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Broker, 2022년 6월 8일 한국 개봉)
- 영화/한국영화정보
- 2022. 7. 20.
브로커
(Broker)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배두나, 이주영
2022년 6월 8일 한국 개봉
2022년 6월 24일 일본 개봉
| 작품 간단 스토리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기생충'의 명배우 송강호를 주연으로 처음으로 제작에 임한 한국 영화 [브로커 (Baby Broker)]. 아이를 기를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이를 두고 가는 베이비 박스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오리지널 각본으로 그렸다. 낡은 세탁소를 운영하면서도 빚에 쫓기는 하상현(송강호)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아동 요양원 출신 윤동수(강동원)에게는 베이비 브로커라는 또다른 생업이 있었다. 어느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내리는 밤, 두 사람은 젊은 여자 문소영(이지은)이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간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그러나 그 다음날 마음을 돌려 돌아온 소영은 아기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데려왔음을 자백한다. 아이를 키워줄 가족을 찾으려 했다는 변명에 질린 소영이 결국 이들과 함께 양부모 찾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한편, 상현과 동수를 검거하기 위해 미행하던 형사 안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영)는 결정적인 증거를 잡으려고 이들의 뒤를 쫓는데...
| 작품 간단 소개
영화 '의형제'에 공동 출연했던 송강호와 강동원, 2009년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공기인형'의 주연이었던 배두나 등, 한국의 실력파 출연진이 집결. 2022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어 주연 송강호가 한국인 배우 최초로 남자배우상을 수상했으며, 인간의 내면을 풍부하게 그린 작품에 수여되는 에큐메니컬 (ecumenical) 심사원상도 수상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 DIRECTOR'S STATEMENT
영화 '브로커'를 준비하는 동안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고 시설에서 자랐는데, 그 중 몇몇은 '과연 나는 태어나서 좋았던 것일까?' 하는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명확한 답을 갖지 못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생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나는 그들에게 단언할 수 있을까? 너 따위는 태어나지 않는 것이 좋았다는 안팎의 목소리에 맞서 굳건하게 살아가려 하는 아이들을 향해 나는 어떤 영화를 제시할 수 있을까? 작품을 만들 때 중심이 되었던 것은 늘 이 물음이었다. '브로커'는 올곧게 생명을 마주하고, 등장인물을 모습을 빌려 나의 목소리를 솔직하게 전달하고자 했던 작품이다. 기도 같은, 소원 같은 그러한 작품이다.
|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 기생충의 송강호
시작은 약 6년전, 출연자와의 만남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이 영화제에서 만난 대한민국의 국민배우 송강호와 강동원, 그리고 공기인형 출연 후 다시 함께 하기를 다짐했던 배두나. 그들과 대화를 거듭하면서 함께 영화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된 것은 필연이었다. 이 작품의 구상 중에 감독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최고봉의 영예를 안았고, 송강호는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으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으며, 뉴욕타임스가 뽑은 '21세기의 위대한 배우 25인'에도 선출됐다. 여기에 한국 최고의 가희로 압도적 인기를 자랑하며 여배우의 새로운 경지에 도전하는 이지은 (가수명 : 아이유)과 이태원 클라쓰로 신세대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주영 등이 참여했다. 촬영에는 '버닝'의 홍경표, 음악에는 '오징어 게임'의 정재일과 일류 스태프들이 더해져 고레에다 감독과 대한민국 최고봉 재능의 만남이 오랜 시간 녹여온 기획에 뜨거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 인생 베스트 영화를 갱신하다 : 브로커
아기를 비싸게 판다, 그뿐이었다... 사건과 의혹이 얽혀 관객을 충격적인 감독으로 이끄는 명작의 탄생.
1년에 몇 편인가, '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영화관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작품이 있다. 브로커는 바로 그런 작품에 속한다. 감독은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에 오른 어느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은 기생충으로 유명한 유일무이한 명배우 송강호.
[이야기가 유난히 재밌다]는 시작은 베이비 박스라는 서스펜스의 스릴까지 더해져 가슴 떨리는 감동으로 이어진다.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아기를 빼돌려 마진을 버는 베이비 브로커 남자 2명 상현과 동수. 어느 비오는 밤, 두 사람은 CCTV 영상을 지우고 젊은 여성 소영이 맡긴 아이를 몰래 데려간다. 그러나 다음날 다시 돌아온 소영에게 의심을 받게 되고, 결국 소영과 함께 아기 우성이의 양부모를 찾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기를 되도록 비싸게 팔려는 여행은 예상외의 방향으로 흐르는데...
이 영화의 특징은 아이를 기를 수 없어 익명으로 맡길 수 있는 '베이비 박스'가 가지는 사회성과 시비의 문제 제기, 그것을 둘러싼 인간. 게다가 살인 사건에 얽힌 서스펜스가 더해져 영화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재미와 다양한 감정의 물결이 영화 전체적으로 지속된다.
영화의 제작발표 단계부터 설렘이 가득했던 '브로커'. 바야흐로 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세계적 감독이 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독특한 존재감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배우 송강호.
쉽게 볼 수 없는 두 사람의 콜라보에 더해 강동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009년에 제작했던 '공기인형'의 주연 배두나, 아티스트 아이유로 활동하는 이지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이주영 등 실력과 인기와 기세를 겸비한 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연출과 연기. 최고가 겹치는 순간. 극상의 영화 체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5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된 브로커는 높은 평가를 받아 송강호가 최우수 남우상을 수상, 한국인 최초라는 쾌거를 이뤘다. 게다가 에큐메니컬 심사원상 (인간의 내면을 풍부하게 그린 작품에 수여됨)에도 빛나 2관왕을 차지했다. 공식 상영에서는 12분 이상의 스탠딩 오베이션이 일어났고, 심사위원장에게서는 '이 영화는 피의 연결이 없어도 가족이 존재할 수 있음을 매우 친밀한 방법으로 보여준다'는코멘트를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에서 '유사가족'이 때로 '진짜 가족'을 능가하는 강한 결합을 지닌다는 것을 감동적이고 지극히 인간적으로 그렸다. 상징적이었던 건 베이비 박스에 자신의 아이를 맡긴 젊은 여성 소영이 불을 끄고 중얼거리는 장면. 눈물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흘러내리며 흘러내리는 듯한 감각을 선사해준다.
이따금 찌르는 듯한 스릴이 도사리고 있어 방심할 틈이 없는 브로커. 더욱이 중반부터 종반에 걸쳐서는 등장인물들이 다정하게 다가서고, 때로는 애틋하게 이별하며 한 걸을을 더 내딛으려 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모습들이 영혼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기를 팔려 하는 베이비 브로커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배두나가 연기한 역할은 마치 가족처럼 서로 감싸고 의지하는 악인들의 모습을 관측하면서 자신의 내면과도 마주하게 된다. 퉁명스러운 표정 속 깊이 감춘 섬세함. 그리고 그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후배 이형사와의 대화도 최고. 관객의 시점과도 겹치는 이야기도 주목할 부분이다.
브로커는 영화 이상의 체험으로 자신의 유년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작품일 것이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재밌었다는 심플한 느낌만을 가진 사람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엔드롤이 나오는 순간,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치밀어 오를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를 버린 부모,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그리고 버려진 아이를 타인에게 파는 어른... 모두 가족관계가 불완전한 사람들이다. 아이를 버리는 사람이 있는 한편,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기에 언뜻 보면 기브 앤 테이크가 성립하는 것 같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비합법 비즈니스인 점을 꼬집는다.
이 영화의 복잡한 정체는 송강호의 역할로 상징되고 있다. 미워할 수 없는 범죄자는 관객의 공감을 모은다. 무엇이 옳고, 누가 악인인가? 명확하게 답을 줄 수 있는 사람보다 답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칸영화제에게 송강호는 최우수 남우상을 수상하였는데, 송강호 배우에게는 칸에서의 첫 남우상이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으로는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에 이어 두 번째이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 괴로움을 거리낌없이 전하고 싶었던 '사랑'의 언어
고레에다 감독이 처음으로 제작한 한국영화 '브로커'. 고레에다 감독과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들의 만남에서 시작된 기획은 최고의 흐름을 타고 한국 개봉(22년 6월 8일)을 맞았다. 아기를 두고 가는 베이비 박스를 통해 만난 베이비 브로커, 형사, 어머니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 영화인들과 함께 전하고 싶었던 속뜻은 무엇일까.
[태어나줘서 고마워.] 이 대사에 제작자들의 생각이 집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동 양호 시설 출신인 아이들의 '나는 태어나길 잘했나?' 라는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은 고레에다 감독이 2015년에 시작한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아사노 스즈 (히로세 스즈)가 반복하는 자문자답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이 기이함을 무릅쓰고 다이렉트한 대사에 담긴 생각은 무엇일까.
고레에다 감독 : 그 장면의 각본을 언제 썼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다. 구체적으로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직접 만나 이야기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베이비 박스 출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들이 가장 안고 있는 건 자신의 삶을 긍정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가는 괴로움이었다. '태어나길 잘했나' '내가 태어나면서 누군가가 불행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지금 말을 들으니까 정말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스즈가 느끼고 있던 것과 같은 거다. 깊은 곳에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붐녕하게 어른측의 책임이다. 이 영화가 꼭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든 건 아니지만, 역시 그 물음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었다. 그게 그 장면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은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간 아이를 몰래 데려가는 상현(송강호)과 보육원 출신 동수(강동원)이 마음을 고쳐 먹은 엄마 소영(이지은)과 함께 아기의 양부모 찾기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크게 움직인다. 이번 작품에 깊이를 가져다주는 건 금전적 목적으로 아기를 팔려던 브로커들이 어느덧 아이의 행복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부각되는 동시에 엄마가 되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던 여성들이 이 여행을 통해 엄마가 되는 이야기가 동시에 나온다.
고레에다 감독과 송강호, 강동원을 연결한 것은 각국에서 열리고 있는 영화제였다. 칸 영화제, 부산 국제영화제 등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가장 먼저 쓰인 플롯은 배두나를 포함한 3명을 미리 상정하여 써내려갔다고 한다.
고레에다 감독 : 송강호 씨는 초기 단계부터 각본을 다시 쓸 때마다 읽어주셨다. 감독님께 맡긴다면서 ' 이전에 무엇은 좋았다' '이번엔 그게 없어진 게 아쉽다'라는 얘기를 자주 해주셨다. 그런 캐치볼을 거쳐 결정된 원고를 내는 타이밍에 메인 출연자에게는 각 캐릭터의 프로필 같은 걸 전달했다. 아기를 팔러 가는 쪽 3명에게는 그들이 만약 체포되었을 때, 경찰에게 조사를 받았을 때의 진술 조서를 준비했다. 생년월일로 시작하는 꽤 긴 것을 이번에 써봤다. 형사 역할의 배두나 씨에게는 시말서 형태로 자신이 이 사건에 어떻게 관여하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남편과 결혼하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꽤 길게 써서 참고로 건넸다. 촬영을 하다 보니, 연기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 전달하는 것에만 집착하여 제대로 '의견 전달'을 관철함으로써 스태프와의 양호한 관계를 구축해 온 고에레다 제작진. 이번에는 한국의 스태프, 출연자와 함께 했지만 이러한 환경에서도 배우진의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표정을 만나게 해주었다. 한국 배우와의 촬영에서 고에레다 감독의 마음이 움직인 것은 어떤 순간이었을까.
고에레다 감독 : 촬영하면 정말로 즐거운 사람들이다. 송강호 씨는 모든 테이크가 다르다. 전체 테이크를 바꾸려고 한다기보다는 모든 테이크를 첫 테이크처럼 경험할 수 있다는 확신이 그에게는 있었다. 그건 좀처럼 할 수 없는 일이다. 테이크를 거듭해도 거기에 안정하지 않는다. 그건 매우 재밌었다. 카페에서 딸과 마주하는 장면에서 '앞으로도 아빠는 아빠니까' 라는 흔한 대사 뒤에 원래는 없었는데 현장에서 '정말?'이라는 딸의 대사가 더해졌다. 그 한마디에 연기가 많이 바뀌어서 컷을 했더니 송강호 씨가 칭찬해주었다. (웃음) 그 말 한마디가 있느냐 없느냐로 상현이 안에서 꺼낼 수 있는 감정의 레이어가 전혀 다르다면서. 그런 연출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해주셨다. 배두나 씨는 볼 때마다 감탄한다. 소영이를 마주하는 옥상 장면이라든지 인상적인 장면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아무렇지도 않지만 자동차 창문에 달린 꽃잎을 끌어당기는 손놀림이 너무 좋았다... '이 장면은 필요 없지 않냐'는 말을 계속 들었는데, 찍다 보니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되었다.
고레에다 감독과 배두나와의 두터운 신뢰관계는 공기인형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서로의 촬영 현장을 오갈 뿐만 아니라 2016년에는 카가와현에서 개최된 사누키 영화제 2016에도 함께 참여하여 사누키 우동에 입맛을 다시며 둘이 무대인사에도 올랐었다. 그때도 배두나는 지금까지 연출된 것 중, 고레에다 감독을 가장 신뢰한다고 객석에서 말한 적도 있다.
고레에다 감독 : 매우 어려운 역할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녀는 마음의 민감한, 말로 하지 않는 부분을 굉장히 이해해주는 타입이다. 내가 쓴 각본에는 '...' 으로 표현되고 있는 부분이 많다. 그녀가 맡은 수진의 대사는 특히 그랬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각본에서 '...'이 없어졌다. 처음에 각본을 읽었을 때, 내가 배두나에게 미리 얘기했던 수진이라는 캐릭터와 한국어로 읽었을 때의 캐릭터가 어긋난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본어 각본도 읽고 싶다고 해서 건네주었더니, 그녀 나름대로 일본어를 아는 사람과 비교해주었다. 그래서 '...'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양쪽 각본을 가지고 와서 '...'이 어떤 뉘앙스인지 알려달라고 해서 설명했더니 '그건 한국어가 되면 사라지니, 그걸 전하고 싶으니 언어가 다르니 바꾸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 내가 일본어로 전하고 싶은 뉘앙스를 정확하게 한국어로 바꿀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들뿐만 아니라 이번 작품에는 수많은 아역을 마주한 고에레다 감독의 애를 태운 아역들이 출연했다. 상현, 동수, 소영이 목적지로 가는 길에 들른 동수가 과거에 지내던 요양원에 사는 혜진으로 분한 임승수. 상현이 운전하는 승합차에 몰래 들어가 그 후의 여정을 함께 보내게 되는 애교 가득한 소년이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오디션에서 통해 결정했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 : 그렇게 많은 아이를 만나지는 않았다. 일본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아역 배우의 인원이 많았던 것 같다. 아역 배우가 소속된 소속사도 없어서 연기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오디션을 열고, 각본을 주지 않았을 때 재밌어 보이던 아이들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컨트롤이 되지 않는 아이를 골랐더니, 정말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웃음) 현장에서 수영을 잘하는 장면을 찍으려고 했는데, 정말 멀리까지 헤엄쳐 가는 타입이라서 지금까지 제일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굉장히 머리가 좋은 아이였기 때문에 순서대로 진행된 촬영이라 그 후의 전개를 먼저 파악해버리는 타입이었다. 각본 내용을 몰랐을 텐데도 재밌는 아이였다.
첫 국제공동제작에 도전했을 때, 프랑스에서 노 스트레스였다고 말했었는데, 한국과 일본 모두 서로 제작법이 장단점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방식이 모두 훌륭한 건 아니지만, 현장의 진행 방식은 완전히 미국 방식이다. 관리도 포함해서 철저하다. 그래서 일하는 환경은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지금까지는 일본의 루즈한 부분에 응석부려왔던 부분도 있는데, 그건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감독이 자정까지 찍고 바로 귀가했다고 해도, 수많은 스태프가 바로 돌아갈 수 있지 못해 부담이 커지니까. 그걸 생각하면 일본처럼 12시간 이상 촬영하는 스타일은 이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영화계는 주 52시간이 근로조건 상한선이다. 상한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야간 촬영을 하면 다음날 낮에는 쉬는 날이다. 감각적으로는 주 4일 찍으면 3일 쉬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무도 아프지 않다. 지방 로케이션을 하고 있어도 2일 연휴가 있어서 서울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고, 반대로 가족을 불러 함께 보내는 스태프도 있었다. 그런 점은 본받아야한다. 일본에서는 가정이 붕괴되니까.
프랑스, 한국에서의 영화 제작을 거쳐 귀국한 후,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손잡는 인기 만화 '마이키네 마이 씨'의 드라마 기획에 종합 연출, 감독, 각본으로 참여중인 고에레다 감독. 일본 현장으로 돌아와 절대적으로 달라진 점은 있을까.
고에레다 감독 : 현장의 연출이라면, 내게 부족한 것이 산더미처럼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형태로 업데이트 해 나갈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다지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교토에서 마이키네 마이 씨를 촬영하면서 느꼈는데, 말을 모르는 배우를 연출할 때 말 의미 이외의 것을 개치하는 안테나를 어떻게 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말의 의미 이외의 것을 보는 습관이 2편 찍으면서 꽤 익숙해졌기 때문에 교토에서 연출하면서 대사 이외의 것이 눈에 들어오게 되어 성장한 느낌이 든다. 이건 좋은 일이다. 왜냐면 배우는 대사에 집중하니까. 감독이 대사에 집중해 버리면 그 외의 표현이 점점 말라간다. 그걸 어떻게 살릴 것인가 하는 후각 같은 건 나름대로 성장한 것 같아 좋은 경험이었다. 60세에 성장하다니 기뻤다.
겸허하게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의 중요성이 재차 추궁당하는 시대에, 고레에다 감독이 지금 싸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에레다 감독 :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자기다움'과 싸우는 것이 필요한데, 약간 '나다움'에 질려 있는 부분이 있다. 60대를 맞이한 지금 나다움이라고 평가된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어떻게 갱신해 갈 것인가 하는 것이 하나의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일본 영화업계라면 영화산업, 영화문화의 후진성을 어떻게 좋게 해서 다음 세대에 넘길 수 있느냐가 두 번째 싸움이다. 분명 앞으로의 싸움은 더 큰 것이 될 테니 그건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겠다.
영화 문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늘날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시대극 제작이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꽃보다 나호 (2006) 이후 시대극은 찍지 않았다.
고에레다 감독 : 기본적으로 사무라이 이야기에 흥미가 없기 때문에 그러한 의미의 사극은 찍지 않을 거다. 자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전쟁 중의 이야기가 시대극이라고 한다면 시대극이다. 이 나라가 겪어온 과거사를 다시 보는 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945년 전후의 시대 이야기는 어느 정도의 스팬으로 생각하느냐이지만, 향후 5년 10년 중에는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최근 조금 이유가 있어서 카모시타 신이치 씨나 쿠세 미츠히코 씨의 TV 드라마를 재검토하고 있다. 그들이 찍고 있던 쇼와 시대의 홈드라마는 작법이나 연기를 포함해서 아무도 찍을 수 없게 되어 버렸고, 배우나 미술도 단절되어 버리는 것 같아서...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에 대한 리스크를 포함해서 내 나름대로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감독 인터뷰 끝]
| 강동원 인터뷰 : 가족을 찾는 캐릭터와 함께한 여행
영화 브로커에 송강호, 배두나와 함께 주요 멤버로 가장 먼저 캐스팅된 강동원.
Q. 오랜만에 일본에 왔는데 어떤가? 이번에는 홍보대사로 발탁된 루이비통의 쇼에 파리에 참석한 뒤에 바로 일본으로 왔다고 들었다.
강동원 : 3년 반 만인 것 같은데 다시 오게 되서 정말 기쁘다. 파리는 매우 즐거웠다. 일이 있었던 건 하루뿐이고, 휴가를 며칠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스케줄에 여유가 있어서 좋은 휴가가 되었다.
Q. 칸 영화제 공식 상영에서도 브로커를 관람했는데 모두가 환영받고, 작품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게 매우 기뻤다.
강동원 : 칸도 무척 재밌었다. 클로징 시상식에도 참석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스러웠다.
Q. 한국에서 브로커가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들었는데, 한국에서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나?
강동원 : 한국에서 개봉한 지금까지의 고레에다 감독님의 영화 흥행 기록은 벌써 경신됐다. 솔직히 좀 더 늘었으면 좋겠었지만, 매우 만족스럽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Q. 고에레다 감독은 영화제에서 알게 된 한국 배우들과 일하는 것이 이 작품의 목적 중 하나라고 했다. 감독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
강동원 : 고레에다 감독님을 처음 만난 건 정말 우연으로 2016년에 롯폰기의 리츠 칼든에서 만났다. 그 후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제쪽에서 청하고, 함께 할 수 있다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하자는 이야기가 되었는데 그게 브로커로 이어졌다.
Q. 리츠 칼튼에서 정말로 딱 마주쳤나?
강동원 : 그렇다. 마침 그 무렵 고레에다 감독님과 만나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일로 일본에 와보니 리츠 칼튼 로비에서 우연히 감독님과 만나 소개를 받았다.
Q. 고레에다 감독 작품의 어디에 매력을 느꼈나?
강동원 : 말할 것도 없이 세계적인 거장이시고, 감독님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로 계속 영화를 만든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계속하고 계시는 게 너무 멋있어서 꼭 같이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의 영화에는 반드시 감독님이 가지고 계신 따뜻함과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모두 혼재되어 있는 것이 매력이다.
Q. 인상적인 작품이 있나?
강동원 : 기적 (2011)과 어느 가족 (2018)을 가장 좋아한다.
Q.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에 각본의 3분의 2까지만 쓰고 촬영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로서는 속이 타진 않았나?
강동원 : 그 방식은 내겐 처음이 아니었다. 이명세 감독님도 아침이면 각본이 바뀌곤 했다. 이번에 그런 식으로 촬영하는 게 오랜만이어서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고, 놀란 부분도 있었다. 오랜만에 필름으로 찍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는 필름 카메라는 아니었지만.
Q. 브로커는 사회적인 주제, 인간적 드라마 같은 요소와 영화적으로는 로드무비라는 스타일도 가졌다. 흥미로운 요소를 조합한 야심찬 작품인 것 같은데, 각본을 읽고 어디에 재미를 느꼈나?
강동원 : 우선 전혀 다른 조합의 사람들이 가족처럼 된다는 점이 참 좋았다. 아기를 파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 그 아기를 팔려는 엄마가 함께 여행을 한다는 콘셉트가 굉장히 좋았다. 한국에서는 이런 소재가 별로 없었으니까.
Q. 동수는 계속 보면 좋은 사람인 것 같은데, 범죄에 손을 댄 면도 있다.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었나?
강동원 : 동수가 범죄자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상현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동수는 어느 쪽이냐면 사회 시스템에 반항적인 캐릭터인 게 아닌가 했다. 아동 양호 시설 출신이었기에 용서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설보다 가정에서 자란 것이 절대적으로 좋다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범죄에 다가간 느낌이라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Q. 동수가 보육원 출신인데 그러한 부분의 리서치는 했나?
강동원 : 실제로 시설을 방문하기도 했고, 시설을 운영하는 원장 선생님이나 거기에서 일하는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거기서 자란 분들에게도 물론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에서 들은 이야기를 동수의 기억으로 표현하고자 했고, 그들이 했던 말을 최대한 담아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리서치를 통해 발견한 건 있나?
강동원 : 일단 직관적으로 느낀 건 시설 출신인 분이 '강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수가 강인한 사람인 것처럼 그런 마음을 담아 연기했다. 그리고 그들은 우울감을 가진 사람들이 결코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캐릭터 설정을 잘못해버리면 굉장히 어두운 느낌의 연기가 되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연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들은 스스로 일군 가정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Q. 고레에다 감독은 소년 역할의 임승수 군이 활발해서 강동원 씨가 잘 돌봐준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요전에 감독이 생일을 맞았을 때도 강동원 씨가 축하해주는 사진을 봤다. 강동원 씨가 감독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강동원 : 감독님께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언어 때문에 감독님께서 아이들과 직접 소통이 안 되는 한편, 아이들이 현장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하지 못했던 부분의 역할을 내가 자처했다. 생일에는 감독님에게 아무 예정도 없다고 들어서 만나뵙기를 청했다.
Q. 감독과는 어떤 언어로 대화했나?
강동원 : 지금 인터뷰도 담당해주고 계시는 한일 통역 여성분이 항상 함께 해주셨다. (사진도 통역사가 찍었음)
Q. 그동안 많은 감독과 일을 했는데 고레에다 감독은 어떤 감독이었나?
강동원 : 다른 감독분들과 확연히 다른 건 장르영화를 찍으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 그 부분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다음에 또 같이 뭔가를 함께 할 일이 있으면 굉장히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시점, 보는 방식이 장르 영화와는 정말 다르다고 생각한 것과 이걸 보여주고 싶다, 전하고 싶다는 작가적인 면이 굉장히 강렬하게 느껴졌다.
Q. 강동원 씨를 비롯해 각자 활약하고 있는 배우의 앙상블이 좋았는데 모두 현장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며 일했나?
강동원 : 형사팀의 배두나 씨와 이주영 씨와는 함께 한 촬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얽힐 기회는 없었지만 '여성팀'은 아마 두나 씨가 이끌었을 것이다. '남성팀'은 저와 송강호 씨인데 이번이 2번째 공동 출연이고, 예전부터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아무런 고생이 없었다. 현장에서는 내가 연령적으로는 중간이었기 때문에 지은 씨나 승수 군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노력했다.
| 이주영 인터뷰 : 한국영화계의 신세대 스타 이주영, 브로커 촬영 중 생각했던 '엄마의 권리는 무엇일까?'
카메라 앞에서는 쿨한 표정. 그러나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면 파안일소. 일본에 일 때문에 오는 건 처음이라 기쁘다고 말하는 이주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올 한국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영화 브로커. 베이비 박스에서 아기를 데려와 아이를 갖고 싶은 가족에게 팔고 있는 베이비 브로커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의 생명관, 또 어머니상을 되묻는 이야기에서 이주영은 촬영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Q. 극중 브로커 상현과 동수는 돈을 노리고 미혼모 소영과 함께 그녀의 아들을 팔려고 분주하다. 주영 씨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코멘트를 했다.
이주영 : 페이지를 넘길수록 조금씩 감정이 움직여가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소영이의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를 읽고 나니 눈물이 났다. 평소에 시나리오를 읽고 울지는 않는데, 마치 내가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 여오하를 봐주시는 분들도 분명 그렇게 느끼실 거라고 생각한다.
Q. 주영 씨가 연기한 건 이형사. 선배 수진과 둘이서 상현을 인신매매 현행범으로 체포하려고 계속 쫓는다.
이주영 : 수진과 이형사는 말하자면 관찰자이기 때문에, 즉 시점이 관객과 겹치는 셈이다. 이를 의식한 뒤 이형사처럼 생후 얼마 되지 않은 내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서연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시나리오를 읽어 나갔다. 그래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로 감정이 격해진 이유의 반이 내가 들은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고, 나머지 반은 소영이의 생각을 상상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Q.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는 헌법에서 인정받은 여성의 권리라고 한 1973년의 판결을 뒤집었다. 이 영화도 또 다른 의미를 띠게 될 것 같다.
이주영 : 고레에다 감독님은 일관되게 가족을 주제로 작품을 찍어온 분이시다. 그 연장선상에서 미혼모인 소영이와 아기를 주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이형사는 서연에 대해 개인의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제도적, 사회적으로 그녀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나도 이 영화에 참여하는 내내 '엄마의 의무가 있다면 엄마의 권리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Q. 이형사는 주요 캐릭터 중 가장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인 것 같다. 그 솔직함으로 수진이나 소영과 대화를 나누다가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의 상처를 만지는 부분이 있었다.
이주영 : 나도 역할을 만들 때 그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수진은 어떤 과거로 인해 좀처럼 소영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는다. 그런 수진에게 이형사는 왜 그 여자에게 엄격하냐고 돌직구 질문을 던진다. 수진이의 과거를 알고 있으면 이런 말은 안 하겠죠? 라고 고레에다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Q. 두 사람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수진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주영 : 수진과 이형사가 소영과 빌딩 옥상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다. 이형사는 소영에게 당신을 돕고 싶다,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 범죄에 손을 댄 이유가 있다면 그걸 믿고 싶다는 말을 하는데 그게 소영에게 위로가 되거나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대사할 때는 되도록 담담하고 어중간하게 동정한다는 느낌은 내지 않으려고 했다.
Q. 수진과 이형사가 차 안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오뎅, 방울토마토, 신라면 + 삶은 달걀, 하리보 젤리. 리얼하게 그 근처에서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어쩐지 선택이 매우 좋았다.
이주영 : 오뎅과 신라면은 시나리오 적혀 있었던 것 같다. 방울토마토와 하리보는 대기 중에 나와 배두나 씨가 사먹었던 거다. 모처럼이니까 그걸 먹으면서 해보자며 갑자기 연기에 도입하게 된 거다.
Q. 방울토마토와 하리보가 두 사람의 선택이었다니!
이주영 : 우리 두 사람은 차 안에서의 장면이 많아 움직임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다. 그래서 뭔가를 먹거나, 쓰레기를 치우거나 하는 약간의 움직임을 보이는 편이 연기하기 쉬웠다.
Q. 이 영화의 촬영감독은 기생충(2019)의 홍경표 씨인데, 차안 촬영 중에는 고레에다 감독이나 홍경표 씨도 차에 타고 있었나?
이주영 :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감독님, 홍경표 씨, 통역까지 3명이 함께 탔던 장면도 있다. 카메라 앵글 때문에 감독님이 뒷자석에 앉을 수 없는 때는 감독님만 다른 차를 타고 우리 차를 뒤에서 쫓아다니면서 모니터로 체크하는 식으로 찍었다.
Q. 그럼 최대 5명이 그 컴팩트한 차 안에 있었던 것인가. 힘들었을 것 같다.
이주영 : 촬영이 5~6월로 기온이 높았다. 마이크에 잡음이 들어가지 않도록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어놓고 찍었기 때문에 정말로 더웠다. (웃음)
Q. 그러고 보니 차 안에서 수진이 이형사와 이야기하면서 비로 차창에 붙은 꽃으로 손을 뻗는 장면이 서정적이어서 인상에 남았다.
이주영 : 그때는 갑자기 비가 내렸다. 직전 장면부터 연결이 부자연스러워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홍경표 씨와 어떻게 할지 논의 끝에 두 사람이 상현을 매복하고 있는 사이에 비가 온 설정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비 때문에 우연히 근처 나무에서 창문으로 꽃이 떨어졌다. 고레에다 감독님이 배두나 씨에게 '이걸 뭔가 의미 있는 걸로 하자'고 제안해서 그런 장면이 연출됐다.
Q. 그 자리에서 일어난 일들이 다양하게 도입되었는데, 이 영화로 주영 씨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어떤 경험이었나?
이주영 : 칸에 간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집에 가면 실감이 날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모든 것이 꿈만 같고, 이번 일본에서의 프로모션도 그렇다. 일본에 일 때문에 오는 것도, 관객분들을 만나는 것도 처음이라서 정말로 기쁘다! 내가 일본여행을 무척 좋아해서 코로나 19 사태 이후로 계속 오지 못해서 아쉬웠다. 내게 브로커는 마치 선물 같은 작품이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받았다.
[이주영 인터뷰 끝]
| 강동원 & 이지은 & 이주영 인터뷰 : 고에레다 히로카즈 감ㄷ꽈 현장을 함께 하면서 얻은 새로운 깨달음
6월 27일 일본 개봉을 기념하여 일본에 방문한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이 고레에다 감독과의 현장에 대해 작품의 매력, 그리고 해외 감독과 일한 의의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Q. 고레에다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함께하며 신선했다고 느낀 촬영 에피소드는 있었나?
강동원 : 고레에다 감독님의 현장에서 매우 재밌다고 느낀 건, 리허설 때 연기를 보고 카메라 위치를 정한 뒤에는 감독님이 모니터를 보지 않고 연기를 눈으로 보고 있는 거였다. 그 부분이 다른 감독님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나한테 매우 신나는 일이었다.
이지은 : 고레에다 감독님과 오랜 시간 함께 했는데, 인상을 쓰시거나 언성을 높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여러 현장에 가면, 그 중에는 조금 신경질적인 분이나 감정적인 분도 있어서 그게 영상 제작의 현장에서는 평범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감독님은 항상 온화하고 감정의 기복이 없으셨다. 마인드 컨트롤이 잘 되어 있는 분인 것 같아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주영 : 굉장히 순응성이 있다고 할까,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도 반대로 그것을 이용해서 좋은 것으로 만들자는 기지가 굉장하셨다. 예를 들어 소영의 아기인 우성이를 데리고 상현(송강호)이 병원에 가는 장면에서 내가 연기한 이형사와 배두나 씨의 수진이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장면은 비가 오면 안 됐었는데, 비가 왔다. 그럴 때 고레에다 감독님은 홍경표 촬영 감독님과 얘기를 하다가 비 내리는 설정으로 바꾸셨다. 자동차에는 비 때문에 꽃잎이 떨어졌는데, 그것도 연출로 활용하여 멋진 장면을 만들어 내셨다. 그런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건 매우 신선하고 즐거웠다.
Q. 해외 감독과 작품을 함께 하면서 깨닫게 된 건 있나?
강동원 : 브로커라는 작품이 특별했던 건 일본 영화 감독인 고레에다 씨가 한국에 와서 한국 영화를 찍었다는 건데, 한국엔 영화 제작에 대해 굉장히 오픈 스탠스하고, 이런 공동작업에는 열린 분위기가 있다. 영화는 세계 공통의 언어이고, 다른 문화나 국가의 창작자들과 교류해 나간다는 건 한국에서도 원하는 일이다. 물론 나도 원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해외 감독님과 작품을 같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해외 일의 첫 단계가 된 것 같다.
이지은 :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불안했다. 실제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걱정할 일은 없었다는 게 솔직한 감상이다. 역시 말을 전하고 싶은 사람과 그것을 듣고 싶은 사람이 성실하게 마주하면 언어나 문화가 다르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내게도 이 경험은 매우 컸다. 언어의 벽에 사로잡혀서 항상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영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주영 : 개인적으로 일본 작품이나 해외 영화, 드라마를 찾아서 보는 걸 좋아하지만 내가 글로벌한 작업의 일원이 된다는 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고레에다 감독님이 외국 배우분이라 해외 작품에 관심이 많고 외국에서 영화를 찍는 것에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큰 영향을 받았다. 나도 글로벌한 작업이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Q. 등장인물에 따라 같은 사실이라도 겉모습이 전혀 다른 작품. 각자 맡은 역할 이외의 시점에서 작품을 보고 느낀 점은 있나?
강동원 : 초고 단계부터 쭉 영화 전체가 어떻게 되어가는지에 대한 회를 계속해왔기 때문에 동수를 연기할 때는 다른 배역을 부감으로 보고, 모든 전개를 알고 임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완성된 작품을 보고 새삼 다른 시점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만큼 객관적으로 작품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이지은 : 마지막 장면은 상현의 마음을 생각하며 봤다. 이 이야기는 상현의 시각에서 보면 오랜 시간 슬픈 여운이 남는 것 같다. 물론 소영이도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지고 끝이 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현의 경우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외로움과 서글픔이 느껴졌다.
이주영 :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한국에서 개봉한 후에도 작품을 봤다. 다른 시각에서 봤다기보다는 좀 더 등장인물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각각의 등장인물에 좋아하는 장면이 있는데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인물들의 이해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관객도 등장인물 중 누군가에게는 감정이입할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인터뷰 끝]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2
Q.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제작 시기에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황새의 요람'에 대해 쓰여진 서적을 읽게 되었다고 들었다.
감독 : 2016년에 '요람'이라는 제목의 플롯을 쓴 시점에 사회적인 주제가 먼저 있었다기보다는 여러 선의로 이루어진 베이비 박스를 배신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하고, 송강호 씨가 이런 역할을 하념 재밌겠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했을 때, 일본에서는 입양이나 양부모 제도가 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 시점에서 '황새의 요람'에 대해 쓰여진 책을 읽고 소재에 매우 끌린 것은 틀림없지만 '선의를 악용한다'는 모종의 조심성 없는 아이디어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Q. 지금까지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그려왔다. 혈연관계가 아니지만 연결된 사람들이거나 경제적 격차나 베이비 브로커는 '어느 가족'과 공통되는 점도 많다.
감독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가지치기처럼 '어느 가족'과 '브로커'는 같은 시기에 플롯을 쓰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두 작품은 형제라는 느낌이 든다.
Q. '아무도 모른다'에서 '브로커'에 이르기까지 일상과 사건이 터진 이야기가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 중 한 특징인 것 같다.
감독 : 스스로 별로 분석해 보지 못했다. 반대로 말하면 의식하지 않지만 그런 공동점이 있는 건 좀 더 본질적인 것일 수도 있다.
Q. 배두나 씨는 본작 플롯 단계에서 읽었다고 들었다.
감독 : 우연히 그녀가 도쿄에 놀러와서 오모테산도에서 만났을 때 풀롯을 준 것이 처음인 것 같다.
Q. 공기인형 때부터 배두나 씨와 친분이 계속된 것 같은데 고레에다 감독에게 배두나 씨는 어떤 존재인가?
감독 : 이런 말을 하면 그녀의 팬에게 혼날지도 모르지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서로 굉장히 잘 알 수 있다. 싫어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한국인 일본인 같은 큰 맥락에서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투가 예스인지 노인지 분명한 가운데 그녀는 매우 애매한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말과 마음이 뒤바뀐 상대처럼, 그런 부분이 굉장히 섬세하기 때문에 함께 있으면서 속마음을 캐지 않아도 된다. 친구로서도 그렇고, 감독과 배우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제일가는 동지이자 친구이기도 해서 그녀가 배우로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역할에 보람을 느끼는지도 포함해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 그녀가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 매우 안심이 된다. 배우로서의 표현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번에는 대부분 차 안의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섬세한 역할이 담고 있는 여러 감정들의 흔들림을 표현해 주었다. 물론 그 표현력을 전제로 쓰고 있는 역할이긴 하지만, 이 작품의 중층성을 뒷받침해준 건 그녀의 존재 덕분이다. 물론 단순한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브로커는 아기를 팔러 가는 브로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유사 가족을 바라보는 수진(배두나)의 시선 변화가 이 이야기를 보는 관객들의 시선 변화로 이어진다. 그것을 가능했던 건 그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Q. 말씀하신대로 배두나 씨가 연기하는 수진과 함께 나란히 달리는 감각이었다. 극중에서 수진의 식사 장면이 많이 담겨 있다.
감독 : 그녀는 뭔가를 하면서 대사하는 것을 매우 잘한다. 잘 먹으면서 대사를 제대로 클리어하게 말하는 건 정말 어렵다. 게다가 말의 의미뿐만 아니라 뉘앙스까지 전달되도록 연기해줘서 어쨌든 기술이 높다.
Q. 송강호 씨는 매일 편집을 보고 7번째 테이크보다 4번째 테이크 연기가 더 나을 거라는 제안도 했다고 들었다.
감독 : 그건 정말 깜짝 놀랐었다. 일단 전부 기억하고 있는데 대단하다. 그는 현장에 일직 와서 어제 찍었던 장면을 연결했으면 보여달라면서 직접 편집 담당자에게 와서 헤드폰을 끼고 확인했다. 그런 다음 내게로 와서 '어제 장면은 너무 멋졌고, 좋은 편집이었지만 내 장면은 지금 감독님이 쓰시는 것보다 어쩌면 이게 더 좋을지도 모르니 한번만 더 비교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남긴다. 그런 배우는 처음이었다.
Q. 각본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감독님은 현장애서 각본을 고치거나 새로 더하기도 하실 텐데, 이번에는 일본어로 써서 한국어로 번역하여 캐스트와 스태프에게 전하는 형태로 이루어진 건가?
감독 : 번역자가 중간에 끼기 때문에 당일에 건네는 건 꽤 힘들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려고는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각본을 고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등장인물들이 서울에 도착한 이후의 흐름은 중간까지 찍고 결정하겠다고 전하며 답을 내놓지 않고 촬영을 시작했다. 그래서 1개월 정도는 그 앞의 스토리 라인을 내지 않았다. 현장이나 연기를 보면서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며 다시 쓰는 것을 반복하며 어떻게든 착지한 형태인데, 상현의 마지막 부분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패턴을 생각했다.
Q. 이번에 영화적으로 참고한 건 있었나?
존 포드 감독의 '쓰리 가드파더 (3 Godfathers)'를 참고했다. 강도 3명이 아기를 안고 사막을 헤매는 작품인데, 악인이 선을 행하게 되는 부분 등을 참고했다. 물론 송강호가 연기한 상현은 나쁜 놈이지만 이지은이 연기한 소영에게는 안전망이기도 하도. 극 중에서 소영이가 좀 더 일찍 많았으면 좋았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떻게 하면 엄마가 아이를 버리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영화에서 그 힌트를 그리고 싶었다.
[감독 인터뷰 끝]
| 강동원 + 이지은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
Q. 촬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 제작발표회견을 열고, 프랑스로 건너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여하고, 프로모션 활동으로 만날 기회가 많았을 텐데 새삼 깨닫게 된 게 있나?
강동원 : 촬영했던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크랭크업 했을 때, 무사히 촬영이 끝나 안심되는 동시에 감독님과 출연자 여러분과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에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날이 흐르면서 새로운 일에 임하는 동안 그런 마음은 희미해졌지만, 다시 모두를 만나니까 새삼 서로를 가족처럼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지은 : 촬영 내내 긴장을 많이 했다. 현장의 메인 캐스트 중에서 내가 가장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다른 배우분들에게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별로 터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원래 낯을 가리는 타입이라서 프로모션이 막 시작됐을 때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매주 같이 모두와 만나고, 칸도 가게 되면서 완전히 마음의 벽을 넘을 수 있었다. 프로모션 스케줄은 대체로 꽉꽉 차있어서 강행군이기도 하다. 그래서 배가 고파 좀 피곤한 모습이거나, 작품을 칭찬받아서 같이 좋아하기도 하고, 모두의 민낯을 보는 일이 많아서 촬영할 때 보다 훨씬 즐거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강동원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다음에 또 어디선가 뵐 때는 처음부터 가족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강동원 : 확실히 이지은 씨는 촬영 중에 말이 없었다.
고레에다 감독 : 촬영 기간 중이라는 건, 물론 장시간 함께 있지만 나름대로 긴장감이 있는 법이다. 대기 시간에 대사를 외우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집중력을 끊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프로모션은 그런 긴장이 풀린 상태이고, 영화 한 편을 같이 만들면 신기하게도 공동체가 된다. 영화 촬영만큼 농밀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오늘 회견장에 '아무도 모른다 (2004)'에 나온 아이들..이라고 해도 꽤 어른이 됐다. 드라마 '고잉 마이 홈 (2012)' '어느 가족 (2018)'에 출연했던 배우분들도 와 주었다. 브로커도 분명 가족처럼 모일 것이다.
강동원 : '어느 가족' 출연 배우 여러분과 만났는데 '브로커' 가족과 함께 파티를 하면 즐거울 것 같다.
Q. 이지은 씨는 6년 만의 일본 방문으로 "아이유"라는 아티스트 이름으로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해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레에다 감독이 브로커의 출연 제의를 하는 계기가 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 (2018)'를 시작으로 배우로서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하고 있다. 노래도, 배우도 표현하는 일인데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고 있나?
이지은 : 연기, 노래 사이에는 굉장히 큰 상호작용이 있다.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를 생각할 때 연기 경험을 살릴 수 있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때마다 꼭 한 곡은 곡이 떠오른다. 나와는 다른 사고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평소의 나였다면 생각지도 못했을 것을 떠올리거나 현실 세계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연기에서 경험하고 자극받아 창작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강동원 : 브로커에서 영향을 받은 곡이 생기면 꼭 듣고 싶다. 기대된다.
고레에다 감독 : 이지은 씨는 음악을 해서 그런지 압도적으로 귀가 좋은 분인 것 같다. 귀가 좋아서 사람을 이끄는 소리도 낼 수 있다. 귀가 좋은 사람들이 모두 연기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지은 씨는 음악으로 단련된 귀가 연기에도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에서 대사를 듣고 있으면서도 노래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내가 정말 좋은 대사를 썼구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Q. 강동원 씨는 본작에서 송강호 씨와 의형제 이후 12년 만의 공동 출연이다. 당시의 기분이 떠오르거나, 당시와는 또 다른 생각이 들거나 했나?
강동원 : 12년 전에도 연기의 폭을 넓혀 활약의 장을 넓히고 싶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계속 갖고 있고, 하고 싶은 것은 계속 확장하는 느낌이다. 해외 작업에 더욱 임해 나가고 싶고, 스스로 프로듀싱하고 싶은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도 몇 가지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실현하기 위해 전진해 가려고 생각 중이다.
고레에다 감독 : 강동원 씨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하나하나로 좋은 경험을 쌓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브로커에서 연기한 동수는 보육원 출신으로 부모에게 버림받는 일이 어떤 상처로 남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꼬인 속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해 주었다. 41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아직 학생 역할도 할 것 같다. (웃음)
[인터뷰 끝]
| 송강호 인터뷰 : 고레에다 감독님의 냉정한 시점
Q. 이 작품은 이미 한국에서 개봉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반응이 어땠나?
송강호 : 한국에서는 정말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한국에서 고레에다 감독님은 매우 인기가 있는 감독님으로 매니아층이 두텁다. 그런 상황 속에서 많은 분들의 기대를 받으며 개봉했다. 기존 팬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고레에가 감독님이 만들어 온 일관된 주제, 냉정하게 이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 작품에 관심을 갖는 새로운 팬들도 많은 것 같다.
Q. 감독님과 송강호 씨는 예전부터 교류하며 염원하던 영화를 함께 하게 되었다.
송강호 : 감독님의 작품을 계속 팬으로서 봐 왔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약속이 이루어져 이번에 함께 하게 되었다. 인생을 받아들이는 시점, 냉정하게 사회를 도려내는 눈빛에 배우로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감독님의 작품에 일종의 선입견 같은 것이 있었다. 어둡고 어려운 사회를 그린 후에, 해피엔딩이 찾아올 것이라는. 그리고 내가 출연하면서 '장르 영화'가 되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을 다 보았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텐데, 인간은 정말 망각의 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브로커에서도 감독님의 시점에서 사회가 멋지게 그려졌다.
송강호 : 감독님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소재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건 아니라고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을 예로 든다면, 브로커라는 존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재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분위기나, 나름대로를 이야기한다. 그것을 결코 극적으로 가공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냉정하게 파악한다. 그 부분에서 사회에 대한 무서움을 느낄 수도 있다.
Q. 송강호 씨가 처음 본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과 좋아하는 작품은?
송강호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가장 먼저 본 고레에다 작품이기도 한데 '아무도 모른다(2004)'이다. 지금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으로, 감독님에게도 말했다. 브로커는 '아무도 모른다'의 연장전에 있는 작품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모른다'의 결말에서는 결코 희망이 그려지지 않지만 관객들 마음속에 희망의 꽃이 조금 피어나는 그런, 마음속으로 살짝 묵념하는 그런 작품인 것 같다.
Q. 얼마 전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남우상을 받았는데 어땠나?
송강호 : 한국에서도 칸 영화제 수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이건 답변을 정한게 아니라 진심인데, 뭔가 상을 받고 싶어서 작품을 만드는 건 아니다. 이건 감독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정말 영광스럽고 배우로서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그게 '절대적'인 건 아닌 것 같다.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만든 작품을 얼마나 많은 분이 느껴주실지, 공감해 주실지, 전하고 싶은 걸 알아주실지, 그것을 위해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 과정에 영화제가 있는 것 같다.
Q. 이 작품에는 이지은과 이주영이라는 젊은 배우가 출연했는데, 대선배 송강호 씨가 봤을 때 두 사람의 매력을 어떻게 느꼈나?
송강호 : 이지은 씨는 가수 아이유로 아주 유명한 스타이다. 배우로서도 한국에서 많은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고, 저도 훌륭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분으로 주목하고 있었다. 앞으로 정말 기대가 된다. 이주영 씨도 마찬가지로 굉장한 포텐셜을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작품에 나오면 나올수록 더 다듬어질 것 같다. 배두나 씨는 모두가 다 아는 베테랑이다. 이번은 굉장히 어려운 배역이었는데, 노련한 연기를 보여줬다. 아, 강동원 씨에 대한 코멘트도 말하자면 (웃음), 그는 정말 친한 인물이고 나에겐 정말 동생 같은 존재다. 겉보기에는 이런 느낌이지만, 순박하고 시골의 청년 같은 점이 있다. 순수한 눈빛에서 맑고 투명한 영혼이 보인다. 실제로도 그렇다. 대스타이지만, 스타의식에 얽매이지 않는 편이다.
Q. 아이유 씨의 음악을 듣기도 하나?
송강호 : 사실 곡은 잘 모른다. 얼마 전에도 한국 예능 프로그램 기획에서 '아이유 노래가 아닌 건?' 하는 퀴즈에서 보기 좋게 틀렸다. 그때부터 아이유 씨가 나를 별로 봐주지 않게 되었다. (웃음)
Q. 귀중한 에피소드 감사하다. (웃음) 이 작품에는 여러가지 만남이 그려져 있다. 송강호 씨에게 있어 그런 소중한 만남은 있었나?
송강호 : 그동안 많은 멋진 만남이 있었다. 배우로 살아오면서 지치거나 위기를 맞는 일도 물론 있었다. 만남은 하나, 한 사람으로는 좁힐 수 없다. 물론 고레에다 감독님과의 만남도 열 손가락 중 하나에 들어가는 만남이기도 하다. 이번에 감독님과 작품을 함께 하면서 시나리오를 쓸 때 아직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쓰셔서 아날로그가 가진 진실성이랄까, 그런 모습에 감명 받았다. 현장에서도 배우들의 연기를 모니터 너머가 아니라 카메라 옆에 서서 직접 눈으로 보며 연출하셨다. 이렇게나 테크놀로지가 발달한 가운데, 영화에 있어서 정말 무엇이 소중한지를 놓지 않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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