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아트밸리, 그리고 산정호수

    어느 날, 엄마가 운을 뗐다. 

    "포천에 아트밸리란 곳이 있는데, 거기 좋아 보이더라. 가고 싶다. 언제 한번 가자."

    그 한마디를 마음에 품고 있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잠시 미루어두고 포천으로 움직였다. 엄마가 가고 싶어하는 곳은 미루지 않고 같이 갈 수 있을 때 가는 것도 효도이기에. 그렇게 마음먹고 출발한 우리.

     

     

    는 길에 수원산 정상 전망대가 있길래 잠시 차를 멈추고 내려 쉬어갔다. 살며 처음 와보는 곳. 조용하고 높은 곳에서 바람을 느끼며 낮은 곳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그 짧은 시간, 코로나 때문에 두렵긴 했지만 그래도 밖으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비를 좀 예쁘게 담아보겠다고 용을 쓴 결과, 최고의 컷은 위의 사진이 되었다. 수원산 정상 전망대에서 잠깐 쉬고, 다시 얼마를 달려 도착한 포천아트밸리.

     

     

    Welcome to Pocheon Art Valley 웰컴 투 포천 아트 밸리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45분. 안내도를 보니 포천 아트 밸리 전체를 관람하는데 약 2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우리가 아트밸리를 떠난 시간이 오후 2시 20분. 천천히 산책하듯 관람하면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면 넉넉잡아 3~4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입장료는 일반 시민은 어른 기준으로 5,000원. 포천 시민은 무료입장인 듯. 그러나 모노레일엔 예외 없이 모두에게 운임료가 부과된다. (모노레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사항이니까) 모노레일은 아트밸리 검표소 위쪽의 진입로 구간에 설치된 이동 수단인데, 4~5분간 탑승, 최대 100명이 탈 수 있다고 한다. 우린 별로 사람이 없어서 많아야 10명 정도였다. 사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좁은 공간은 피해야 하지만, 진입 구간이 500m 경사로이기 때문에 올라가다 지칠 것을 우려하여 과감하게 '왕복'을 끊었다. 관내와 관외로 요금이 구분되어 있는데 우린 관외 시민으로 왕복 4500원.

     

     

     

    반려견을 데리고 오는 이들도 꽤 있는데, 모노레일엔 반려견의 이동 케이지가 없으면 탑승이 불가하다. 품에 안거나, 일반 가방에 넣으려는 사람이 우리 앞에도 있었는데, 전용 케이지가 아니면 무조건 탈 수 없다.

     

     

     

    ▼ 모노레일 맨 앞에서 촬영한 영상 실제 속도 (출발부터 도착까지 약 4분)

     

     

    엄마가 포천아트밸리에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이유는 바로 천주호. 확실히 천주호만큼은 경관이 매우 아름다웠다.

     

     

    에메랄드빛의 호수가 시선을 사로잡는 천주호는 최대 수심이 25m. 가재, 도롱뇽, 버들치가 살고 있는 1급수라고 하더니 가재와 도롱뇽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버들치는 실컷 구경했다.

     

     

    호수의 색이 에메랄드빛이 된 건 호수 아래로 가라앉은 화강토가 반사되었기 때문이라고. 포천아트밸리는 60년대부터 화강암 채석장이었는데, 90년대 이후 폐채석장이 되었고 포천시가 2004년~2009년까지 공을 들여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경관이 이리 아름다우니 드라마 촬영도 꽤 많았는지, 천주호 앞에 드라마에 사용된 장면을 걸어놓기도 했다. (푸른바다의 전설, 달의 연인, 화유기, 날 녹여주오 등)

     

     

    천주호 다음으로 조각공원과 소원의 하늘정원을 구경하려면 이곳을 올라가야 한다. 나무 계단을 오를 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올라가면 반드시 다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전망카페와 조각공원, 하늘공원을 즐긴 후에 이어진 다음 코스, 무시무시한 돌음계단. 노약자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이 돌음계단을 내려오려면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다. 도저히 내려올 수 없을 것 같으면 왔던 길을 되돌아 나무계단으로 내려가면 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와 그런 게 뭐냐며 신나게 내려가는 엄마. 나는 거의 모든 계단에 엉덩이 도장을 찍으며 내려왔다. 내 뒤에서 이모가 고생했소. 두 번의 아찔함에 혼이 반은 나갈 뻔...

     

     

    다 내려오고 나서, 이 높은 곳을 내려왔다는 뿌듯함에 인증 사진. 사진으로 보면 그리 높아 보이지도 않고 하나도 무섭지 않을 것 같지만, 위에서 보면 전혀 다르다. 위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위에서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카메라마저 엄마 가방에 넣고 맨몸으로 기어내렸왔을꼬. 돌음계단을 내려오면 다시 모노레일 승차장으로 이어지는데 거기서 모노레일카를 타고 내려오면 관람을 끝낼 수 있다.

    포천아트밸리만 보고 가기엔 무언가 허전하여 다음에 들린 곳은 산정호수. 도착하고 나서 둘러보다 알았는데 이곳에 낭만닥터 김사부 돌담병원이 있었다. 포천에 드라마 촬영장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를 재밌게 보던 엄마는 인증샷 찍으며 싱글벙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산정호수. 나만 처음 들었나보우. 엄마는 예전에 와본 적이 있었다고 했고, 나는 이 아름다운 산정호수를 '송충이들의 천국'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공중부양하는 송충이들도 수십마리, 길을 걷는 내내 송충이가 한 걸음마다 서너 마리씩 눈에 띨 정도였으니. 이모 옷에 떨어진 송충이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오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싫다아... 나중에 송충이 없는 계절에 다시 오면 좋을까, 아니면 그땐 또 다른 벌레가 나를 맞이할까. 어흑.

     

     

    아무래도 겉만 돌담병원인 듯. 엄마는 벌써부터 낭만닥터 시즌3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엄마가 가고 싶은 곳에 또 같이 가야지. 가자고 하면 가야지. 그런데 올해 안에 진정되려나 모르겠네, 원. 아참, 아트밸리에서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도마뱀을 실제로 목격했다!

     

     

    여행일 : 2020년 5월 14일 목요일. 동행인 : 엄마, 막내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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