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오래된 기록.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 19세기의 향취가 매력적인 골목에 자리한 좌식 전통찻집, 사람은 없고 나무가 많은 공원, 책장 넘기는 소리들이 하나의 배경음악이 되는 도서관, 바람이 불어 옷자락이 사납게 펄럭이는 옥상정원 등등.

    지친 심신을 잠시라도 느긋하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날들은 분명 우리들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할테지. 바쁘다, 바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다. 이런 말과 함께 집에서 소파나 방바닥, 침대와 혼연일체가 되지 말고, 산책!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찾아가기. 가까워도 좋고, 조금 멀면 또 어떤가. 원래 여행은 목적지에 닿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즐기는 것도 "여행의 묘미"라고 하듯이. 말이 잠시 길어졌지만, 그런 이유에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 [용산 가족공원]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그동안 찍은 사진이 몇 백장이나 된다. 어휴. 뭘 그리도 많이 찍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촌역(경의 중앙선&4호선)에서 내리면 된다. 출구가 바로 연결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國立中央博物館)으로 가는 길

    전철역에서 내리자마자 국립중앙박물관 이정표만 보고 걸으면 된다. 사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 한글 박물관, 용산가족공원이 인접해있는데, 국립 한글 박물관은 다음 기회에.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에 찍은 이촌역 전경과 전철역으로 향하는 무빙워크. 통로 벽면에 국립 중앙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디자인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니까, 앞만 보지 마시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오기를 추천한다.

     

     

    저 멀리 보이는 국립중앙박물관 건물의 위엄

    전철역을 빠져나오면 바로(1~3분 걷긴 했지만) 이런 건물이 맞아준다. 저 건물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박물관 자체 말고도 릴랙스할 수 있는 풍경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너도나도 기념 촬영, 국립중앙박물관의 View Point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건 아마도 거울못(연못 위로 거울처럼 세상이 비친다죠)과 청자정일 거다.모두들 한마음이 되어 주머니나 가방에서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드는 곳으로, 외국인도, 할머니도, 아가씨도, 남학생들도 거울못에 반영된 풍경과 청자정을 예쁘게 담아내려고 같은 곳에 모여있다. 이날은 아무리 찍어도 거울못 반영 사진이 예쁘게 담기지 않아 담에 예쁘게 찍기로 결정.

     

     

    거울못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대신에 이렇게 국립 중앙 박물관을 아웃포커싱으로, 거울못을 둘러싼 벤치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담았다. 이런 사진이 더 좋다. 상하단에 블러 처리가 안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자동 옵션이 귀찮아서 내버려 뒀더니, 하하. 망했네.

     

     

    아름다운 청자정(靑瓷亭)을 가까이 다가가서 올려다보기

    그런데 청자정이 뭐지?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상징물로 건립한 청자정은 고려 의종11(1157)년 대궐 동쪽의 별궁에 양이정(養怡亭)을 짓고, 지붕을 청자로 덮었다는 고려사의 기록에 근거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국립 박물관에 향하면서 만난 노천카페 이름이 'CAFE 청자'였다. 그 청자가 이 청자였군. 아니면 말고, 나란 여자 뚝심 따윈 없는 여자.

     

     

    청자정 위에서 드러누워서 책 읽거나, 음악 듣거나, 말없이 시간 보내기

     

    *신발 벗고 올라가라, 신고 올라가면 안 된다.*

     

     

    청자정으로 가는 청자교(이름이 없었으니 내 맘대로 청자교(靑瓷橋)) 위에서

    거울못이라서 그런가 뭐든 반영되는 것 같아서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는 매력. 다리 이름은 무엇인가. 알 수 없다. 아는 사람 있다면 알려줘. 검색하기도 너무 귀찮아. 

     

    무성한 수크령을 헤치며 걸으니 그야말로 가을의 향연에 취한 느낌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풀 사촌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진 속의 식물은 '수크령' 이라고 한다. 꽃은 8-9월에 피는데 흔히 양지쪽 길가에서 잘 자란다고. 꽃말이 "가을의 향연"이라고 하는데, 석양에 물들어 황금빛 물결을 이루고 있는 걸 보니까 그 꽃말이 괜히 붙여진 게 아니더라. 가을의 향연 느낌을 함께 즐기고자, 수크령 사진을 좀 많이 올려봤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하는 계단 중앙에 자리한 화단 속의 란타나 꽃송이들

    꽃이 참 예쁘다. 아마 오며 가며 많이 보았을 이 꽃은 '란타나(칠변화)'라고 한다. 색깔이 화려하고 자극적인 데다가, 굉장히 매혹적이지 않은가? 뭔가 수십 개의 우산을 펼친듯한 꽃잎들도 신기하고, 사각형 모양의 꽃봉오리도 귀엽다. 꽃의 색이 일곱 가지로 변한다고 해서 칠변화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단다. 대신에, 예쁘다고 해서 함부로 만지면 안 되는 꽃이다. 식물 전체가 독성이라서, 민감성 피부인 사람은 피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한테는 특히 더 조심시켜야 한다고, 인터넷이 알려줬다.

     

     

     

    국립중앙박물관의 View Piont 2, 광장 계단

    내가 진짜 좋아하는 공간. 계단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 특히 맨 마지막 사진처럼, 액자 속의 액자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라서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네. 좌우에는 상설 전시관과 기획 전시관이 있고, 두 개의 전시관을 연결하는 광장이 있거든. 굉장히 넓고, 탁 트여서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느긋해진다. 상설 전시관은 무료입장이며, 기획 전시관은 유료. 단, 기획 무료 전시도 있다. 

     

    광장 계단 위에 올라가면 보이는 남산타워

    물론 계단 위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남산 타워는 보인다. 중요한 건, 국립중앙박물관의 광장에서 서울이라는 공간을 즐길 수도 있다는 것.

     

    국립중앙박물관 관람시에 알아둬야 할 것.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개관, 그 다음날이 휴관.

     

     

    국립중앙박물관의 1층은 내가 책임진다, 경천사 십층 석탑

    1층 로비로 들어오면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지만 (거의 1층 로비 끝) 멀리서도 경천사 십층 석탑은 시선을 고정하게 만든다. 뭔가에 이끌리듯 다가가게 하는 건, 역시 문화유산의 거부할 수 없는 힘인 것 같다. 국립 중앙 박물관에 가면 난 무조건 경천사 십층 석탑 앞으로 간다. 거기 한 바퀴 도는 게 그냥 습관이 됐달까. 그리고 이 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굉장히 즐겁다. 특히 외국인들을 보면 뭐랄까 기분이 미묘해진다. 우리 문화유산이 외국인 눈에는 어떻게 비추어질까도 궁금하기도 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에서 6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기 때문에,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방문객의 점유율도 굉장히 높다. 

    *경천사 십층 석탑(敬天寺 十層石塔)*

    [이 탑은 고려 충목왕(忠穆王) 4년(1348)에 세운 십층 석탑으로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고려 석탑의 전통적인 양식과 이국적인 형태가 매우 조화로우며, 고려인이 생각한 불교 세계가 입체적으로 표현됐다고. 각 층의 면마다 부처와 보살의 법회 장면이 조각되어 있다. 1960년에 경복궁에 복원되었으나 산성비와 풍화 작용에 의해 보존상의 어려움으로 국립 중앙 박물관에는 2005년에 이전되어 복원됐다고 하니 참고하자.]

     

     

    2층 로비에서 경천사 십층 석탑과 사람들을 배경으로

    국립 중앙 박물관은 '풍성한 볼 거리'와 여가를 즐기기 위한 쾌적한 공원의 조성으로 가족 단위로도 많이 찾는 곳. 약 5천여 점의 유물이 46개 전시실에서 상설 전시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에도 무척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박물관(도서관, 미술관 등 각종 '관' 체험)이라는 공간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굉장히 좋은 교육 방법 중의 하나일 테니까.

     

     

    모든 기념사진은 손가락 V와 V를 하지 않는 두 가지 버전으로 촬영한다

    기념촬영하는 어리고 예쁜 친구들이 참 보기 좋다.

     

     

    2층 로비에서 1층 로비에 있는 사람 구경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면 다양한 국적, 연령층의 사람을 볼 수 있어서 더 좋다. 이곳 또한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의 하나. 

    3층 로비에서 1층 로비 내려다보기

     

     

    2층 서화관, 불교 회화를 감상하는 외국인 관람객

     

     

    12지신

     

    천국의 무덤, 타지마할을 바라보고 있는 이모

     

     

    죄를 소멸하는 수륙재 의식집

    일체의 악(惡)을 없애준다고 하는 불정존승다라니. 물과 육지에서 헤매는 외로운 영혼과 아귀(餓鬼)를 달래며 위로하기 위하여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수륙재의식집. 죄를 소멸한다는 글귀 하나로 한참을 서성였다. 

     

     

    거북이를 들고 있는 동자

    죽은 자들이 극락에 가기를 기원하는 동자들로, 내세에서는 부디 거북이처럼 오래오래 살기를 기원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극락으로 가는 배 (Boat to the Western Paradise)

    용머리 모양을 한 배는 두 개의 돛을 달았다. (조선 19~20세기)

     

     

    국립 중앙 박물관 내에 전망 좋은 휴게실

    멋지지 않나?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서 밖을 바라볼 수가 있는 곳이다.

     

     

    중국 디지털 회화 관람을 위한 의자

    중국 회화를 4계절로 디지털화 시킨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인데, 관람실 내부를 중국의 객잔처럼 꾸며놨다. 4계절을 관람하는데 소요하는 시간은 약 8~10분. 여기서 하루 종일 있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그래서 2번 봤다.

     

     

    무조건 맨 앞에 앉아야 한다. 관람객이 적은 시간대를 골라서 갔기 때문에 홀로 맘껏 만끽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팔선 무늬 병

    나는 이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팔선이라 함은, 중국에 전해 오는 8명의 선인(仙人)으로 여러 예술 장르(소설, 희곡, 회화, 조각, 건축, 공예 등)에서 주제로 만들어졌기 때문.

     

     

    쉼터

    쉬는 동안에도 눈을 즐겁게 하는 곳.

     

     

    의자를 좋아하는 의자 덕후로, 박물관 안에 비치된 의자가 전부 맘에 든다. 

     

     

    보살 & 유하묘도

     

    잉어 구경

     

     

    배고플 땐 스낵바에서 떡볶이를

     

     

     

    갈증날 땐 카페 청자에서 아메리카노

     

    사진 촬영일 : 2016년 9월의 어느날. 

    22년인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떻게 달려졌을까. 다시 가서 한번 더 찍어와야지.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