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나라 (かぞくのくに, 2012년 8월 4일 일본 개봉)

    가족의 나라
    (かぞくのくに)
    제작국 : 일본 (100분)
    감독 : 양영희
    출연 : 안도 사쿠라, 이우라 아라타, 양익준
    2012년 8월 4일 일본 개봉
     

     

    | 작품 소개

     

    가족의 나라는 2012년 8월 4일 개봉한 일본 영화로 다큐멘터리 사랑스런 소나로 알려진 재일교포 2세 양영희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양영희 감독이 자신의 체험을 소재로 국가 분단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들이 상처를 입으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 북한의 귀국사업으로 일본과 북한으로 헤어져 살던 오빠 성호와 여동생 리에. 병 요양을 위해 성호가 25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오면서 두 사람은 재회를 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드러나는 가치관의 차이와 그대로 변하지 않는 가족간의 유대감을 그려냈다. 

     

     

     

    | 작품 스토리

     

    재일교포 성호는 충련 중역 아버지의 권유로 당시 이상향으로 칭송받던 북한의 귀국사업에 참여해 반도로 건너갔다. 현지에서 결혼하여 자녀도 낳았지만, 헤어진 가족과의 상봉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25년, 성호의 일시 귀국이 성사된다. 성호는 뇌에 악성 종양이 생겼고, 그 치료를 위해 3개월 한시적으로 일본 체류가 허용된 것이다. 모처럼의 상봉에 여동생 리에와 어머니 등 가족들은 환희하며 성호를 따뜻하게 맞이한다. 하지만 성호에게는 항상 동지 '양'이 따라다니며 모든 행동을 제한•감시하고 있었다. 검사 결과, 성호의 치료는 3개월로는 부족하여 반년 이상의 입원이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고 수술을 거절당한고 만다. 어떻게든 성호의 종양을 치료시키고자 리에가 성호의 소꿉친구로 의사와 결혼한 순이와 상의하던 참에 북한으로부터 갑작스러운 귀국명령이 내려진다. 

     

     

    | 작품 수상

     

    1. 제4회 TAMA 영화상 최우수 신진 감독상 : 양영희

     

    2. 2013년 1월 11일, 2012년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한 제86회 키네마 순보 베스트10에서 일본 영화 1위로 선정되었다. 주연 안도 사쿠라는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과 타 작품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여 키네마 순보 베스트10 사상 최초의 같은 배우로 의한 여우주연, 조연 더블 수상을 차지했다. 

     

    3. 1월 17일, 제67회  마이니치 영화 쿵쿠르 각본상 수상

     

    4. 1월 29일, 제55회 블루 리본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안도 사쿠라), 남우조연상 (이우라 아라타) 수상

     

    5. 1월 31일, 제64회 요미우리 문학상 희곡•시나리오 부문을 수상

     

    6. 제34회 요코하마 영화제 베스트10 7위, 신인감독상 수상

     

    7. 오사카 시네마 페스티벌 2013 베스트10 1위, 감독상, 남우주연상 (이우라 아라타) 수상

     

    8. 영화예술 2012년 일본영화 베스트10 1위

     

    9. 2012 전국영련상 베스트10 3위

     

    10. 제22회 일본 영화 프로페셔널 대상 남우주연상 (이우라 아라타) 수상

     

    11. 제22회 일본 영화 비평가 대상 여우주연상 (안도 사쿠라), 신인 감독상 수상. 

     

    | 안도 사쿠라, 이우라 아라타 인터뷰

     

    헤어진 남매를 연기하는 두 사람이 만드는 가족의 형태란?

     

     

    세계적으로 평가된 다큐멘터리 Dear Pyongyang, 사랑스런 소나로 알려진 재일교포 2세 양영희 감독의 첫 극장영화인 '가족의 나라'는 양영희 감독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가족 이야기. 정치와 국가체제로 번복되는 가족의 당혹감, 그리고 끈끈한 유대감을 그려 제62회 베를린 영화제 포럼 부문에서 국제아트시어터연맹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북한을 조국이라 부르고, 한국 국적을 지닌 사람들. 1959년부터 20년간 '지상의 낙원'이라는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간 이들은 무려 9만 4,000여 명에 이르고, 일본 정부와 북한의 협정으로 돌아오는 선택권조차 박탈당했다. 귀국사업으로 포장됐으나 사실상 유괴사건으로 통칭되는 북송 사업에 희생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북으로 이주한지 25년 만에 '뇌종양' 판정을 받고 치료를 위해 일본 일시 귀국, 3개월의 귀국 조건은 '감시자 동반' 과 '비밀 공작원 포섭'. 3개월의 시간 동안 뇌종양 수술을 허락해주는 병원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나, 가족은 '병을 낫게 하자'는 한마음이 되어 병원을 수소문하려 하지만, 3개월이었던 체류는 변경되어 며칠 만에 평양으로의 복귀 명령이 떨어지는데... 그 안에서 충돌하는 감정, 체재에 대한 반발심, 결국은 수용하게 되는 현실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담은 영화, 가족의 나라. 북한과 일본에서 떨어져 살다가 25년 만에 재회한 남매를 혼신의 마음으로 연기한 안도 사쿠라와 이우라 아라타가 촬영을 회고했다. 

     

    1959년부터 84년까지 진행된 북한의 '귀국사업'. 옛 소련의 영향으로 경제 성장을 볼 수 있었던 당시 북한은 지상낙원으로 불렸고, 일본에서 차별과 빈곤에 시달리던 9만명 이상의 재일교포가 니가타에서 배로 건너갔다. 이 같은 북 이주자들은 국교가 없는 일본으로의 재입국이 허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양영희 감독 자신이 모델이기도 한 주인공 리에 역할을 맡은 안도 사쿠라는 1986년생. 작품의 제의를 받고 나서야 양영희 감독의 디어 평양을 보고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우라 아라타가 연기하는 오빠 성호는 어려서부터 북한으로 이주히여 병요양을 위해 특별히 3개월간만 허락을 받아 일본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이다. 

     

    Q. 현재도 일본과 정치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를 다루고, 게다가 감독의 체험이 베이스가 되고 있는 만큼, 패기나 사명감을 느끼게 되지 않나요?

     

    이우라 아라타 : 전혀요. 정치적인 사명감을 갖는다든가, 감독님의 오빠를 배우에게 빙의시킨다든가, 그런 것으로 만드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감독님도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안도 사쿠라 : 저는 감독님이 겪었던 일을 연기하기 때문에 감독님에게 이런 땐 어떤 기분이었어요? 라고 물었을지도 모르지만, 절대로 물어보고 싶지 않았어요. 별개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사실 이번 이야기를 듣기 전에 디어 평양을 보면서 북한 하면 TV에서 보는 이미지 정도라서 흥미도 컸는데, 무엇보다 양 감독님 가족의 매력에 끌렸습니다. 귀국사업이라든가 어려운 일도 있으면서 가족은 가족이구나 하고 재차 생각했습니다. 이번 시나리오도 감독의 체험이 바탕이긴 하지만 어떤 가족을 영화 속에서 만들어 갈까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의미에서의 '여백'도 있어서 여러가지 표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장이 기대됐습니다. 북한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오빠 역할의 이우라 아라타 시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택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생활해 온 성호. 말이 적지만 가슴에 품고 있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이우라의 지배적인 연기에 끌려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안도 사쿠라 : 아라타 씨의 연기를 가까이서 보고 있으면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았었기 때문에 항상 아라타 씨를 가만히 보고 있었습니다. 오빠는 돌아왔지만, 가족과 개방적이지 않은 관계였죠. 그래서 어쨌든 오빠를 바라보려고 했습니다. 

     

     

    반가운 가족들과의 상봉에도 불구하고 양익준이 연기한 성호의 감시자가 파견되면서 일가족은 단란한 한때라도 늘 '북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개개인의 정직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이 가족에 대해 이우라는 이렇게 말한다. 

     

     

     

    이우라 아라타 :  이 가족을 특별한 가족으로 만들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습니다. 종류는 다르지만 모든 가족에게 고민이 있고, 고민하는 방식이 다를 뿐인 것 같습니다. 재일이라든가 북한이라는 건 이 영화에 관해서 말하자면 계기일 뿐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가족에게 일어난 어느 하나의 사건일 뿐이어서 이 가족은 결코 특별한 가족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안도 사쿠라 : 연기하면서 마음의 아픔을 수반하는 장면도 많았습니다. 애드리브를 해도 진행되지 않고, 그 이상 마음대로 하거나 대본대로 해도 진행되지 않아요... 장면마다 모두 함께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몇 번이나 거듭한 후에 만들어 냈습니다. 작품에 담기지 않은 장면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우라 아라타 : 그만큼 현장에서의 마음도 커집니다.

     

    두 사람은 극중 남매처럼 마음을 터놓고 취재에 응해주었다. 함께 뛰어난 존재감을 보이며 현대 일본영화를 이끄는 개성파 배우로 유명한 두 사람. 처음 출연했을 때 서로에 대한 인상은 어땠을까. 

     

     

    안도 사쿠라 :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한 분이라 편안하고 연기가 즐거웠어요. 이건 굉장한 칭찬인데 '기분 나쁜' 매력이 있거든요. (웃음)

     

    예전부터 안도 사쿠라와의 협연을 원했다는 이우라 아라타. 

     

    이우라 아라타 :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만, 그런 연기를 사쿠라 씨와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뻐서 매일 현장으로 향하는 것이 기대되었습니다. 남매와는 또 다른 설정이라면 어떻게 될까, 그런 욕심이 날 정도로 매력적인 분입니다. 

     

     

    | 양영희 감독 인터뷰

     

    디어 평양 (2006), 사랑스런 소나 (2009)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북한으로 건너간 오빠들, 이들을 보낸 가족의 모습으로 북한의 현재를 담아낸 양영희는 북한에서 성장해가는 조카 소나의 성장을 담았던 사랑스런 소나의 무렵, 북한의 입국이 금지됐기 때문에 향후 영화 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픽션, 즉 극장영화로 가족 이야기를 그릴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그녀의 가족밖에 경험하지 못한 유일무이한 이야기. 그 영화는 의외로 빨리 우리에게 도착했다. 히라가나로 표기된 '가족의 나라'는 재일교포로서 일본에서 자란 가족에게 일본이 나라와 고향을 뜻하는 '쿠니'와의 애매한 경계에 서서 살아왔음을 처음부터 보여준다. 

     

    북한으로 오빠들이 건너가기 전 아버지 세대의 흥분, 그 후의 실의 등 다큐멘터리에서도 그려온 경험들이 목청을 높이지 않고 어떤 이야기로 오빠가 병 치료를 위해 귀국했을 때의 가족들의 시간이 조용히 표현되어 간다. 그것은 화려한 마중도 없고 정확히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오빠를 조용히 기다리는 가족의 일상이 있다. 

     

    그리고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낸 오빠 (이우라 아라타)의 뒤에는 북한 감시원이 붙어 있었다. '숨도 쉴 수 없어'로 강렬한 감독 데뷔를 장식한 양익준이 말수 없는 감시원을 연기했다. 그리고 재일교포에 구애받지 않고 가족은 일본인 배우가 연기했다. 감독이 말하길, 일본에서 자란 이들이기에 일본어의 리얼리티로 일본인 배우를 선택했다고 한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말을 하거나, 떠들고 농담을 해도, 듣고 싶은 말이 있어도 쉽게 핵심을 건드리지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마주쳐도 금방 풀고, 그 속에서 뭔가를 읽으려고 한다. 그래도 전하고 싶은 말은 전해지는 가족. 

     

    Q. 사랑스런 소나로 취재를 했을 당시, 다음엔 픽션을 찍고 싶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감독 : 그랬었나요? 그때는 무언가 말하면 하지 않으면 보기 흉하다고, 열심히 스스로에게 숙제를 줬습니다. 

     

    Q. 그럼 그때부터 비교적 형태가 잡혔던 건가요?

    감독 : 사랑스런 소나의 배급을 부탁했을 때 배급회사 사장님과 스태프와 함께 만났을 때 픽션을 만들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와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때는 이미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을 때였네요. 오랫동안 구상해왔기 때문에 시나리오는 처음 써보면서도 다시 써보기보다는 많이 쓴 것을 툭툭 깎아내는 느낌이었습니다. 북한의 입국이 금지된 것도 있지만, 카메라 앞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그건 일본인이든, 누구나 무조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북한 관련이라든가, 재일동포라든가, 북한에 있는 사람은 물론이지만 폐가 될 수도,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냈을 때부터 풍경 같은 다큐멘터리가 되는 건 알고 만들었습니다. 비록 풍경이지만, 역시 언론에서 항상 보여지는 북한과는 좀 다른 것도 있어서 좋을 것 같다는 건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처럼 카메라 앞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 아니면 카메라가 없어도 할 수 없는 이야기, 누구에게도 절대 이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뚜껑을 덮었던 그런 이야기가 더 핵심적이거나 드라마틱한 것이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고, 바로 그런 것을 픽션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Q. 그래도 굉장히 억제한 느낌으로 보였는데요.  

    감독 : 하고 싶은 말을 사양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영화의 색깔이라고 할까, 타입이라고 할까, 표현 방법으로는 그럴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면 큰 소리로 외친다고 크게 전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한 음악으로 고조된 영화는 어쩐지 질려 버려요. (웃음). 관객이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들고 싶어서 설명은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설명이 많아서 '알았다, 알았어' 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싫었어요. 교육 프로그램도 아니고, 어떤 문제를 호소하기 위한 작품도 아니라서요. 

     

    Q. 감각적으로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네요?

    감독 : 그렇습니다. 

     

    Q. 거리감이나 균형을 잡을  때 뭔가 의도적으로 이루어진 적이 있나요?

    감독 : 거리감은 뭔가 의도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평론가나 관객이나, 영화를 접한 사람이 '거리감이 좋네, 별로네, 좋네' 뭐 이런 건 본인의 무의식이 아닐까요?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고, 저도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10년 후의 제가 같은 주제로 찍는다면 또 다를 것 같네요. 

     

    Q. 뭔가 이야기를, 개인과 보편성이랄까요. 사람이 알 만한 이야기와의 균형을 만들 때 생각이 많으실 텐데, 그래도 개인적인 시점으로 괜찮은 걸까요?

    감독 : 보편성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습니다. 조금 특수한, 북쪽에 가족이 있어도 소수자로서 일본에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니까요. 그래서 이 가족을 알려주기 위해서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이것저것 설명하기 보다는 철저하게 한 가족에 집중해서 그리는 것이 보편적일 것이라는 건 다큐멘터리 두 편을 하면서 제가 배운 것이기도 하고, 실제로 느낀 것이기 때문에 그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설명하면 할수록 영문을 모르겠는 건 느껴지는 게 없죠. 이 주제를 알게 하자, 알아달라고 하는 느낌으로 가져가면 공부는 되지만 재미가 없어요. (웃음) 그건 제일 듣기 싫은 소감이죠. 공부가 되었다는 소감은. (웃음) 물론 봐주시는 건 기쁘지만요. 전혀 이해는 되지 않지만 울어버렸다는 말을 듣는 쪽이 좋네요.

     

    Q. 이 영화가 시작하는 방법인데, 우선 가족이 기다리고 있죠. 그 도입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건가요? 처음에 어떤 장면부터 직으려고 의식하셨나요?

    감독 :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과 마지막에는 여행가방이라는 것이 있어서 몇 번을 다시 써도 그것만은 남았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다큐멘터리는 찍은 다음에 편집하는 건 똑같지만, 찍은 다음에 편집 단계가 돼서 어느 정도 가편집 정도까지 돼서야 대본을 쓸 수 있잖아요? TV 다큐멘터리는 먼저 대본이나 기획서를 내라고 해서, 저는 할 수 없었습니다만. (웃음) 영화는 먼저 대본이 있고, 찍는 건데 어느 쪽이든 대본을 쓰는 시점에서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만 딱 정해집니다. 아무리 바꿔도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처음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이번에도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찍었습니다. 

     

     

    Q. 그건 자신이 보고 있던 기억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요? 

    감독 : 아니요. 여행가방 부분은 기억이 아니라 이렇게 끝내고 싶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거리를 걷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빠가 가버린 후, 집에서 울고 있는 장면으로 끝내기 싫었어요. 어제의 그녀와는 다른, 그리고 일상에서 시작되는 장면으로 만들고 싶기도 했습니다. 최근 밖을 걷고 있는 사람을 보면 보통 모두 배낭을 메거나 여행가방 같은 것을 끌고 다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어떤 걸 짊어지고 있을까 하고 상상하면서 스타벅스에 앉아 있기도 하네요. DV(가정폭력)를 당한 적은 없는지, 부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보고 있거든요. 그리고 여행가방 바로 그런 느낌입니다. 지난 일주일이 없었다고 해도 리에 (안도 사쿠라)는 이미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지만, 이 일이 있은 후에는 더욱 오빠에 대한 생각이 싶어질테니까요. 이후 다시는 오빠를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오빠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고, 아무리 아버지에게 반발해도 가족과의 인연은 끊어질 수 없잖아요. 가족이 힘든 건 그 부분이죠. 이혼은 이혼해 버리면 더 이상 만나지 않아도 되지만, 결국 피의 연결이라고 할까, 아이는 그럴 수 없잖아요. 아이가 있으면 좀처럼 부모끼리도 인연이 끊기지 않는 것처럼, 연인 사이라면 헤어지면 남이 될 수 있지만, 가족은 떨어져도 사라지지 않아요. 아니, 상대방이 죽어도 사라지지 않죠. 굉장히 귀찮다고 할까, 짜증나게 따라다니죠.  하물며 리에는 오빠가 평양에 있는 게 항상 귀찮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입국이 금지되어 있지만 오빠는 오빠니까요. 다음에 언제 만날지 모르지만, 다음 달에도 체제가 바뀔 수도 있기도 하죠. 제가 어릴 적에는 10년 후에는 통일이 된다든가 한국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을 계속 들었어요. 김일성이 죽었을 때는 정말 바뀔 거라고 했지만 실제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놀라지 않을 정도가 되어 버렸어요.

     

    Q. 그런데도 이 주제로 계속 찍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감독 : 지금은 우리 가족이 재밌는 것 같습니다. 이젠 부정적인 유산을 소재로 삼는 느낌이예요. (웃음) 스스로 부담스럽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그냥 가지고만 있으면 피곤하니까 소재로 만들어 버려라 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Q. 이제 슬슬 다른 소재로 제작하고 싶지 않나요?

    감독 : 쓰고 싶은 이야기는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내가 제일 자세히 알고 있는 주제, 사람들이라고 할까,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걸 하고 싶다든가, 같은 걸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든가 하는 건 없어요. 이를 테면, 전쟁터에 가서 지구 뒤편까지 가서 소재를 찾는다든가 하는 건 없습니다. 이번에는 북쪽에서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만, 북쪽에서 왔다가 돌아가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탈북자 이야기는 요즘 많은데, 배경은 도쿄나 서울, 뉴욕도 좋을 것 같네요. 생각하는 게 두세 가지 있는데 기회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가 좀 잘 됐으면 좋겠네요. (웃음)

     

    Q. 이번에 펵션을 찍어보셨는데 방법적으로는 어느 쪽이 감독님에게 맞는 것 같나요?

    감독 : 지금 생각으로는 픽션입니다. 다큐멘터리는 이제 어깨가 뻐근해서 안 되겠다, 카메라를 더 이상 들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Q. 이번 양익준 씨의 감시 캐릭터는 실제로 그와 같은 사람이 있었던 게 아니라 창조라고 할까, 크리에이션이죠?

    감독 : 인솔 담당자 같은 사람은 있었습니다. 그렇게까지 감시는 아닙니다. 일본의 공안이랄까요. 영화처럼 집 앞에서 차를 세우지 않습니다. 그건 확실히 이상하죠.  (웃음)

     

     

    Q. 커피를 마시는 장면도 픽션인 거죠?

    감독 : 네. 그건 아주 세세하게 익준 씨에게 주문했습니다. 그렇게 마셔달라고요. 

     

    Q. 그런 부분을 통해 감독님의 북한에 대한 복잡한 생각이랄까, 뭔가를 좀 말해주고 싶다는 부분이 전해졌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방법 이런 것부터요. 

    감독 : 감시인의 '양' 이라는 사람의 설정이었죠. 그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Q. 그런 문화가 별로 없다는 걸 거기서 비꼰다고 해야 할까요.

    감독 : 그렇습니다.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보통 커피를 블랙으로 마신다는 게 원두가 맛있기 때문이라는 건 선진국 얘기죠. 하물며 북한은 최빈국이니까, 세계적으로도 블랙으로 마시는 사람은 굉장히 적고, 좋은 원두로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가장 좋은 호텔에서조차도 팔고 있는 콩이 맥도날드, 지금의 맥도날드 커피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Q. 꽤 하고 싶은 말을 사양하지 않고 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 : 물론 그건 비꼬고 있다는 심술궂음이 아니라 그런 부분은 간직하고 싶었어요. 감시인은 어떻게 보면 정보부 사람이니까 북한에서는  엘리트잖아요. KGB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 같은 경우에는 정보부가 멋진 빌딩이고요. 스파이 영화 같은 걸 보면, 일단 그런 정보부이긴 하지만 차에 앉아서 하루종일 감시하라는 말을 듣는 사람은 그 정보부 안에서는 직급이 낮은 거죠. 성호 (이우라 아라타)도 부모가 총련 임원을 하거나 큰아버지가 기부해서 이렇게 일본에 올 수 있는 귀국자 중에는 엘리트 같은 사람이지만, 귀국자는 북한에서는 차별받는 층이기에 바본주의를 아는 것만으로도 위험하다고 해요. 혁명에 있어서는 위험분자라는 견해가 있어서 옛날에는 정말 감시가 있었죠. 그래서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성호는 보통 북한 사람의 열배, 스무 배나 충성을 맹세해 온 겁니다. 일본에서 사춘기까지 보내고, 저런 상황에서 충성을 맹세합니다라는 말만 해왔으니까요. 그런데도 그는 손상되지 않았어요. 부서지기 직전까지 버티고 있는 거죠. 몇 번이고 부서지면서도 다시 일어선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라타 시에게 말했었어요. 양과 성호는 둘 다 기다시피해서 겨우 올라왔다고. 북한에서 그렇게 서로를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는 설정이었어요. 그건 따로 대사로는 나오지 않지만, 배우들에게 설명했었어요. 저는 그런 설정으로 뒀으니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걸 얘기했습니다. 성호는 감시를 받는 입장이지만, 선진국에서 왔다는 것도 있고, 약간 도련님 같은 부분도 있고, 고등학교 1학년 정도에 북한에 가서 고생은 하고 있지만 양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때부터 모내기 같은 걸 했거든요. 까맣게 탔고, 커피 같은 건 마셔본 적도 없고. 성호는 우울하지만 이 녀석도 어쩔 수 없으니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리에의 입장에서는 위압감이 있고, 투박해 보이고, 자기 오빠 같은 신사도 아니니까요. 

    Q. 이 영화를 찍으면서 뭔가 소화가 되었나요? 

    감독 : 뭔가 다큐멘터리도 그렇지만, 계속 만들고 싶었던 것을 하나 해냈다는 것은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다시 시작한다는, 또 새롭게 시작되어 버리나 하는 느낌으로는 역시 가족은 걱정입니다. 오빠의 꽤 복잡한 이야기까지 꺼내버려서요. (웃음) 이제 공식 문제아가 될 수밖에 없겠죠. 그 가족에게는 손대지 말라고 할 정도로, 그 가족을 벌하면 또 영화로 만든다, 시끄러울 테다 이 정도는 돼야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모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부모 세대나 우리 세대까지 역시 모두 북쪽과 관련된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이제 그런 것은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인에게는 좀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항상 말하지만, 그런게 인연이 없는 이야기도 아니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일본에 있는 가족의 이야기니까 일본의 일부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이나 귀국 사업의 배경을 아는 것보다 나은 건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영화이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가족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남매나 어머니의 사랑 등 공통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한 가족의 남매 이야기'라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즐겨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우라 아라타 인터뷰

     

    이우라 아라타의 고요한 열정. 인간 자체에 대한 흥미가 끊이지 않는다. 될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르다. '영혼을 건져낸다'고 표현해야 할까? 이우라 아라타는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을 진지하게 마주하며 영화 속 인물을 살아간다. 정치나 사상이 아니라, 그렇게 살기에 이른 인물 자체에 관심이 있다는 본인의 말대로 그는 이데올로기와 시대를 초월해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왔다. 이번에 그가 연기한 건 70년대에 가족과 헤어져 북한으로 갔다가 25년 만에 병요양을 위해 일본으로 일시 귀국을 하게 된 '이방인'. 제일교포 2세인 양영희 감독 본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나 영화 '가족의 나라'에서 이우라 아라타는 무엇을 느끼고 전하고자 했을까?

     

    지금 현재도 해결되지 않고, 일본과 북한 사이에 어떤 문제나 현실이 전제로서 본작에 가로놓여 있음은 틀림없지만, 영화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재일교포의 '가족' 이야기다. 이우라는 의외성을 느끼며 각본을 읽어 나갔다고 한다. 

     

    이우라 아라타 : 처음에 감독님과 북한에 간 오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정치적인 요소가 더 많이 들어간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읽어보니 그런 정치적인 부분은 보기 좋게 '배경'으로 그려졌을 뿐, 한 가족의 고뇌와 본연의 자세가 확실히 그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족을 통해 여러 문제들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쏟아져 나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역시 실화이기 때문에 힘을 느꼈고, 그래서 제가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25년 만에 태어나 자란 일본 땅을 밟고 가족과 친구, 옛 애인과 재회하는 성호. 이우라 아라타는 담담하고 조용한 모습으로 그를 연기했다. 그 고요함이 그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고, 목소리 없는 그의 마음의 외침은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이우라 아라타 : 그 부분을 가장 의식했습니다. 이야기 자체에 힘이 있기 때문에 과장되게 뭔가를 표현하는 연기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슬픈 사건을 슬프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 답을 제시하는 것도 아닌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영화를 통해 느꼈으면 하는 것은 성호와 가족 간의 마음의 거리. 영화에서 그려지는 건 불과 며칠의 이야기지만, 그 얼마 안 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결코 극적인 변화가 아니라 조금씩 거리가 변화해 간다. 

     

    이우라 아라타 : 출연자 여러분과는 사전 협의가 전혀 없는 채로 테스트에 임했고, 거기서 각각 생각해 온 것을 쌓아서 가족을 만들어 갔습니다. 역시 이건 개인이 아니라 가족끼리 풀어가는 이야기니까요. 다 함께 거리감을 살피며 자연스럽게 태어난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어린 시절 헤어진 오빠 성호를 바라보는 여동생 리에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국가의 명령으로 리에에게 일본에서의 청보부원이 될 것을 제의하는 성호. 그녀에게 자유롭게 살 것을 맡기는 성호. 두 사람의 관계성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양 감독과의 대화와 리에 역의 안도 사쿠라의 존재는 어떻게 느껴졌을까. 

     

    이우라 아라타 : 무엇보다 성호에게 리에는 어떤 존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대답은 감독님과의 이야기 속에 있었습니다. 제가 오빠에 대해 묻지 않았는데도 감독님이 오빠에 대해 얘기할 때, 얼굴이 정말 좋아보였습니다. 그런 여동생을 어떤 생각으로 오빠는 보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어 갔습니다. 여동생에게 첩보원이 되라고 하다니, 성호 같은 남자라면 고통밖에 없었을 것이고, 말하고 나서 후회하는 마음도 생겼을 겁니다. 그녀가 단칼에 거절해 준 것에 구원을 받기도 했을 것이고, 그것을 거치면서 그녀에 대한 마음의 열림 또한 달라졌을 겁니다. 그렇게 한 장면씩 쌓아 올렸습니다만, 그건 사쿠라 씨 아니면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덕분에 독자적인 성호와 리에의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 감상

     
    이 작품을 이제야 봤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진작에 봤었어야 했는데. 물론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내가 한국인인데 알아듣기 힘든 한국말(귀를 쫑긋 세워야 할 정도)이지만, 그것도 사실 곧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 그만큼 영화는 시종 강렬한 감정을 다루고 있고, 그 강렬함을 폭발시키지 않고 최대한 담담하게 그려낸다. 단 한번, 아라타(성호 역)의 감정이 분출될 때의 그 고요함이 주는 파급력이란. 이 영화에서 모든 배우의 연기가 자연스러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이는 안도 사쿠라(성호의 여동생 리에 역). 이 배우의 연기는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 그 자체로.. 자신의 안에 응축된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는 몸짓을 보고 있으면 절로 리에라는 캐릭터에 압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양익준씨는 워낙에 인상이 강한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는 '감시자'로 등장, 유일하게 능숙한 평양말(?)을 구사한다.
     
    나는 이 영화의 엔딩, 리에가 여행가방을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와서 길을 나아가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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