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토끼풀, 무심히 지나쳤던 아름다움에 대하여

     

    글작성일 : 2020년 5월 11일

     

    어제는 오랜만에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해가 떠 있을 때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설 수 있었다. 출근부터 벼르고 별렀다. 오늘은 꼭 사진을 찍어야지. 꽃 사진을 꼭 찍어야지 하면서.

    그렇게 1시간 남짓을 산책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꽃들을 담았다. 집까지 걸어가는 길목의 어느 집 담벼락에 피어 있는 장미를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같은 뿌리에서 올라온 장미들은 어느 것은 시들기 일보 직전이었고, 어느 것은 이제 막 봉오리가 터지는 중이었고, 또 어느 것은 봉오리가 굳게 닫힌 채로 개화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살면서 수없이 보아온 장미였다. 장미의 아름다움이 도드라지는 매년 5월이면 늘 장미사진을 찍곤 했었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탐론 90mm 매크로렌즈를 통해 장미를 눈에 담았다. 그런데 아니 웬걸, 40평생 살아오며 지금껏 보지 못했던 것을 처음 보았다.

     

     

    무엇입니까? 그대의 정체는? 봉우리 표면에 오돌토돌하게 올라온 붉은 알갱이들. 이들의 정체를 아는 분이 계시다면, 부디 미천한 제게 답을 보내주시길 간곡히 바라옵니다. 엄마에게도 물어보았는데, 엄마의 답은 모호했다. 아마 엄마도 잘 모르는 것이리라.

     

     

     

     

    나는 위의 사진을 찍으며 많이 웃었다. 마치 장미가 '날 좀 보소' 하고 입을 벙긋거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찌 저리 익살맞을꼬. 혼자 보기 아까워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최대한 눌러 담았다. 내가 느꼈던 익살스러움이 타인에게도 익살스러움으로 전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나는 확신한다. 나의 좋음은 너의 좋음으로, 너의 좋음은 우리의 기쁨으로 옮겨간다는 것을.

     

     

    이 꽃도 자주 마주치는데, 그럴 때마다 모두에게 묻는다. 이 꽃 이름이 뭐지? 이게 무슨 꽃이지? 그리고 돌아오는 답은 늘 하나였다. '모른다'는 대답 대신 근사한 답을 내가 내놓아볼까 해서 열심히 검색을 해보았다. 국수나무, 양국수나무와 가장 비슷한데 이 꽃의 진짜 이름이 맞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름 따위가 무어가 중할까. 이렇게나 작고 어여쁜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디선가 포르르 날아온 생명체 하나가 온몸에 꽃가루를 묻혀가며 달콤함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 찰나의 순간을 카메라로 담을 수 있어 영광이었소.

     

     

    벚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그러고 보니 난 이 열매를 한 번도 입에 넣어본 적이 없다. 엄마가 먹는 건 몇 번 보았지만.

     

     

    이 친구의 이름은 붉은토끼풀 꽃. 우리가 늘 보아오던 하얀색의 토끼풀 친구. 요즘은 흰 토끼풀 근처에서도 많이 보인다. 멀리서 볼 땐 탁구공보다도 작은 꽃이지만, 아주 가까이서 보면 꽃잎들은 한 지붕 수십 가족처럼 그렇게 모여 있다. 언뜻 보면 작은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꽃잎에서 뛰어나오는 중인 것도 같고, 성스러운 날개를 접은 붉은 천사의 형상 같기도 하다.

    음, 글의 힘은 대단하구려. 내가 적은 글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진짜 그렇네?' 하고 수긍하는 이가 생겨나는 것을 보니.

     

     

    우리의 유년 시절, 습관적으로 뜯어 꽃반지를 만들어 저마다 손가락에 끼우고 다니기 바빴던 추억의 주인공 토끼풀 꽃.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꿀벌을 선명히 담을 수 없었다. 워낙 속전속결로 꿀을 빨아서 찍으려 하면 날아가기를 수십 번 반복하다가 겨우 달랑 한 장 건졌다. 덕분에 다리가 저려왔지만, 많이 아쉽다. 이래서 수동 초점은 번개같은 손놀림이 중요한데, 내 손은 굼벵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느려 터져서 원...

     

    촬영일 : 2020년 5월 11일.

    촬영카메라 : SONY 6000.

     

     

    밤에 보는 토끼풀꽃밭은 또 얼마나 운치가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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