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김밥, 엄마의 사랑이 넘치는 김밥!

     

    어제 오후 5시 즈음에 엄마한테 김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달걀도, 오이도, 햄도, 어묵도, 김도, 밥도 모두 있었기에. 사실 성인이 되고 나면 엄마가 싸주는 김밥을 먹을 일이 거의 없다. 어릴 때도 엄마의 김밥을 맛볼 수 있는 날은 고작 초등학교 운동회와 소풍날 정도. 요즘은 가족끼리 어딘가로 1박 2일로 여행을 가기 전 엄마는 항상 김밥을 준비한다. 여행 기분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안에서 가족끼리 냠냠하는 그 김밥으로 한껏 고조된다. 각설, 엄마의 김밥 만들기. 엄마가 귀찮건 말건 옆에 딱 달라붙어서 계속 사진 찍었다.
     

     

     

    오이와 게맛살과 달걀 준비 완료

     

     

    몰랐는데 어묵과 햄을 간장을 살짝 뿌려 볶는다고 한다. 어묵은 볶는 거 알았는데, 햄은 솔직히 볶는 줄 몰랐다.  대체 난 아는 게 뭔가.

     

     

    준비 완료. 여기까지 속재료를 준비했을 때, 우리는 달걀의 노란색에 현혹되어 김밥의 핵심, 가장 중요한 단무지가 부재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마가 나가서 사온다고 하길래, 말렸다.  그래서 그냥 단무지 부재중 김밥 만들기를 계속했다. 
     

     

    도마 준비, 김 준비.

     

     
    어릴 땐 꼭 옆에서 햄만 집어 먹었던 기억이 나는 듯 안 나는 듯.
     

     

    도마 위에 김발 준비.

     

     
    김도 앞면과 뒷면이 있다고 한다. 맨질맨질한 부분과 약간 까슬까슬한 부분이 있는데, 까슬한 부분에 밥을 올리면 된다고 함. 고로 맨질한 부분을 뒤로 하고 김발 위에 올려주면 됨.
     

     

    그리고 이제 밥 준비.

     

     

    엄마는 참기름을 싫어한다. 그래서 꼭 직접 짠 들기름만 사용한다. 할머니표 들기름 붓고, 소금도 넣어서 간 해주고
     

     

    깨 폭포수. 엄마???  깨가 아주 쏟아지누만!
     

     

    엄청난 속도로 휙휙 주걱으로 비벼주면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봄.

     

     

    물 한사발 준비. 밥에 손에 달라붙으니까 물에 첨벙 손을 담갔다가 밥을 한 움큼 가져와서 김 위에 올린다. 
     

     

    엄청난 속도. 아마 내가 김밥 1줄 쌀 때 엄마 10줄 쌀 각. 그래서 난 얌전히 구경만 하는 걸로. 입만 살은 걸로.

     

     

    재료를 알아서 올려주고
     

     

    말기말기.

     

     

    엄마가 힘을 꽉꽉 주면서 말길래 내가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이거 늙어서 손에 힘 없으면 김밥도 못 싸겠어... 엄마 웃기는 데 성공함.

     

     

    엄마 김밥 싸는데 내가 옆에서 외친다! 스톱!!! 한장만 찍을 게.
     

     

    스톱! 이것도 한장만 찍을 게.

     

     

    그렇게 뚝딱 김밥 2줄 완성. 거짓말 안 보태서 진짜 1개 싸는데 1분도 안 걸린 느낌. 담엔 시간을 재볼까.

     

     

    이거 통째로 들고 뜯어먹어도 괜찮겠...
     

     

    엄마? 얜 왜 찌그러졌어요? 왜 동그랗지 않죠?

     

     
    그렇다 우리 엄마는 평소에 김밥을 절대로 동글게 말지 않는다. 물방울 김밥만 만든다.
     

     

    물방울 김밥으로 하트도 만들 수 있다.

     

     

    내가 동그랗게 말아 달라고 해서 엄마가 선심 쓰듯 두 줄만 동그랗게 만들어 줌.

     

     

    엄마 사랑이 넘치는 하트 김밥. 단무지 없으면 어때, 사랑이 가득함.
     

     

    엄마 칼질 구경하면서 낼름낼름 하나씩 집어 먹다 보니 김밥 4줄로 밥이 동이 났다. 
     

     

    엄마가 접시에 이쁘게 담아서 줬다. 도마 위에 그냥 올려놓고 먹는 건 김밥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김밥꽃 (?)

     

     

    재료가 이렇게 남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한 마디. 내일 단무지 사와서 또 만들어 줄게. 엄마, 아무리 단무지가 들어갔다고 해도 이틀 연속 김밥 먹기는 시른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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