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대의 엘리베이터 (死刑台のエレベーター, 2010년 10월 9일 일본 개봉)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死刑台のエレベーター)

    감독 ; 오가타 아키라

    출연 ; 키치세 미치코, 아베 히로시, 타마야마 테츠지, 키타가와 케이코

    2010년 10월 9일 일본 개봉

     

     

    | 영화 개요

     

    ※ 사형대의 엘리비에터 (2010년작) 개요 : 1958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노엘 칼레프 원작, 루이 말 감독의 작품 일본 리메이크판. 감독은 오가타 아키라, 주연은 키치세 미치코와 아베 히로시. 불륜 중인 남녀가 계획한 15분 만에 끝나는 완전범죄가 무너져 가는 모습을 담았다.

     

    | 원작 간단 줄거리

     

    대기업 사장의 측근으로 수완을 발휘했던 쥴리엥 (모리스 로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사장 부인 플로랑스 (잔 모르)와 불륜 관계였다. 정사 끝에 사장을 자살로 가장해 죽이기로 획책한 쥴리엥은 이를 실행에 옮긴다. 완전범죄를 이룬 듯했지만 증거인멸을 위해 다시 범행 현장으로 돌아오던 중 운이 나쁘게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게 된다.

    한편, 쥴리엥의 차를 훔쳐 파리의 거리로 간 꽃집 아가씨 베로니크 (요리 버틴)와 그의 연인 루이(조르주 푸줄리)도 예상치 못한 살인을 저지른다.

    십여 층의 높은 곳에서 갑자기 정지해버린 엘리베이터 안에서 폐쇄공간의 공포와 초조감에 휩싸이는 남자. 애인에 대한 신뢰와 회의를 안고 갈 곳 없이 거리를 헤매는 여자. 그리고 자동차 도로를 질주하는 젊은이들. 4명은 파리의 밤, 심연으로 끌려 들어간다.

    루이 말 감독은 1997년 6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수많은 명작을 남긴 프랑스 영화계의 거장. 장편 감독 단독 데뷔는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다. 당시 불과 25세의 젊은 나이에 만든 이 작품은 완성도, 세련도가 넘쳐 1958년 프랑스 개봉 때 많은 비평가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또한 그해 가장 뛰어난 프랑스 영화에 선정되는 루이 들뤽크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원작은 노엘 칼레프의 서스펜스 소설)

    영화사의 일대 사건이 된 누벨 바그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하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루이 말의 날카로운 영상 감각과 냉철함을 머금은 연출, 숨쉴 수 없는 이야기 전개는 반세기가 넘는 지금도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리메이크작 일본 영화 스토리

     

    ※ 일본 리메이크작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작품 스토리 (감독 오가타 아키라)

    출연 ; 키치세 미치코, 아베 히로시, 타마야마 테츠지, 키타가와 케이코

    토키토와 그가 다니고 있는 그룹 회장의 아내 메이코는 불륜 관계. 메이코로부터 완전 범죄라고 하는 회장 살해 계획을 제안받은 토키토는 실행할 결의를 굳힌다. 살해를 실행하기로 결정 한 날, 해외에서 손님을 초청하여 리셉션 파티가 열려 경찰관이 경호에 총동원되고 있었다. 15분 동안의 빈틈에 회장을 자살로 가장해 살해하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토키토. 그러나 시간의 촉박함에 창문을 통해 이동했을 때의 밧줄을 남겨두고 온다. 퇴근 시간에 동료와 함께 회사를 나온 토키토는 자동차를 타고 돌아가는 척을 하고는 밧줄을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던 중, 운이 나쁘게도 엘리베이터의 경비원이 엘리베이터 전원을 내리면서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게 된다.

    토키토의 자동차를 우연히 발견한 경관 아카기와 그의 애인이자 토키토가 친하게 지내는 미용사 미카요는 차를 훔쳐, 깡패에게 빼앗긴 자신의 권총을 되찾기 위해 폭력단 조장 카미의 뒤를 쫓는다.

    토키토의 자동차에 타고 있는 미카요의 모습만 보게 된 메이코는 의심이 발동한다. 카미와 그의 정부 사쿠미를 쫓던 아카기와 미카요는 묘하게도 카미가 묵는 별장에 묵게 된다. 이름을 물어보자 미카요는 순간 토키토의 명함을 내민다. 자동차 안에서 발견한 오래된 카메라를 발견한 미카요가 필름을 찾아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쿠미의 전 남자친구였던 아카기가 카미에게 총을 쏜다. 그대로 아카기와 미카요는 별장에서 도망친다.

    ※ 조금은 부족한 서스펜스

    캐치카피가 '사랑을 위한 완전범죄. 15분이면 끝날 것이었다.'로 완전 범죄가 실패하는 것을 전제로 한 작품. 작품 시작 30분만에 회장의 살해는 끝나고, 밧줄을 남겨두고 온다. 증거 인멸을 위해 돌아온 빌딩의 엘리베이터에 갇힌 아베 히로시가 연기하는 토키토의 탈출극은 아슬아슬하지만, 큰 움직임 없이 간단하게 탈출해서 김이 빠진다. 그러나 불륜 상대인 토키토가 갇혀 있는 동안 완전범죄가 성공했는지 궁금해서 거리를 쏘다니기도 하고, 여자 그림자를 보며 불안해지기도 하는 메이코를 연기한 키치세 미치코의 연기는 리얼리티가 넘쳐, 캐릭터로서도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입장이 달라서인지 독특한 존재감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나 편지의 교환만 있고, 종반에 투샷 사진이 나오는 것 이외에는 같은 화면상에 보이지 않는 2명이라는 연출의 고집이 돋보인다.

    ※ 리얼한 감정을 그린다는 설정의 한계

    타마야마 테츠지가 연기하는 경찰 아카기는 등장 장면에서 깡패들에게 싸움을 거는 등 이상한 점이 많은 데다가, 키타가와 케이코가 연기한 그의 여자친구인 미카요는 순진무구하고 남을 의심하지 않는 캐릭터라도 감정 이입이 어렵다. 야쿠자의 정부로 아카기의 전 여자친구 사쿠미가 조장을 살해하면 다시 합치자고 말하지만 막상 아카기가 총으로 쏴죽이자 화를 낸다는 모순된 감정을 가진 사람의 리얼함을 영화에 담아내는 건 역시 쉽지 않은 일.

    사람을 죽인 아카기는 '내가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는 대사와 '사람을 죽이면 사형당한다'며 동반자살을 꾀하려는 절박한 미카요는 어떤 의미로는 리얼리티가 있지만 역시 영화로 그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두 사람이 토키토의 물건과 자동차, 이름을 멋대로 사용한 것으로 토키토가 경찰에 연행되어 기억에도 없는 살인사건의 피해자로 지정되는데 거기서 자신의 죄를 자백하지 않아도 된다는 츳코미 부분이 있다. 원인이 된 자동차에 키를 꽂은 채 증거 인멸하러 간다는 스토리도 마찬가지. 프랑스 영화의 리메이크라고는 하나, 일본의 거리에서 금발 소녀가 영어로 키치세에게 말을 건다는 설정도 지나친 인상을 준다.

    불륜 관계인 남녀가 맺어지기 위해 완전 범죄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만, 우연히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고, 그 사이에 또 다른 한 쌍이 저지른 돌발적인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마는 완전범죄의 안타까운 결말까지 그린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갇힌 엘리베이터에서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아무도 없는 줄 아는 관리인이 전원을 켜면서 생명의 위기가 다가오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있다. 반복되는 시 같은 대사는 그렇게까지 낭만적인 느낌을 주지 않아도 되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일본 리메이크작이지만 일본을 떠난 이미지의 장면이 많아 일본에서 리메이크판을 찍은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 키치세 미치코, 아베 히로시, 타마야마 테츠지, 키타가와 케이코 등 주요 등장인물의 연기 실력이 높은 만큼 일본의 이미지를 강하게 드러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작품이 되었다.

     

     

    | 키치세 미치코 단독 인터뷰

     

    (2010년 10월 7일)

     

    누벨바그의 귀재 루이 말 감독의 명작 '사형대의 엘리베이터'가 키치세 미치코와 아베 히로시를 주연으로 맞아 세계 최초로 리메이크되었다. 이 영화는 불륜 관계에 있는 남녀가 살인 계획을 기획한 것부터 시작되는 짜릿한 베스트 미스터리. 오리지널판에서 잔 모르가 맡은 악녀 주인공을 당당하게 존재감을 내비친 키치세가 실전 승부였다는 촬영 에피소드와 자신의 연애에 대해서 꾸밈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Q:그야말로 일본의 잔 모르라는 표현이 딱 맞는 키치세 씨에게 섭외를 받았을 때 어땠나요?

    굉장한 부담을 느껴서 정말로 저로 괜찮을까 했습니다. 하지만 감독님을 만났더니, 건강하게 몸만 와주면 된다고 말해주셨기 때문에 수락했습니다. 아마도 감독님은 제가 부담감에 질 것이라는 걸 알고 계셨던 것 같아요. 이런 연기를 원합니다, 오리지널판의 잔 모르는 이렇고 저렇고... 연기해 대해 뜨겁게 말씀하셨다면 수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웃음) 명작 리메이크는 반드시 오리지널과 비교당하게 되니까 그 불안을 없애주신 것만으로 도움이 됐습니다.

    Q:연기하면서 오리지널판을 참고한 부분도 있었나요?

    실은 오리지널 버전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슬쩍 보는 정도였습니다. 저는 융통성이 없어서 잔 모르의 연기나 표정을 보면 따라할 것만 같았습니다. 리메이크가 아니라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감각으로 연기했습니다.

    Q:모놀로그(독백)가 많은 여주인공을 연기한 건 테크닉적으로도 어려웠나요?

    어려웠어요. 말수가 적고 감정도 중반까지는 드러내지 않는 여자여서 전반은 특히 어려웠습니다. 강하고 늠름한 분위기를 소중히 하면서 연기했지만, 감독님의 연출을 믿고 연기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사전에 역할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다기보다는 현장에서의 실전 승부였습니다.

    Q:처음에 「사랑해……」라는 대사와 클로즈업은 오리지널을 존경하는 감독님의 고집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감독님이 꼭 찍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는 일상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이 없어서 처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당황했는데, 감독님에게 플랫한 느낌으로 말하면 좋겠다고 들었기 때문에 열심히 했습니다. (웃음) 그리고 카메라가 꽤 가까웠기 때문에 말할 때 얼굴이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했습니다.

    Q:메이코의 연인 토키토를 연기한 아베 히로시 씨와는 직접적으로 엮이는 장면이 거의 없었던 것 같네요.

    아베 씨와는 촬영 현장에서도 30분 정도만 함께였습니다. 처음에 토키토와의 전화로 대화하는 장면도 감독님이 아베 씨 대신 맡아줬습니다. 감독님도 멋진 목소리였지만, 역시 아베 씨의 목소리와는 달랐네요. (웃음)

    Q:하지만 메이코와 토키토가 서로를 강렬하게 사랑한다는 마음은 제대로 전해졌습니다.

    감사하게도 작년 NHK 대하드라마 천지인에서 아베 씨와 공연했었어요. 그때 서로 맺어지지 못한 생각이 계속 쌓인 채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아베 씨와 만났을 때는 저도 모르게 '드디어 만났네요!' 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웃음)

    Q:두 분 다 처음부터 기분이 매우 고조되어 있었겠네요.

    아베 씨는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드라마 때에는 제가 일방적으로 좋아하고 있었고, 저를 안 봐주는 역할이었으니까요. (웃음)

    Q:연인에게 남편을 죽여달라는 메이코. 압도적인 강렬함과 욕망을 가진 그녀의 요소는 키치세 씨 속에도 있는 것 같나요?

    글쎄요, 메이코는 악녀라기보다는 심지가 강하고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마음먹으면 무조건 해내려고 하는 점은 저와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살인을 저지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요. (웃음)

    Q:「저 사람을 죽이고 나를 빼앗아요」 라는 대사가 인상적인데 키치세 씨도 남자를 움직이는 타입인가요, 아니면 수동적인 타입인가요?

    어느 쪽이려나요? 메이코도 그렇지만 제가 상대를 휘두르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아요. 자기감정이 가는 대로 하기에 나쁜 마음은 없어요. 그래서 제가 깨닫지 못했을 뿐, 상대를 농락하는 연애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웃음)

    Q:키치세 씨에게 농락당해보고 싶은 남성은 많을 것 같은데요. (웃음)

    글쎄요. (웃음)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쿨한 역할이 많았기 때문에 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랑해, 빼앗아, 이런 건 실제로 말한 적이 없어요! 굳이 말하자면 남자 같은 성격이라서 부끄러워서 말을 꺼낼 수 없습니다. (웃음)

    Q: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영화 바다의 금붕어 등 남자다운 역할에도 도전하고 있는데, 패션에 따라 행동이나 말투가 완전히 다른 것이 매우 놀랍습니다.

    모델을 했던 덕분인지 의상에 따라 역할 스위치가 켜지는 타입입니다. 패션에 따라서 자세도 사람됨도 달라지네요.

    Q:여배우로서의 주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연기에 대한 의식의 변화는 있나요?

    『바다의 금붕어』에서 처음으로 평범한 언니 같은 역할을 연기하고, 드라마 하가네의 여자에서는 마음껏 감정을 드러내는 역할을 연기해서 연기가 재밌다고 점점 생각하게 됐습니다. 쿨한 역할은 필요 이상으로 말하지 않고, 쓸데없는 움직임도 하지 않는 등 여러 제한이 있습니다. 본래의 저와 가까운 내추럴한 역은 굉장히 하기 쉬워요. 그래서 지금까지 해온 것이 어려웠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연기한 메이코는 쿨한 면도 있지만 후반으로 향하면서 감정을 드러내가는 역할이라서 어렵긴 했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Q:앞으로 목표로 하고 있는 여배우상은 무엇인가요?

    여배우로서 다양한 면을 가지고 싶고, 보여드리고 싶어요. 쿨하다든가 섹시하다고 생각되는 건 매우 기쁘고, 그건 그거대로 연기자의 명리를 다하는 일이지만, 좀 더 다양한 타입의 여성을 연기해서 '뭐가 진짜 키치세 미치코인지 모르겠어!' 라는 말을 듣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심플한 숏팬츠를 스타일리쉬하게 입은 키치세는 누구나 넋을 잃고 볼 수 있을 만큼 멋있다. 실제로는 남자다운 성격이라고 하지만 이날은 패션과의 시너지 효과인지 좀 더 차분하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메이코가 빨간 럭셔리한 롱코트에서 남성 재킷으로 갈아입는 순간에, 그녀의 극적인 감정 변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일본을 무대로 다시 태어난 이 영화의 매력을 키치세의 아름다움과 함께 맛보길!

     

     

    | 아베 히로시 인터뷰

     

     '불가능'에 도전하며 즐기는 남자

    무모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배우의 본능"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아베 히로시에게 있어서 주위의 반응은 연기를 단념하게 하는 이유는 되지 않는 것 같다. 쿠로사와 아키라의 걸작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의 리메이크에, 원작의 열렬한 팬이 많은 시바 료타로의 언덕 위의 구름(NHK),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 시리즈 신참자(TBS) 등 오리지널을 넘을 수 없는 영상화 불가능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에 잇달아 출연해 존재감을 발휘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 누벨버그의 걸작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 출연. 제작 결정의 보도가 나왔을 때 아마도 부정하는 이들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럼에도 아베 히로시는 연기하고 있다… 그것도 즐기면서! 과연 아베 히로시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베 씨가 연기한 토키토는 키치세 미치코가 연기하는 애인의 남편을 살해하고 도주를 시도했지만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남자입니다. 거의 전편에 걸쳐 아베 씨의 연기는 좁고 네모난 상자 속이네요.

    「엘리베이터에 갇힌다는 건 누구라도 꿈에서 한 번은 본 적이 있지 않을까요? 제가 자주 보는 건 엘리베이터가 급상승해서 멈추지 않게 되어, 100층 정도까지 가버리는 꿈입니다. (쓴웃음) 그래서 어느 정도 시뮬레이션이 되어 있어서인지 처음으로 연기한다고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네요. 즐겁고 고독하게 연기했습니다.」

    영화에서 다른 공연자와 거의 얽히는 일이 없는 것도 꽤 드문 일이네요.

    「혼자 궁지에 몰린 인간은 어떻게 할까 하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저는 람보 같은 걸 좋아해요. (웃음) 그게 이번에는 엘리베이터. 틈새와의 싸움입니다. 정사각형의 상자 안에서 덩치 큰 남자가 벌이는 필사적인 싸움이죠. 오리지널을 봤을 때, 마지막에 문이 열렸을 때 남자가 보여주는 표정이 굉장히 인상에 남았습니다. 그 얼굴이야말로 이 남자의 인생 전부이지 않을까 했습니다. 그런 남자를 연기하는 건 재미있었습니다. 」

    즐겁다고 하셨지만 토키토라는 남자의 초췌한 모습은 박진감이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열연이었습니다. 상대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어떻게 그 텐션을 유지하며 역할을 만들어 나가셨나요?

    「이번엔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요. 니나가와 유키오 씨의 10시간짜리 연극을 끝낸 다음날에 크랭크인이었어요.(웃음) 그야말로 두달 내내 몰려 방심 상태였는데 오가타 감독님이 그냥 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미 탈진된 상태로 현장에 갔고 그걸 그대로 역할로 옮겼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저의 연기을 보았을 때, 이런 연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었다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계산이고 뭐고 없이 연기했어요. 기억이 안 난다는 건 그런 거죠. 다시 한번 같은 연기를 하라고 해도, 아마 안 될 것 같네요.」

    이 작품을 왜 영상화하느냐고 반대하는 사람의 반응이 결코 적지 않은 작품에 도전하시는데 어떤 마음이신가요?

    「원작, 오리지널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은 많지만 거기서 역할이 저의 일부가 되고, 살을 붙일 수 있다고 생각에 즐기면서 연기합니다. 예를 들면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에서, 미후네 토시로씨가 연기한 역을 맡았을 때, 그 역할의 어떤 점을 훔쳐서 저의 것으로 할까를 생각합니다. 저에겐 말 위서의 장면이 그랬고, 그곳만은 그대로 표현해 주고 싶었습니다. 나머지는 저만의 방식으로 분해하여 최종 도달점이 같은 의미가 되도록 합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이번에도 정말로 유명한 작품으로 이 "힘없는 남자"를 연기할 찬스라고 생각했어요. 프랑스 걸작 영화의 힘을 빼고, 그 세계관에 몸을 던지면 영상 속의 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제 안에서도 대단한 경험이 될 겁니다.」

    항상 연기하는 역할로부터 무엇을 흡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아베 씨의 스타일이 엿보이네요.

    「리메이크의 경우는 특히 그런 것 같네요. 오리지널 작품의 배우는 저의 발상에 없는 것을 가지고 있어요. 그걸 따라하고, 훔쳐서, 저의 것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작품에 임하는 데 있어서는 지금까지와 같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다른 방향으로 갈라 놓자고 하는 건 의식하고 있네요. 물론 자기만족에만 빠지면 안 되니까 그 부분은 조심하고 있지만요.」

    연기의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은 올해 작고한 연출가 츠카 코헤이 씨와의 만남이 계기였다고 들었습니다. 20년 정도 전에 츠카 씨의 「아타미 살인 사건 몬테 카를로·일루전」에 출연하셨는데, 바이섹슈얼 형사 역할이 칭찬받는 것과 동시에, 미남 역할이 많았던 아베 씨의 이미지를 일신했었죠.

    「그 무렵엔 저의 폭이 매우 좁았어요. 이미지라든가, 시시한 것이 방해되어서요. 그 부분을 츠카 씨가 무대에서 강제로 부숴주었습니다. 그때는 이해가 안 됐는데 2, 3년 지나면서 그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이걸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처음에 마음껏 펼쳐 주었기 때문에, 거기서 자기 나름의 선택사항을 가질 수 있게 되었죠. 연기하는 세계 속에서 "놀아봐" 라는 감각을 굉장히 받은 것 같습니다. 저는 결코 연기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넘고 싶은 벽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벽을 계속 높게 느끼고 있는 동안은 괜찮을 것 같네요.」

     

    ※ 아베 히로시 인터뷰 2 : 연기자로서의 벽은 높은 편이 보람차다.

    프랑스 영화의 거장 루이 말 감독의 대표작 사형대의 엘리베이터가 50년을 거쳐 일본에서 리메이크. 키치세 미치코가 연기하는 메이코의 정부로, 살인을 저지르는 토키토 다카히코 역으로 출연한 배우 아베 히로시.

    ― 원작 영화를 보셨나요?

    「보고 나서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작품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아직 보지 않아서 비디오를 통해 오리지널 작품을 확인했습니다.」

    ―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50년 전 프랑스 영화를 아시아에서 리메이크하려는 과감한 시도, 그것을 오가타 감독이 어떻게 연출할까, 재미있지 않을까, 그래서 연기해 보자고 결심했습니다. 」

    ―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장면에서의 촬영이 대부분이었을 텐데, 밀실 안에서 연기할 때 유의한 것은 있나요?

    「엘리베이터에 갇힌다는 건 누구나 꿈에서나 꿀 수 있잖아요. 저도 몇 번 꾼 적이 있는데 그냥 저 같은 경우는 항상 엘리베이터가 급상승하는 꿈인데요. 그래서 처음인 것 같지는 않았어요. 어렸을 때 본 영화 등의 인상이 강했겠죠. 연기 자체는, 그렇죠, 즐겁게, 고독하게 했습니다(웃음). 촬영하는데 4일 정도 걸렸었는데 수월하게 잘 나온 것 같습니다.」

    ― 작품이나 역할이 심플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은 있었나요?

    「작품은 재밌게 하고 있어요. 제 연기가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유의하고 있습니다. 그 작품 속에서의 존재감을 성립시키면 작품에 있어서도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저를 객관적으로 보거나 심플한 영화야말로 제게도 공부가 되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사람과 얽히는 장면이 없기 때문에, 제 망상입니다. 리메이크의 경우는 제가 흡수할 수 있는 부분, 저의 발상에 없는 부분을 흉내 내 보자는 생각으로 연기했습니다. 리메이크가 아닌 새로운 작품의 경우는 가능한 한 여러 방향으로 저를 떼어놓고 연기하거나 본 적도 없는 저를 표현해 보는 데에 굉장히 노력합니다만 둘 다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이 납득할 수 있도록 말이죠. (웃음)」

    ― 이번에는 상대가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어땠었나요?

    「연기 도중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얼마 전 영화 패닉룸을 TV에서 봤는데 여러 가지 영화의 거짓말이 마음에 걸려, 저도 모르게 그만 투덜거리며 봤어요 (웃음). 그래서 촬영 중에는 여러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 혼자 연기를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 부분은 배우로서 보람 있었나요?

    사람을 죽이고 스스로의 실수에 갇혀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시간에 쫓겨 여러 정신적 고통이 있었을 겁니다. 많이 힘든 상황에서, 마지막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보이는 얼굴이 오리지널에서도 굉장히 인상에 남았는데요, 그게 그 남자의 인생 전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과도 상의하며 촬영했는데 이래저래 재밌게 했습니다.

    ― 그럼 다시 한번 이 작품의 출연 의뢰가 온다면 어떨 것 같나요?

    「 오리지널을 봤을 때 어렵겠지만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역시나 드네요. 감독님께 쓸데없는 얘기를 하곤 했어요. 이거 밧줄이 너무 가늘어서 올라갈 수 없는 거 아니냐고요. (웃음)」

    ― 지금까지의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즘은 신이 납니다. 또래 연기자들도 다들 즐기고 있어요. 연극으로 배우로서의 저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2, 3년 지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 과거에 출연한 작품이나 연기에 대한 모티베이션은 무엇인가요?

    「동기부여가 높아야 연기가 가능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연기를 하지만 배우이기에 부담도 있어요.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부담스러운 순간은 늘 있습니다. 역시 벽이 높으면 보람차기 때문에 항상 도전자라는 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넘고 싶은 벽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 엄청 높은 벽이 있는 일을 선택해 버리거나 하죠. (웃음)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개봉을 기대하고 있는 팬분들에게 작품의 볼거리나 주목하면 재미있는 점을 말씀해 주세요.

    「50년 전의 프랑스 영화를 일본에서 리메이크하고, 장소도 공을 들여 프랑스 영화의 맛을 최대한 고집한 영화입니다. 제목인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만큼이나 힘차고 강렬한 미스터리입니다. 원작과 비교해 봐도 재밌습니다.」

    [인터뷰 끝]

    |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50년 후, 일본에서 리메이크

     

    1958년에 발표된 루이 말 감독의 장편 처녀작 「사형대의 엘리베이터」가, 현대의 일본을 무대로 옮겨 영화화되었다. 프랑스 영화의 걸작으로서 칭송되고 있는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것은 대단한 도전인 것과 동시에, 감독 오가타 아키라에게는 명예로운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오가타 감독은 이 명작을 어떻게 리메이크했을까?

    먼저 두 작품의 시나리오는 거의 비슷하다. 리메이크판은 오리지널처럼 범죄를 저지른 남자가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여자가 애인의 행방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고, 불량한 젊은 커플의 도피행이라는 세 가지 플롯이 뒤엉켜 있다. 50년의 시간을 거쳐 이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플롯에 관한 차이는 거의 없다.

    루이 말 작품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극 중의 인간관계와 캐릭터를 클로즈업과 오프 스크린의 목소리로 표현한 것이다. 이 캐릭터에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켜, 주인공의 감정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으로 플롯을 조립하는 방법은 리메이크판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즉, 두 영화는 똑같은 오프닝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렇다고 해도 두 작품을 본 뒤의 인상이 똑같지는 않다.

    오가타 감독의 촬영 방법은 루이 말 감독의 촬영 방법과 비교하면 같은 클로즈업이라도 분위기가 전혀 다르고, 영화가 50년 만에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50년대에 찍힌 오리지널은 오늘날의 스릴러보다 훨씬 도전적인 작품이다. 그렇다고 오가타 감독을 탓할 수는 없다. 만약 오가타 감독이 루이 말 감독과 똑같이 찍었다면 많은 관객은 진부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찍는다면 리메이크하는 의미가 있을까? 영화의 리메이크를 성공시키는 비결은 그 영화의 콘셉트를 현대로 정확히 바꾸는 것. 그렇기 때문에 오리지널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리메이크 버전과 오리지널 버전은 같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그녀들의 캐릭터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오리지날판에서 잔 모르가 연기한 플로랑스는 매우 약하고 로맨틱한 여성이었던 것에 비해, 리메이크판에서 키치세 미치코가 연기한 메이코는 매우 강해서, 그녀의 애인에 대한 애정은 별로 보이지 않고, 냉혹한 인상마저 느껴진다. 이 차이는 오늘날과 50년대 당시 여성들을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오리지날판이 현대 스릴러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에도 서스펜스와 격렬함을 느끼는 것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음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성 영화를 보면서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들었다는 마일즈 데이비스는 각 장면의 스피릿을 완벽하게 포착했다. 그 음악은 여러모로 극찬을 받았다. 루이 말의 오리지널 버전은 마일즈의 음악이 없었다면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마일즈의 음악이 없었던 것이 유일하게 아쉬웠던 리메이크판이지만, 다른 변경이나 차이는 현대를 무대로 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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