 정도 걸렸다. 향교에서 촬영을 30분 정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전거만 타다가 걷기만 하니까 이번엔 다리가 아프다. 이 저주받은 신체를 어찌하면 좋으리. 향교 옆의 골목, 가로등의 블루 네온이 예뻐 보여서 찰칵. 그래도 걸어서 좋았고, 달을 봐서 좋았으니 그걸로 만족하는 밤.

    사진 | 2019년 8월 9일 밤 10시 30분, 춘천에서 찰칵

     

     

     

    사진 | 2019년 10월 14일 밤 10시 30분, 춘천에서 찰칵

     

    사진 | 2019년 12월 5일, 춘천에서 찰칵

     

    영하 6도.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달을 바라본다. 좋다. 참 좋다. 하지만 추위를 이기지 못해 5분 만에 집으로 달려 들어왔다. 내 안의 겨울이 오늘부터 시작됐다.

     

    사진 | 2019년 12월 8일

    사진 속의 달은 흔들려도 아름답다.

     

    사진 | 2020년 1월 13일

     

    사진 | 2020년 3월 10일

    사진 | 2020년 3월 29일 밤 10시 1분

    사진 | 2020년 3월 30일 

     

    글/사진 | 2020년 4월 3일 

     

    집으로 돌아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늘 그렇듯 하늘 위로 고개를 들어 올린다.

    오늘은 달이 어디쯤 떴나, 별은 떴나, 밤하늘은 어떤가...

    그러다가 달이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면 얼른 집으로 뛰어들어가 가방만 내려놓고,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온다.

    달 사진을 찍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 빠를 때는 몇 초면 된다.

    그 몇 초의 귀찮음을 이겨내고, 꾸준히 달 사진을 찍는 나를 칭찬한다.

    도전이라는 건, 이런 때도 쓰이는 말이다. 거창한 도전이나 도저히 불가능할 것만 같은 도전에 성공하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나는 잔잔한 마음의 일렁임을 더 좋아한다. 극적인 희열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극적인 만큼 찾아올 때마다 어떤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러한 극적인 도전은 점점 나이가 들면서 나 스스로 다가가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남들 다 할 수 있는, 차마 도전이라 부르기 민망한 그러한 소소한 일상 속의 '깨알 도전'을 즐기리라.

     

    글/사진 | 2020년 4월 4일 

     

    24시간 동안 많이도 차올랐다. 오늘도 달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아. 이제 씻고 누워볼까. 

     

    일요일 오전, 10시에 덧붙이는 중얼중얼.

    아침을 분주하게 시작했다. 어젯밤에 본 달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아침 햇빛이 쨍하게 쏟아졌다. 바람은 생각보다 찬데, 빛은 강렬. 아, 일하기 싫다. 놀러 가고 싶다. 거울을 보니 눈두덩이가 살짝 부었다. 어젯밤에 엄마가 새우튀김만 주지 않았어도 안 부었을 텐데, 그 큰 새우튀김을 5개나 해치운 내 잘못인데, 이럴 땐 다 엄마 탓. 엄마 때문이야. 누가 새우튀김을 그렇게 맛나게 튀기래요. 흥.

    다짐 하나, 오늘은 집에 가자마자 잘 거야.

    다짐 두울, 오늘은 집에 도착해서 안 먹을 거야.

    다짐 세엣, 오늘은 집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안 할 거야.

    다짐 네엣, 오늘은 방에 들어가서 무조건... 잘 수 있을까...? 아, 이건 다짐이 아니잖아? 이런...

    글/사진 | 2020년 4월 5일 밤 9시 40분

     

    오늘은 좀 밝게 찍어봤다.

    +4월 6일 오후 13시 44분에 덧붙이는 글

    어젯밤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둠이 내려앉은 산책로에 핀 벚꽃을 차안에서 바라봤다. 화창한 대낮에 벚꽃잎이 하나둘 떨어지는 거리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입밖으로 저절로 아쉬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엄마, 낮에 우리 둘이 벚꽃을 볼 수나 있는 걸까? 이번주에 쉴 때 공지천이라도 가볼까? 좀처럼 엄마와 나의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쉬움은 더욱 짙어갔다.

    일단 아쉬운대로 내일 밤에 밤벚꽃이나 볼텨?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카메라와 삼각대와 외투를 챙겨 자동차 뒷자석에 고이 모셔뒀다. 벌써 만개한 벚꽃아, 사나흘만 더 버텨주라. 엄마랑 꽃길 좀 걷게.

     

    사진 | 2020년 4월 7일 밤 9시 50분, 슈퍼문.

     

    사진 | 2020년 4월 9일 밤 9시 48분

     

    사진 | 2020년 4월 27일 밤 8시 24분. 외가집에서 본 달. 어여쁘다. 별도 참 많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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