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すずめの戸締まり, 2022년 11월 11일 일본 개봉)

    스즈메의 문단속 

    (すずめの戸締まり)

    감독 : 신카이 마코토

    목소리 출연 : 하라 나노카, 마츠무라 호쿠토, 후카츠 에리,

    소메나티 소타, 카미키 류노스케, 이토 사이리 

    2022년 11월 11일 일본 개봉

     

     

    | 작품 소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집대성의 최고 걸작

     

     

    국경과 세대의 울타리를 넘어 전 세계를 계속 매료시키는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 전 세계가 기다리고 있는 최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 각지의 폐허를 무대로 재앙의 근원이 되는 [문]을 닫아가는 소녀 스즈메의 해방과 성장을 그리는 현대의 모험 이야기. 

     

     

    스즈메의 목소리에 생명을 불어넣은 이는 1700명이 넘는 오디션에서 신카이 마코토가 찾아낸 단 한 사람의 재능 하라 나노카. 쏟아지는 감정을 목소리에 실어주는 풋풋한 원석에게 이야기의 여주인공을 맡겼다. 문을 닫는 여행을 계속하는 [닫는 사람]인 청년 소타 역에는 신카이 마코토가 내면의 풍요로움을 오디션에서 찾아낸 마츠무라 호쿠토. 의자로 모습이 바뀌는 청년이라는 어려운 역할을 진지한 자세로 극복하며 멋지게 해냈다. 그리고 두 사람을 지탱하는 스즈메의 이모 타마키 역에 후카츠 에리, 쿠사타의 할아버지 역에 마츠모토 하쿠오, 그리고 소메타니 소타, 이토 사이리, 하나자와 카나, 카미키 류노스케라는 정예 캐스트가 집결하여 스즈메의 여행을 선명하게 물들였다. 음악 담당은 신카이 마코토와 세 번째 팀을 이룬 레드윔프스 (RADWIMPS). 

     

     

    스즈메가 걷는 길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본 적 없는 풍경.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 놀라움과 어려움의 연속.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들의 모험은 불안과 불편함과 이웃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여정에도 한줄기 빛을 가져다 준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문단속 이야기. 2022년 11월 11일. 그 경치는 영원히 가슴에 새겨진다. 

     

     

     

     

     

     

    | 작품 스토리

     

     

    큐슈의 조용한 마을에 사는 17세 소녀 이와토 스즈메는 문을 찾고 있는 여행을 한다는 청년 무나카타 소타를 만난다. 소타의 뒤를 따라 헤매던 산중의 폐허에서 발견한 것은 우두커니 서 있는 낡아빠진 문. 뭔가에 이끌리듯 스즈메는 문에 손을 뻗는데...

     

     

     

    문 건너편에서 재앙이 찾아오기 때문에 소타는 문을 닫고 자물쇠를 잠그는 '닫는 사람'으로서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자 두 사람 앞에 갑자기 의문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난다. 

     

     

    스즈메가 좋아. 너는 방해꾼.

     

     

    다이진이 말을 꺼낸 다음 순간, 소타는 무려 의자로 모습이 변하고 만다-! 그건 바로 스즈메가 어렸을 때 사용했던 다리가 하나 빠진 작은 의자. 도망치는 다이진을 잡기 위해서 다리 3개의 의자 모습으로 뛰기 시작하는 소타를  스즈메는 황급히 뒤쫓는다. 이윽고 일본 각지에서 차례차례 열리기 시작하는 문. 신기한 문과 작은 고양이에게 이끌려 큐슈, 시코쿠, 칸사이, 그리고 도쿄와 일본 열도를 휘젓는 스즈메의 문단속 여행. 여행지에서의 만남으로 도움을 받으며 찾아간 그곳에 스즈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잊혀져버린 어떤 진실이었다. 

     

     

     

    | 캐릭터 & 목소리 출연

     

     

     

     

    이와토 스즈메 역 (하라 나노카)

    큐슈의 조용한 마을에서 이모와 둘이서 사는 17세 여고생.

    광활한 폐허 속 어린 자신이 초원을 헤매고 다니는 신기한 꿈을 자주 꾼다. 

     

     

     

     

    무나카타 소타 역 (마츠무라 호쿠토)

    재앙을 가져오는 문을 닫는 청년. 문을 찾는 여행 도중 스즈메와 만나게 되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스즈메의 의자로 모습이 변해버린다. 

     

     

     

     

    다이진 

    스즈메의 앞에 불쑥 나타난,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는 수수께끼의 흰 고양이.

    문이 열리는 곳에 출몰하여 스즈메를 농락한다. 

     

     

     

     

    스즈메의 의자

    스즈메가 어렸을 때 사용했던 어린이 의자. 다리가 하나 빠져 있다.

    소타가 의자로 변해 버려, 3개의 다리로 움직이게 된다. 

     

     

     

     

    이와토 타마키 역 (후카츠 에리)

    어협에서 일하는 스즈메의 이모.

    스즈메가 어려서부터 둘이 살면서 그 성장을 지켜보는데

    과잉보호한 나머지 무심코 잔소리가 되어 버리는 면도 있다. 

     

     

     

     

    오카베 미노루 역 (소메타니 소타)

    스즈메의 고향 어협에 근무하고 있는 타마키의 동료.

    타마키를 짝사랑하고 있다. 

     

     

     

     

    니노미야 루미 역 (이토 사이리)

    홀로 어린 쌍둥이를 키우는 고베의 스낵 마마.

    히치하이크를 하고 있는 스즈메를 태워준다. 

     

     

     

     

    아마베 치카 역 (하나세 코토네)

    에히메를 방문한 스즈메가 만나는 동갑내기 쾌할한 소녀.

    본가는 가족이 운영하는 민박집.

     

     

     

     

    이와토 츠바메 역 (하나자와 카나)

    스즈메의 엄마. 손재주가 좋고, 요리나 공작을 잘한다.

    타마키의 언니.

     

     

     

     

    세리자와 토모야 역 (카미키 류노스케)

    소타의 친구. 말투나 행동은 난폭하지만 친구를 생각하는 청년.

    애차는 빨간 스포츠카. 

     

     

     

     

    무나카타 히츠지로 역 (마츠모토 하쿠오)

    소타의 할아버지.

    현재 도쿄의 병원에 입원해 있다. 

     

     

    | 원작, 각본, 감독 : 신카이 마코토

     

    1973년생, 나가노현 출신. 2002년 개인에 제작한 단편 작품 별의 목소리로 상업 데뷔. 이후 발표되는 작품들이 높은 평가를 받아 2004년 개봉한 첫 장편 영화 '구룸 너머, 약속의 장소'로 제59회 마이니치영화콩쿠르 애니메이션영화상, 2007년 개봉 초속 5센티미터로 아시아퍼시픽영화상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2013년 개봉한 언어의 정원에서는 독일 영화제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16년 개봉한 너의 이름은 역사적인 대히트를 쳤고, 제40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애니메이션 작품으로는 최초로 우수감독상,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했다. 해외에서도 제42회 로스앤젤레스 영화비평가협회상 애니메이션 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수많은 영화상을 수상했다. 2019년 개봉한 날씨의 아이는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일본 대표로 선출되었으며, 인도에서는 본 작품의 극장 개봉을 희망하는 5만명 이상의 서명이 모여 일본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최초로 인도 극장 일반 개봉이 성사되었다. 

     

     

     

     

     

    신카이 마코토 코멘트 : 스즈메의 문단속의 각본 1고를 쓴 뒤, 망설임없이 바로 요지로 씨에게 보냈습니다. 과거 두 편과는 확연히 다른 음악이 필요한 영화라 생각했고,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생생한 음악 체험을 관객분들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한 방법을 함께 찾아주는 건 역시 레드윔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윽악 체험이라 부를 만한 것을 극장에서 체감하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부디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레드 윔프스 노다 요지로 코멘트 : 처음으로 이야기를 들은 건 2020년 봄 무렵이었습니다. 일본이 그 후 2년 넘게 곤혹과 불편에 돌입하는 그 타이밍에 각본을 받고 상상려과 공상을 마음껏 날리며 음악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오로지 생각하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진나이 씨와는 바로 얼마 전 런던 스튜디오에서 합류하여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녹음을 했습니다. 영화 음악, 게임 음악 등 다방면에 걸쳐 오랜 세월 창작을 해 온 진나이 씨와의  공동 작업은 한마디로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경험치와 새로운 시야를 넓혔습니다. 앞으로 진나이 씨와 더 일을 해보고 싶다, 어떤 크리에이티브를 함께 할 수 있을지 혼자 멋대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신카이 마코토 감독 인터뷰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최고 걸작. 그런 말이 어울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를 대히트로 이끈 신시대의 히트 메이커가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은 일본 각지의 폐허를 무대로 재앙의 근원이 되는 문을 닫아가는 여행을 하는 소녀 스즈메의 해방과 성장을 그린 모험 이야기. 10년 내내 2011년을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회고하는 신카이 감독은 최신작으로 3월 11일을 그리겠다는 도전에도 임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왕도의 엔터테인먼트를 파고들어 도달한 경지와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여주인공이 일본 각지의 폐허에 흩어져 있는 문을 닫아갑니다. 이런 스토리에 담은 마음을 알려주세요. 

     

     

    신카이 마코토 :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장소를 애도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전작 날씨의 아이 무대 인사로 각지를 돌거나 나가노현에 귀성했을 때 과소화가 진행되면서 빈집이 늘어나거나 예전의 흥청거림이 사라진 장소를 많이 봤습니다. 저희 본가는 건축업이었고, 뭔가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 때 기도를 드리는 의식을 하는 풍경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마을에서도 땅에서도 끝날 때는 고인을 애도하는 장례식과 같은 의식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사람들의 생각이나 기억이 잠든 폐허를 애도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Q. 그 결과 주인공 이와토 스즈메와 재앙을 몰고 올 문을 닫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닫는 사람 청년 무나카타 소타가 여행하는 로드무비로 완성됐습니다.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와는 다른 테이스트였고 신선함을 느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 장소를 애도한다는 이야기의 원형을 부풀리다 보니 스토리 구조상 필연적으로 로드무비 형식이 됐죠. 제작을 시작한 것은 코로나 사태로 마침 최초의 긴급사태 선언이 나왔을 무렵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로케는 할 수 없었지만, 스즈메가 사는 큐슈에서 고베를 경유하는 느낌으로 장소를 선택해 이야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어 갔습니다.

     

    Q. 스즈메와 소타의 관계도 너의 이름은 같은 청춘 러브스토리와는 확연히 달라졌어요.

     

    신카이 마코토 : 영화로서는 일종의 짝꿍, 버디 무비라는 느낌으로 그리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너의 이름은'에서 그린 '운명의 붉은 실'과 같은 연애 관계를 그리는 것에 그다지 흥미를 갖지 못하게 됐어요. 나이 때문인 이유도 있는 것 같은데요. 반대로 캐릭터의 인간관계라는 의미에서는 스즈메와 이모의 연결고리도 중요한데, 이것은 40대 초반의 나로서는 다 그릴 수 없었던 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아이가 성장하거나 부모와 자녀 관계를 생각할 기회가 많아진 결과, 흥미가 강해지고 그리고 싶어진 모티브라고 생각합니다. 

     

     

     

    Q. 이야기의 구조, 주요 캐릭터의 관계에 더해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 직접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점도 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극중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대해 직접 언급한 이유를 알려주세요.



    신카이 마코토 : 2011년에 일어난 그 일은 실제로 피해를 입은 분들의 마음은 물론 일본이라는 나라의 역사까지도 크게 고쳐 쓴 것 같습니다.물론 저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그 사건 이전과 이후에는 어딘가 사물을 파악하는 방법도 다른 것 같아서…. 그런 의미에서는 2011년을 기점으로 변해버린 제가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 두 작품 모두 2011년에 있었던 일을 모양을 바꾸면서 그리고는 있었습니다. 1000년에 한 번 있는 거대한 혜성이 초래하는 재해도, 멈추지 않는 비가 초래하는 수해도 제 안에서는 지진 재해의 은유였습니다. 세상이 바뀌어 버린 강렬한 기억이 바탕이 되어 너의 이름은부터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40대에 10년 내내 2011년을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Q. 너의 이름은의 타키 군은 몇 년 전에 일어난 혜성 충돌 사고를 마치 잊어버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진 재해가 잊혀져 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습니까?



    신카이 마코토 : 지금 그리지 않으면 늦어버리겠구나 하는 초조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제 딸은 지진 재해 전년에 태어나서 지금 12살입니다. 지진 재해에 대한 기억은 없거든요. 10대 젊은 관객도 마찬가지여서 당시 태어났지만 어딘가 교과서 속의 일이 되어 실감이 별로 나지 않을까요. 그렇게 우리한테 거대한 일이었는데 11년이 지나서 공통의 체험으로 알아주지 않게 돼 있어서요. 그날 많은 사람들이 생생하게 느꼈던 것을 다시 한번 공유하는 타이밍은 지금이 아니면 늦어질 것 같았습니다. 덧붙여 11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그 시절의 우리들이 만들 수 없었던 것을 지금이라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도 당시라면 지진 재해를 그리는 영화를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이라면 '봐도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나 사회가 그렇게 변화한 것도 직접 다루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Q. 작품 제작 과정에서 이런 관객에게 전달하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가진 적이 있나요?

     

    신카이 마코토 : 초기 작품 때는 명확하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친구나 친밀한 가까운 사람, 그리고 저의 팬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 당시에는 작품의 규모도 작고 모두의 얼굴도 보였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저 사람을 위해 이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다만, 커리어를 거듭한 지금 그렇게 물어서 저의 관객이란 어떤 사람일까 하고 재차 생각하고 떠오르는 것은…… 어딘지 모르는 마을에 살고 있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공부할 생각도 들지 않고, 텔레비전이나 독서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고, 막연하게 장래에 불안을 품으면서, 왠지 모르게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그런 젊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제 작품의 관객"은 그런 이미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만의 관객을 위해 만들어도 영화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친구끼리나 커플, 가족 단위라는 어떤 세대도 지루하지 않게 하는 장치나 셋업은 유의하고 있습니다. 그게 우리의 직업적인 테크닉이고 자존심이니까요.

     

     

    Q.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그리고 막 완성된 스즈메의 문단속. 규모가 큰 왕도의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세상에 내보내 사회현상을 일으킨 신카이 감독에게 지난 10년간은 어떤 모험이었을까요?

     

    신카이 마코토 :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예를 들면 "10년 계획"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작품 만들기를 진행해 온 건 아닌 것 같네요. 매번 주변에 있어주는 스태프들의 힘을 다 써서 어떻게든 하나, 아슬아슬하게 모양을 낸다는 느낌입니다. 너의 이름은도 날씨의 아이도 당시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전력을 다해 도달한 것이 '스즈메의 문단속'입니다. 너의 이름은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토호에서 큰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세 편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은 있거든요. 연령적으로도 체력이 좋아서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마음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뭔가 일관된 주제나 길 같은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일종의 도전으로 임할 수 있는 영화를 매번 만들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다음에는 뭘 만들고 싶냐고 물어보면 백지네요. 스즈메의 문단속 제작은 정말 최근에 끝났습니다. 하지만 40대라는 세월에 딱 세 편의 대작을 완성하고, 그럼 이 다음에는 은거하고 소규모 작품으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그런 마음은 아닙니다.

     


    Q. 신카이 감독의 작품에는 이른바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인상도 있어요. 각본의 흐름에서 자연스러운 것일까, 아니면 의도적으로 등장시키지 않은 것일까요?

     


    신카이 마코토 : 확실히 제 작품에는 악역다운 인물은 나오지 않죠.이에 관해서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주제나 이야기에 악역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심플한 이유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그릴 때 강렬한 악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아마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 낼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작품에 악역을 등장시키지 않아도, 다른 여러 작품에 매력적인 악역은 많이 등장하고 있고, 현실 세계에도 나쁜 사람은 많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부러 제 작품에 등장시킬 필요는 없을까 생각합니다(웃음). 그리고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에 관해서 말하자면 재해라는 악의도 선의도 없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주인공들이 대치하는 구조 위에서는 악역이 나올 막도 없어요. 나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굳이 설명하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Q. 조금 전 2011년 지진이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일본이라는 나라의 역사까지도 크게 바꿔 썼다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 또한 큰 전환을 강요받는 '시련'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을 배경으로 작품을 계속 만드는 신카이 감독님의 눈에 현재 상황은 어떻게 비치고 있습니까?

     

    신카이 마코토 : 불합리하게 좁고 불편한 공간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 감각은 코로나 사태로 더욱 강해졌습니다. 또, 코로나화로 시작해, 그에 따른 현재진행형의 문제도 포함해, 그에 대한 대응을 여러 나라와 비교함으로써, 일본이 지금도 미숙한 나라임이 명확해져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어쩐지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우수하고 여러 문제에도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를 통해서 그게 환상이었다고 객관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문을 닫는 소타는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다이진에 의해 세발 의자로 모습을 바꾸고 맙니다.  완성 보고 회견에서는 그 의자가 '불편한 시대나 장소에 갇혀 있는' 감각을 상징하고 있다고 말하셨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로 안고 있는 불편한 감각을 의자라는 작고 딱딱한 것에 갇혀 자신의 퍼포먼스를 발휘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소타의 모습에 담고 싶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일본의 풍토나 문화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계속 살고 있습니다. 그건 무척 신기한 느낌인 것 같아요. 애착이 가는 동시에 거기에 묶여 있는 것 같은 복잡한 마음도 있고, 그런 환경 속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작품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ㅣ

     

     

     

    | 신카이 마코토 월드를 확립시킨 스즈메의 문단속

     

     

    삶과 죽음을 묘사하는 이야기, 혹은 그런 외계에서 방황하는 이야기가 되면 항상 이런 경계선이 되는 것들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곳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터널이 그것이다. 특히 판타지 요소가 강한 작품이라면 거기에 죽음의 냄새를 느끼게 하지 않도록 철저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은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삶과 죽음의 병렬관계를 미리 제시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극히 심플한 로드무비이다. 규슈 남부의 항구도시 (미야자키현 부근)에서 페리를 타고 에히메현에 도착해 아카시 해협 대교를 건너 고베로 들어가 신칸센으로 도쿄로 향하고 자동차로 동북도를 달려 동일본 대지진의 재해지인 도호쿠로 향한다. 그때의 흔들림은 규슈에까지 순식간에 전파됐다. 그 흔들림의 길을 어린 날 피해를 입은 소녀가 10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 며칠에 걸쳐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이 소녀의 여정 속에는 당연하다는 듯,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그려지며 결코 극적이지 않은 소소한 만남과 이별이 반복된다. 그러면서도 저주로 의자가 된 청년을 되찾기로 결심하고, 구체적으로 어딘지 모르는 어머니가 죽었던 곳, 과거 함께 살았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살아있는자, 앞으로 살아갈 자들과의 이야기는 온화하게 죽을 자, 이미 죽은 자들과의 이야기는 한없이 극적으로. 이 콘트라스트를 한 영화 속에서 교차시킴으로써 단순히 삶의 끝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순열의 구조가 아닌 것임을 보여준다. 

     

    극중 여러 차례 소녀가 내뱉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말, 혹은 종반으로 향하는 장면에서 의자가 된 청년의 할어버지에 대해 내뱉는 살지 죽을지 결정하는 것은 운이라는 말로도 드러난다. 사람은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 한마디로 '운'이라고 말해 버리면 남에게 떠넘기는 말로도 들리지만, 원래 운이란 인지 인력이 미치지 못하는 저항할 수조차 없는 강인한 것이다. 그런 운에 과감히 맞서는 소녀를 이끄는 것이 행운을 불러올 것 같은 외모를 가진 얄미운 하얀 고양이라는 점에서 이야기가 어느 쪽으로 돌아설지 불분명한 스릴이 만들어졌음은 분명하다. 

     

    이 이야기에서 등장인물이나 고양이 이상으로 신카이 마코토라는 작가의 사생관을 대변하는 것은 폐허다. 고즈넉한 온천가에서 시작해 산사태로 손괴된 학교. 거리에서 보이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게 된 유원지. 사람들로 붐비는 도쿄의 지하에 고요히 서 있는 정적의 공간에 지진 재해로 해일에 삼켜진 주택가. 모두 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펼친 즐거운 사람의 시간을 채우고 대조적은 죽음을 맞이하여 그 상태로 계속 있는 곳이다. 

     

    일찍이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돌리게 하고, 그 소리를 듣는 것으로써 '뒷문'을 통해서 피안으로부터 오는 괴이를 봉할 수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거리나 건출물에 오랜 세월에 걸쳐 스며들어 간 기억의 집적과 마주하는 드라마인 것이다. 생물이 아닌 그것들에 본래라면 삶도 죽음도 존재하지 않지만, 확실히 죽은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죽거나 자연적인 악신던트를 당하거나 끝은 고독한 채 잊혀져 간다. 폐허들의 죽음은 인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카이 마코토가 현재와 같은 역동적인 제작자로 변신한 이후 작품을 되돌아보면 너의 이름음에서는 운명적으로 뒤바뀐 남녀의 코믹한 연애담과 동시에 혜성의 충돌이라는 상당히 특이한 불운에 의해 멸망당한 사람들의 삶이 있었다. 날씨의 아이에서는 도쿄 전역에 계속 내리는 비라고 하는 자연 재해에 영웅적인 청춘담이 겹쳐져 도시의 거리 안에서 이물질처럼 자리잡은 상가건물이 열쇠 포인트로서 제시되었다. 모두 등장인물을 핵으로 하여 그들을 움직이기 위한 무대장치의 역할을 거리나 건축물이 떠맡게 되는 이른바 부차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무엇보다 배경미술의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것이 신카이 마코토 월드인데, 스즈메의 문단속은 소녀의 성장담이 줄거리상으로는 축이 된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재해에 이를 막는다는 것은 영웅적인 부분도 어떻게 보면 날씨의 아이와 많이 닮았다. 하지만 그곳에 펴허가 없다면, 현지인들에게도 잊혀진 곳이 없다면 이 이야기는 애초에 출발선에 서지도 않는다. 

     

    사람도, 거리도, 건물도, 그것들은 모두 언젠가 누군가가 어떤 형태로든 만든 것이다. 그것들 속에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기억의 집적을 우연히 17세 소녀가 건드린다. 그것은 수십 년 전의 광경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것을 만지는 영화 감상이라는 행위 자체와 매우 흡사하고, 그 우발성이야말로 무엇보다 운명적이다. 미리 그 장소에 존재했던 무언가를 만나 추억을 쌓을 것을 주인공에게 요구하고 동시에 관객에게도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괴이를 봉한 순간 쏟아지는 폭우는 그 장소에 집적된 무수한 기억들 그 자체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신카이 마코토 월드를 확립시키는 것이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