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모래 위 (夏の砂の上, 2025년 7월 4일 일본 개봉)
- 영화/일본영화정보
- 2025. 7. 14.
일본 포스터
여름의 모래 위 작품 소개
사랑을 잃은 남자, 사랑에 메말라 있는 여자, 사랑을 모르는 소녀. 저마다의 아픔과 마주하며, 그들은 여름의 모래처럼 메말라버린 마음속에서 작은 희망의 싹을 찾아간다.
영화 아름다운 여름 키리시마(美しい夏キリシマ)의 각본, 영화 카미야 에츠코의 청춘(紙屋悦子の青春)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나가사키 출신 작가 마츠다 마사타카의 요미우리 문학상 희곡, 시나리오 부문 수상 작품이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에 이은 차세대 영화계를 이끌 신예 연출가 타마다 신야의 감독, 각본으로 영화화되었다.
이번 작품의 무대는 비가 오지 않는 여름의 나가사키. 2024년 9월, 올 로케이션으로 나가사키에서 촬영되었다. 언덕이 많은 나가사키 특유의 아름다운 거리 풍경이 이야기의 여백을 풍성하게 채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작 희곡은 마츠다 마사타카가 집필한 작품으로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가 1998년 처음 연극화한 이후 수차례 무대에서 재공연되었다. 2022년에는 다나카 케이 주연, 쿠리야마 타미야 연출로 상연되었다. 감독인 타마다 신야 또한 자신의 극단 타마다 기획에서 2022년에 직접 이 작품을 무대로 올린 바 있어 남다른 애정을 가진 작품이다.
캐스트에는 사랑을 잃은 주인공 코우라 오사무 역에 이번 작품의 공동 프로듀서로도 참여한 오다기리 죠가 출연한다. 오사무의 조카 유코 역은 2025년 후반기 NHK 연속 TV 소설 히로인으로 발탁된 타카이시 아카리가 맡았다. 오사무의 아내 코우라 케이코 역은 마츠 타카코가 연기한다.
유우코의 어머니이자 오사무의 여동생 아사코 역에는 미츠시마 히카리, 유코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타테야마 역에 타카하시 후미야, 오사무가 일하던 조선소의 동료 진노 역에는 모리야마 나오타로, 같은 조선소 동료 모치다 역에는 베테랑 배우 미츠이시 켄이 캐스팅되어 화려한 출연진이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음악은 국보, 방황의 달 등을 작업한 하라 마리히코가 맡아 이야기의 깊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 외에도 2024년 영화상 시즌을 휩쓴 새벽의 모든 것의 촬영감독 츠키나가 유타, 조명 감독 아키야마 케이지로 등이 참여해 일본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신예 캐스트, 그리고 현역 최고의 제작진이 모여 최고의 휴먼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여름의 모래 위 작품 줄거리
비 한 방울조차 내리지 않는, 바짝 메마른 여름의 나가사키.
어린 아들을 잃은 상실감에 사로잡힌 코우라 오사무는 유령처럼 언덕 많은 거리를 떠도는 삶을 살아간다. 아내 케이코와는 별거 중이다. 좁은 동네에선 전 동료 진노와 케이코 사이의 미묘한 관계도 모른 척하기 어렵다. 다니던 조선소가 폐쇄된 이후, 새 일자리를 구할 의지도 잃은 채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여동생 아사코가 열일곱이 된 딸 유코를 데리고 찾아온다.
돈벌이가 될 것이라는 말에 솔깃한 아사코는 혼자 하카타의 남자에게 가기 위해 유코를 잠시 맡아달라 부탁하고 떠나버린다. 이렇게 해서 오사무와 조카 유코의 뜻밖의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유코는 그곳 선배 타테야마와 가까워진다.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서툴지만 진심으로 노력하는 오사무와 조금씩 일상을 나누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던 어느 날, 잡을 찾아온 케이코가 오사무와 격하게 다투는 모습을 유코가 목격하고 마는데...
출연 배우 / 등장 인물
오다기리 죠 / 코우라 오사무 역
언덕 중턱에 자리한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코멘트 : 각본을 읽는 순간, 이건 반드시 좋은 작품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프로듀서 역할까지 자청하게 되었습니다.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이 작품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마츠 씨, 미츠시마 씨를 비롯한 신뢰할 수 있는 출연진, 최고의 스태프들이 마음을 모아 주었고, 한여름의 나가사키에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무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타마다 감독님을 보조하는 입장을 지키면서, 조금은 숨은 감칠맛 정도로 제 경험을 녹여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일본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타카이시 아카리 / 카와카미 유코 역
아사코의 딸. 17세. 학교에 다니지 않고 슈퍼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코멘트 : 나가사키에서의 촬영은 유코가 보냈던 시간처럼 저에게도 대체 불가능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유코는 덧없음과 강인함, 어른스러움과 소녀다움을 동시에 지닌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품은 인물입니다. 이렇게 섬세한 인물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나가사키에 들어가기 전, 타마다 감독과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결국 있는 그대로의 나로 온 힘을 다해 유코와 마주하기로 했습니다. 촬영 기간 동에는 카메라의 존재조차 잊은 채, 현실과 작품의 경계가 흐릿해질 만큼 깊이 몰입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고, 이토록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감독님을 비롯한 배우, 스태프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을 다시금 마음 깊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마츠 타카코 / 코우라 케이코 역
오사무의 아내. 아들을 잃은 뒤, 오사무와의 삶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져 별거 중이다.
코멘트 : 무더운 나가사키의 여름 촬영이 지금도 그리운 기억으로 떠오릅니다. 코우라 집으로 향하는 길은 특히 장비를 나르던 스태프분들께 정말 고된 여정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땀을 흘리며, 한마음으로 이 영화의 세계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던 듯합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이것이 원래 희곡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풍경이 선명히 떠오르는 영화다운 각본이었습니다. 다른 이에게 공감이나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 어딘가 모르게 우스꽝스럽고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라고 느꼈습니다. 케이코가 과연 사랑스러운 사람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오다기리 씨와의 연기는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미츠시마 히카리 / 카와카미 아사코 역
오사무의 여동생. 달콤한 돈벌이 얘기에 솔깃해, 오빠 오사무에게 딸 유코를 맡기고 혼자 하카타로 떠난다.
모리야마 나오타로 / 진노 코헤이 역
오사무와 같은 조선소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무기력한 오사무에 실망하며, 점차 그의 아내 케이코 곁을 지키게 되었지만...
타카하시 후미야 / 타테야마 코타로 역
유코의 아르바이트 선배. 나가사키의 한 대학에 다니며, 도쿄에서 온 유코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시노하라 유키코 / 진노 시게코 역
진노의 아내. 남편과 오사무의 아내 케이코 사이에 무언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미츠이시 켄 / 모치다 타카노부 역
오사무와 함께 조선소에서 일했던 동료. 현재는 택시 운전사로 일하고 있다.
타마다 신야 감독 코멘트
지금까지 수많은 희곡을 읽어왔지만, 이 여름의 모래 위는 제게 특별한 작품으로 오랫동안 마음속에 자리해 왔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피할 수 없는 고통, 그 고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허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는 이 세계의 본질 같은 것들이 대사들의 흐름 속에서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제게 있어 오랜 염원이자, 동시에 큰 도전이었습니다. 원작 희곡의 완성도가 너무나도 높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도전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은 나가사키에서 촬영을 시작하며 점차 강해졌습니다. 도시의 풍경 속으로 스며들수록, 이 거리 자체가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은 영화라는 매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작고 고정된 세계가 나가사키라는 공간과 서서히 섞이면서 더 풍부하고 더 크게 확장되어 가는 그런 감각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여러분께 보여드릴 날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는 정말 훌륭한 배우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연출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스트레스 없이 촬영에 몰입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연기를 수차례 반복해서 봐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그 순간순간을 마치 관객처럼 즐길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 많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이 작품을 제가 처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주었습니다. 정말 사치스러울 만큼 풍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원작자 마츠다 마사타카 코멘트
방 안을 응시하던 연극에서 도시를 감각하는 영화로. 영화 속에는 나가사키의 풍경이 여러 겹으로 포개져 있다. 언덕길 끝자락, 오르막 끝에 자리한 집에서 내려다본 풍경만으로도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을 선사한다. 희곡 속 대사들이 품고 있던 감정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배우들의 신체 움직임으로 변주된다.
캐리어를 끌며 어머니와 함께 언덕을 오르는 유우코의 걸음, 언덕 꼭대기에서 손가락을 잃은 코우라가 천천히 숨을 내쉬는 순간,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이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번화가로 내려가는 장면마다 카메라는 그 특별한 감정들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정제해 낸다.
나는 이 희곡이 서서히 사라지고, 영화로 다시 태어나길 바랐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보고, 무엇보다 영화다운 체험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없이 기쁘게 느낀다.
오다기리 죠, 타카이시 아카리 인터뷰
| 여름의 모래 위가 그려낸 섬세하면서도 무방비한 마음의 풍경 |
요미우리 문학상 희곡, 시나리오 부문 수상작인 마츠다 마사타카의 명작 희곡을 신예 감독 타마다 신야가 영화화한 여름의 모래 위가 7월 4일 개봉되었다. 주연을 맡은 오다기리 죠는 공동 프로듀서로도 참여했고, NHK 아침 드라마의 차기 히로인으로 주목받는 타카이시 아카리는 이번이 첫 공동출연임에도 뛰어난 앙상블을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두 배우가 나가사키에서의 촬영을 되돌아보며 작품에 대한 진심 어린 이야기를 전했다.
오다기리는 촬영 전부터 타마다 감독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자신이 직접 프로듀서를 자청했다고 한다. 각본의 어떤 점이 그의 마음을 울렸을까.
오다기리 죠 : 저도 각본을 쓰는 입장이다 보니, 일상적으로 정말 다양한 시나리오를 접하게 됩니다. 어느 한 부분만으로 판단하긴 어렵지만, 이 각본은 읽자마자 좋은 영화가 되겠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어요. 배우로서 이 작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다만, 요즘 일본 영화계에선 이런 타입의 작품이 자금을 모으기 쉽지 않다는 현실도 있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감정의 폭이 큰 인물을 많이 연기해 온 타카이시에게 이번 작품 속 유코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녀는 유코라는 인물을 어떻게 구축해 갔을까.
타카이시 아카리 :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는 뚜렷한 색이 있었기 때문에 표현하기가 오히려 쉬웠던 것 같아요. 유코는 쉽게 잡히지 않는 인물인데, 그래서 더 끌렸어요. 내가 왜 이렇게 이 아이에게 끌릴까? 그런 고민을 적어보기도 했습니다. 감독님께선 있는 그대로 나가사키에 와달라고 하셨어요.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유코와는 다른 내 감각을 품은 채 현장에 들어갔습니다. 막상 나가사키에 가보니 유코처럼 이 거리와 조용히 어우러지는 감각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함께한 배우들이었어요. 그분들의 연기가 있었기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접근으로 유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결코 극적인 작품이 아니다. 주인공 오사무는 아이를 잃고, 일자리도 잃고, 아내도 떠난다. 하지만 그는 무엇에도 맞서지 않으며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견뎌낸다. 그 일상 속 무심한 대화들 속에서 슬픔과 공허,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점점 스며 나온다. 그러한 내면 풍경은 관객의 체온을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끌어올린다.
오다기리는 타카이시 아카리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오다기리 죠 : 개인적으로 그런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미련이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아요. 표현을 할 때 버릴 줄 아는 용기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뭐든 다 담는다고 좋은 연기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선택하고 정리할 줄 아는 사람이란 점이 정말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뭐랄까, 남자는 괜히 미련이 많잖아요. 그냥 멈추면 되는데, 조금만 더... 하면서 괜히 질질 끌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아카리 씨는 그런 게 없어 보여서 부러웠어요.
타카이시는 선배 배우들과의 현장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회상한다.
타카이시 아카리 : 오다기리 선배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저에게 존댓말로 대해주셨어요. 사람에 대한 존중이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촬영날, 식사를 함께하며 항상 연기 현장에 있으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이후로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어요. 마츠 선배님은 제 연기를 받아주려 하신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어요.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 상황에서 저의 리듬을 존중해 주신 게 너무 감사했어요. 미츠시마 선배님도 이런 식으로 하면 더 편할 거야라는 식의 조언을 정말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건네주셨어요. 말 한마디, 표현 하나하나에 따뜻함이 담겨 있었어요. 그런 분위기가 스태프들까지 포함해 현장을 이루는 모든 사람에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공간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제게 정말 큰 경험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오다기리와 타카이시가 비를 기원하며 빗물을 받아 마시는 장면은 감정을 크게 뒤흔드는 명장면이다. 이 장면을 준비하면서 두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타카이시 아카리 : 리허설은 딱 한 번 했어요. 근데 본촬영 때 오다기리 선배가 생각보다 물을 많이 부으셔서요. 이 정도면 다 쏟는 거 아닌가요? 싶었죠. (웃음) 근데 그 장면을 밖에서 바라보는 화면이 너무 좋았어요. 마셔 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아, 이게 그거구나 하고 감각적으로 딱 느껴진 게 있었어요. 촬영 뒤 식사 자리에서 오다기리 선배가 그 장면 정말 영화 같았다고 해주셨는데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오다기리 죠 : 그 며칠 동안 영화의 중요한 장면들을 몰아 찍었어요. 아카리 씨와 부딪히는 장면, 마츠 씨와의 이별 장면 등등... 그 장면에서 뭔가가 나와야 했죠. 무척 신경 썼지만, 사실 해보기 전까진 모르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그 장면에서 제 예상보다 큰 해방감을 느꼈어요. 무대극으로 태어난 이 이야기가 영화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 바로 거기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장면은 과거와 미래가 겹치는 둘의 관계가 명확히 나아가는 방향을 함께 바라보게 되는 지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타카이시는 이 작품 촬영 중, 2025년 NHK 아침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그녀에게 이 여름은 잊을 수 없는 경험으로 남았다.
타카이시 아카리 : 얻은 게 너무 많아요. 스스로 성장했다는 생각을 한 적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엔 정말 처음으로 그렇게 느꼈어요. 연기뿐 아니라, 선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보여준 사람에 대한 존중, 모두가 당연하게 해내는 그 멋짐이 제 안에 서서히 스며들었어요. 정확히 뭐가 성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한 여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다기리에게 타마다 신야 감독이라는 인물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오다기리 죠 :문학청년 같은 섬세함, 진지하고 약해 보이는 모습, 그런 게 참 좋아요. 그가 이 이야기를 말할 때 정말 행복해 보여요. 무대에서 여러 번 했던 이야기를 또 영화로 만들고, 내년엔 다시 연극으로 올린다고 하니 정상이 아니구나 싶기도 했죠. (웃음) 그래도 그렇게 하나의 작품에 홀린 듯이 몰입하는 사람, 저는 싫어할 수 없어요. 그런 사람의 작품이라면 계속 보고 싶어져요. 요령껏 만든 작품보다 서툴러도 진심으로 마주한 타마다 씨의 작품을 저는 더 보고 싶습니다.
여름의 모래 위 관객 리뷰 총평
오다기리 죠와 타카이시 아카리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여름의 모래 위는 뚜렷한 메시지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고요한 감정의 영화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여름, 언덕이 가득한 거리, 그리고 말 없는 인물들. 극적인 전개보다는 정지된 감정의 진폭이 중심이 되는 이 영화는 전형적인 휴먼드라마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관객은 그것을 영화가 아닌 기도였다고 말한다. 무너져 내린 사람과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또 다른 사람, 두 사람의 여름이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흘러간다.
주인공 오사무는 아들을 잃고, 직장을 잃고, 아내와도 별거 중이다. 그런 그의 앞에 동생 아사코가 딸을 맡기고 홀연히 떠나버린다. 그날부터 유령처럼 떠돌던 남자와 감정을 닫아둔 소녀의 묵언 동거가 시작된다. 관객들은 말한다. 이 정도로 비극이 겹쳤는데, 왜 이 인물은 이렇게 조용한가. 이런 리얼리티가 아니라 분위기 영화 아닌가. 하지만 그 분위기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무기력함과 체념, 감정을 외면하는 방식의 슬픔은 오히려 관객의 해석을 유도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조용히 반전이 일어난다. 오다기리 죠가 실제로 자녀를 잃은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 조용함의 무게는 감정의 절제라기보다 삶의 버티기로 받아들여진다.
유코 역을 맡은 타카이시 아카리는 이전의 뚜렷한 캐릭터들과는 전혀 다른 경계선에 선 소녀를 연기한다. 무표정하지만 예민하고, 무기력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그녀의 시건 하나, 고개 돌림 하나에 담긴 감정의 결은 관객에게 오히려 너무도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폭우 속에서 오사무와 함께 물을 뒤집어쓰며 웃는 장면은 이 영화 전체를 요약하는 감정적 클라이맥스다. 비는 죽음을 상징했던 사건이기도 했고, 동시에 이제 다시 살아도 된다는 허락처럼 느껴진다.
남편과 몇 년을 함께 살았는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모래 위에 지어진 탑처럼, 그들의 삶은 무너졌다. 다시 쌓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아는 두 사람은 단지 흘러간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유코는 떠나고, 오사무는 남는다. 그 짧은 동거는 서로가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다. 긴 설명도, 해답도 없지만, 이 여름의 체온은 그들 안에 오래 남을 것이다.
오다기리 죠는 이 작품을 통해 말없는 연기의 정점을 보여주며, 배우 이상의 무게감을 입증한다. 타카이시 아카리는 그와 처음 호흡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고 불안정한 십대의 흔들림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타마다 신야 감독은 연극의 시공간을 영상으로 치환하면서도 그 정서를 훼손하지 않는다. 정적인 공간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의 호흡을 포착해 냈다.
뜨겁게 타오르는 대신, 조용히 데워지는 감정의 영화. 대사가 아니라 눈빛으로, 설명이 아니라 여백으로 말하는 이 영화는 무언가를 잃어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다. 무너진 삶 위에 조용히 내리는 한 줄기 여름비처럼, 이 영화는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상실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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