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 필사의 탈출까지 14일간의 여정 | 류승완 감독 일본 인터뷰

    모가디슈 작품 소개

     

    소말리아 내전 탈축극 - 류승완 감독은 '충격 실사 영화화'에 어떻게 맞섰을까. 

     

    소말리아 내전에 휘말린 남북한 대사관원들의 생사를 건 탈출극. 2021년에 한국에서 No. 1 히트를 기록한 모가디슈 (일본개봉일 7월 1일)는 서울 올림픽 이후, 불과 2년 만에 벌어진 알려지지 않은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한국의 대표 명배우 김윤석과 인기배우 조인성이 첫 공동출연을 했으며 한국의 아카데미상으로 일컬어지는 '제42회 청룡영화상'에서는 최우수작품상, 감독상을 포함하여 5개 부문에 걸쳐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 중 하나인 '포르트국제영화제'의 오리엔트 부문 최고작품상 (Best Film Award)을 수상했다. 

     

    모가디슈의 감독은 베테랑, 베를린, 부당거래의 감독으로 한국의 타란티노로도 불리는 류승완. 실화에 기반한 충격의 인간 드라마는 과연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번에 이메일 인터뷰에 응해준 류승완 감독. 모가디슈의 제작비화뿐 아니라 주목하고 있는 영화작가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다. 

     

     

    한국 포스터와 일본 포스터

     

    류승완 감독

     

    모가디슈 연출을 맡게 된 경위

     

    Q. 원래는 영화 '신과 함께'의 김용화 감독이 극중에서 그렸던 사건에 대한 영화화를 모색하셨던 것 같습니다. 어떤 경위로 모가디슈의 연출을 맡게 되셨나요?

     

    류승완 : 처음엔 소말리아 내전 때 탈출한 남북한 외교관의 이야기를 김용화 감독님이 직접 연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모티브에 대해 전해 듣고는 놀라울 정도로 영화적이긴 했지만, 저와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김용화 감독님이 스케줄 사정으로 연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우연히 제게 연출 제안이 왔습니다. 그 시점까지 만들어졌던 각본을 받아 검토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방향성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김용화 감독님이 준비하던 감복은 훨씬 장르적이었고, 코미디 부분이 풍부해 비극적인 요소가 강화된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사건 자체가 드라마틱, 이미 풍부한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간결하고 건조하게 이야기를 전개시켜도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나의 방향성을 인정해준다면 맡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계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의 비전에 따라 이 이야기의 방향을 제시하는 각본을 쓰고 '이 비전에 동의해 준다면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쓴 각본에 대해 김용화 감독님과 덱스터 (스튜디오)가 동의해 주셔서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모가디슈에 참고가 된 자료

     

    Q. 실제 사건에 관해 철저한 리서치를 했다는데 영화화하면서 특히 참고가 된 자료는 무엇인가요?

     

    류승완 : 사건의 중심 인물이어던 강신성 대사의 '탈출'이라는 수기 소설이 출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소설은 한쪽 시각으로만 기록된 것이었고, 실제 소말리아 내전의 전반적인 묘사와 북한의 상황 등에 관한 언급이 부족했습니다. 이에 제작진은 소말리아 내전을 비롯해 당시 아프리카 내전 자료를 꼼꼼히 찾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프라카 역사 전반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국 대학의 정치외교학과에 재학중인 전문가분뿐만 아니라 1980년대 아프리카나 중동지역의 국가에 근무했던 외교관분들에게 인터뷰를 통해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외교관으로 현지에 있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점도 물었습니다. 외교관분들이 집필한 책도 나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보았습니다. 또한 미국 대사관의 공식 자료 (정부 규제가 해제된 것)와 당시 소말리아에 있던 미국 대사관의 공식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내전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장 참고가 된 자료는 당시 소말리아 국영 TV에서 근무하다 내전 중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탈출한 분의 수기였습니다. 거기에 기록된 장면을 그 어떤 영화보다도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현재 소말리아에서 한국으로 온 유학생이 몇 명 있습니다. 그들과 만나 정기적으로 제 사무실에서 리서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가족에게 전화를 연결한 적도 있었습니다. 나이 드신 분도 계셨기 때문에 당시의 일에 대해 의견을 듣곤 했습니다. 말이나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셔서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로코 촬영의 이점

     

    Q. 모로코 올로케이션 촬영이었습니다. 고생을 많이 하셨을 텐데, 모로코 촬영에서의 이점, 영화에 끼친 좋은 영향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류승완 : 촬영할 때 좋았던 것은 안정된 자연광입니다. 일정한 광량을 가진 태양이 매일 규칙적으로 이동해 주었습니다. 아주 질 좋은 빛을 가진 태양이 안정적으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안정된 태양광을 받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덕분에 좀 더 계획적으로 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전 11시에 어느 위치에 태양이 있을까를 정확히 예측할 수가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하지 못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희가 촬영한 에사빌라 사람들은 착하고, 매우 친절했습니다. 물론 언어 문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특별한 마음이랄까요. 그건 국경이나 인종, 언어의 벽을 넘는다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모든 게 잘 통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제일 고생한 건 역시 식사였습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술도 못 마시는 이슬람교 국가였으니까요. 다행히 외국인의 음주는 허가되어 있었기 때문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음식을 실컷 먹지 못했다는 부분은 고생이 많았습니다. 한국 요리를 먹을 수 없을 때는 일본 음식점에 가서 된장국 등을 마시면서 한숨 돌리곤 했습니다. 

     

     

    내전의 리얼리티

     

    Q. 내전 표현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어떤 부분에 공을 들이셨나요?

     

    류승완 : 관객여러분이 실제 사전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영화관의 불빛이 꺼지고 영화가 상영되는 순간부터 마치 모가디슈에 있는 듯한... 그런 체험을 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진짜'로 보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린백을 사용하는 촬영을 최대한 배제하고 배우와 스태프가 4개월 넘게 '현지에서 100% 촬영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한국을 출발했습니다. 

     

    극중 상황이 전개되는 공간은 거의 진짜처럼 세팅했습니다.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지만 사실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고 그걸 찍는다는 게 저희의 원칙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극은 계산해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반응에 의한 연기가 대부분입니다. 즉 사실적인 상황에 대해서 실제로 반응해서 연기하고 있었던 거죠. 계산해서 만들 만한 가짜 순간이 없었기에 더욱 리얼리티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배우와 스태프가 사실적인 상황을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술팀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길에 야자수를 심거나 옛날 오래된 자동차를 스페인에서 공수하면서 거리를 세팅했습니다. 한국에서 제작을 시작한 지 약 6개월 이상이었고, 캐스팅은 물론 흑인 배우를 갖추고 소말리아어를 외치며 돌아다닐 수 있게 되기까지 제작진의 노고에 힘입어 이 작품이 완성됐습니다. 감독으로서 다시 한 번 촬영팀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Q. 감독님의 작품 속 등장인물은 매우 용기 있는 캐릭터들입니다. 감독님께서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류승완 : 얼마나 진짜처럼 보일까...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결국 영화라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내가 아는 사람이다'라고 느끼는 인물을 창조하는 것이 제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제작자는 머저 그 인물을 알아야 합니다. 그냥 단순히 카메라 앞에서 세워서 대상화하는 게 아니라 제가 아는 인물로 만들어 그 인물의 삶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요 등장인물에게는 고유의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재미있다는 말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계속 변화하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발생시키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너무 진지해서 재미가 있을 수도 있고, 너무 활발해서 재밌을 수도 있어요. 어쨌든 인물 고유의 개성과 재미가 필요합니다. 

     

    Q. 한국대사 한신성 (김윤석), 북한대사 임영수 (허준호), 한국참사관 강태진 (조인성), 북한참사관 태준기 (구교환). 각각의 대립 구조도 매력적입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캐릭터의 특성을 정하셨나요?

     

    류승완 : 이 작품과 같은 모티브를 그릴 경우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선입견입니다. 이미 발생한 사건에서 이런 특수한 모티브를 다루면 관객들은 자신들이 기대하는 내용을 머리에 떠올리고 극장에 올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 제작자와 관객은 일종의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관객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것만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면 관객은 예상대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뻔히 여기고 실망합니다. 그렇다고 관객의 기대치를 크게 벗어나면 관객은 당황하게 됩니다. 즉 기대와 배신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그것이 저에게는 매번 큰 과제입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균형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가디슈와 같은 이야기를 그릴 때 제작자의 의도가 드러나는 건 개인적으로 취향이 아닙니다. 인물로 하여금 상징성을 갖게 하기보다는 그런 특수한 상황에 처하면 어떤 성격이 드러날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거기에서 묻어나는 개성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습니다. 

     

     

    Q. 이야기 후반부에는 카액션도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고생하신 부분과 고집했던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류승완 : 현대 관객들은 멋진 자동차 체이스 장면에 익숙합니다. 게임을 비롯한 다른 분야의 영향도 받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적인 연출이라는 목표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감정라인과 영화 전체에 감도는 긴장감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액션 장면을 만들 때마다 품고 있는 고민 중 하나는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입니다. 빠르고 강렬한 장면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이 양질의 서스펜스를 느끼기 위해서는 '이 인물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 인물은 어디로 가고 있고 무엇에 쫓기고 있는가'에 대한 이해, 설명이 이루어진 후에 장면이 전개되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초 설계를 바탕으로 위험한 스턴트를 해낼 수 있는 숙련된 팀의 수완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외국에서 촬영하면서 꽤 오래된 자동차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시대 배경이 약 30년 전이라 그만큼 오래된 차량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차량의 상태가 상당히 나빴습니다. 해외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카메라 팀이나 카 스턴트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추는 데 고심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노하우를 결집시켜 우리는 주어진 조선 속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Q. 김윤석, 조인성 씨와는 첫 공동 작업이었습니다. 완성된 작품에 대해서 소감을 들으셨나요?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류승완 : 첫 시사회를 마친 후, 김윤석 씨가 저를 보고 환하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배우들이 모두 입을 모아 이건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라고 했습니다. 개봉 당시 한국은 코로나 19 감염 상황이 심해 여러 영화가 개봉관이 아닌 비디오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희는 상업적인 이익은 차치하고 '모가디슈'가 가진 영화의 힘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장에서 상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배우들은 '이 영화는 방송에서 먼저 보여주면 절대 안된다'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해주었습니다. 

     

     

    Q. 현재 주목하는 영화 감독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류승완 : 최근 몇 년동안 알리 아바시 감독의 '경계선'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흉내 낼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고스트 스토리 (A GHOST STORY), 그린 나이트 (The Green Knight)를 찍은 데이비드 로어리 감독의 작품도 흥미롭습니다. 고스트 스토리는 최근에 본 것 중 최고의 러브 스토리였습니다. 일본의 아티스트 중에는 바람의 검심 액션 감독인 타니가키 켄지 씨가 최근 활약하고 있는 액션 감독 중에서도 가장 개성적이고 파워풀한 장면을 연출하는 분인 것 같습니다. 

     

    차기작으로는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가 있습니다. 제목은 밀수.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국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해양 밀수극입니다. 해녀가 밀수 범죄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같은 훌륭한 배우들이 출엽했습니다. 그들의 배우 인생에서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배우들의 연기를 볼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올 겨울에는 큰 성공을 거둔 베테랑 속편 촬영이 시작됩니다. 황정민을 비롯한 형사팀 배우들도 등장하여 새로운 범죄에 맞서 활약할 예정입니다. 아마 전작보다 더 깊고 어두운 면을 그리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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