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8일 일요일 오후 3시경

     

    말이 처음 트였을 때부터 나는 아마 '엄마'를 마르고 닳도록 불렀을 것이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던 모든 일들이 닥쳐올 때, 부르기만 하면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준 나의 슈퍼 영웅, 엄마. 그럴 때마다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 척척 모든 것을 해줬다.

    이제는 반대로 엄마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때가 왔다. 세상은 계속해서 빠르게 변하고, 휴대폰으로 영화 예매를 하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아 엄마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겨울왕국 더빙판 영화를 보려 하는데 모바일 예약이 잘 안 된다고, 지금 일이 바쁘냐면서. 바쁘지 않은 딸은 뚝딱,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예약을 끝냈다.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또 한번 든다. 그 옛날 엄마랑 영화 보려면 극장에 가서 현금을 내고, 티켓 2장을 받아 들었더랬지. 엄마랑 영화를 함께 볼 수 있어 참 좋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예순을 넘긴 엄마는 아이마냥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빠르게 휙휙 지나가는 자막은 눈에 담기 어려워 더빙판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귀여운 엄마. 나 어릴 적 그랬듯이 이젠 엄마도 '딸'을 부르면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것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겠지. 나도 그럴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 척척 해줘야지. 절대로 귀찮다는 생각에 툴툴거리는 일 없이.

    엄마, 친구랑 영화 재밌게 봐. 24,000원은 내가 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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