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2018년 6월 8일 개봉)

    ♬ 이 포스팅은 강력한 스포가 있습니다. 

    어느 가족

    (万引き家族)

    출연 : 릴리 프랭키, 안도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키키 키린, 조 카이리, 사사미 미유 

    감독 : 코레에다 카즈히로

    일본 개봉일 : 2018년 6월 8일

     

     

    어느 가족 작품 줄거리

    고층 아파트 속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지금이라도  무너질 듯한 단층집에 오사무와 노부요 부부, 아들 쇼타, 노부요의 배다른 여동생 아키 4명이 굴러 들어가 살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집의 주인인 하츠에의 연금. 부족한 생활비는 좀도둑질로 채우고 있었다. 사회라는 바다 밑을 기어가는 듯한 가족이지만 어째서인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서로 입은 험하지만 화목하게 지내고 있었다.  

     

    어느 겨울 , 인근 단지의 복도에서 떨고 있던 어린 여자애를 보다 못한 오사무가 집으로 데리고 온다. 상처 투성이인 아이의 처지를 배려하여 노부요는 딸로 키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어느 사건을 계기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각각 안고 있는 비밀과 간절한 소원이 차례차례로 밝혀지는데...

    등장 인물의 이름에 숨겨진 의미란?

    가족이 테마인 '어느 가족' 그렇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이름에는 기본적으로 작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힌트가 숨겨져 있다. 

     

     

    아빠, 오사무 (릴리 프랭키)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오사무의 본명은 에노키 쇼타. 

     

     

    그는 어째서 '오사무'라는 가명을 하고 있을까. 오사무는 키키 키린 씨가 연기하는 하츠에의 아들 이름이다. 하츠에는 자신의 아들을 홀로 키웠다. 그리고 그가 결혼해서 부인과 셋이서 살게 되었지만, 하츠에와 며느리가 자주 싸우게 되면서 결국 아들의 전근을 핑계로 관계가 단절되었다.

     

    즉, 릴리 프랭키가 '오사무'라는 가명으로 하츠에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은 첫째 아들을 대신하려는 의지도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하츠에 역시 그를 자기 아들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하츠에는 '가족' 모두가 바다에 갔을 때, 자신의 곧 죽게 될 거란 걸 깨닫고 소리는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고마웠어요.' 라고 말한다. 그냥 흘려 보낼 수 있는 이 예의를 차린 인사는 영화가 전하려는 '핵심'이기도 하다. 

     

    즉 하츠에는 그들을 정말로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었고, 그리고 그를 진짜 '오사무'처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죽음이란 것은 헛된 꿈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하츠에는 결국 예의를 차리는 감사 인사를 한 것이다. 하츠에의 시점으로 보면 그가 '오사무'라는 이름을 자칭하고 있는 것은 몹시 눈물나는 일.

     

    그리고 마지막 장면. 그는 쇼타가 타고 떠나는 버스를 뒤쫓는다. 그는 쇼타가 체포되었을 때 도망가려고 했었고, 그 때는 아직 제대로 '가족'이라는 실감이 들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쇼타를 잃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버스를 뒤쫓는 그의 모습은, 그의 표정은 마치 '가족'을 잃기 직전의 아빠의 표정으로 보인다. 자신이 데려오고, 그리고 버리려 했던 쇼타를 잃는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된 그의 모습에 그들이 '가족'이었다는 증거가 숨어 있다. 

     

    엄마 노부요 (안도 사쿠라)

    안도 사쿠라가 연기하는 '엄마' 노부요의 본명은 타나베 유코. 

     

     

    그녀가 본명을 숨기고 노부요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건 오사무와 같은 이유다. 노부요라는 이름은 오사무의 아내 이름이었던 것.

     

    그녀가 이 이름으로 지내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모친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유소년기의 경험이 크게 관계되어 있으리라. 그녀는 피가 섞인 엄마에게서 늘 '낳지 말아야 했다'는 말을 듣고 자랐지만, 마음 속으로 늘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다고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하츠에 역시 다시 아들과 며느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었을 것이다. 고집이 셌던 하츠에는 아들 부부와의 관계를 잘 쌓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두사람의 관계는 winwin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츠에는 노부요를 자신의 딸처럼 귀여워하고, 사랑하면서 과거의 후회를 청산하려 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노부요라는 이름으로 아무리 갈망해도 받을 수 없었던 엄마의 사랑을 하츠에에게 받았을 것이다.

     

    노부요가 하츠에에게 사랑받고, 자신도 학대 받던 아이 '린'을 자신의 딸로 사랑하려고 했을 것이다. 때문에 린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을 때 '딸을 잃은 엄마'로서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취조를 받을 때 자신은 린(쥬리)의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표정과 '린'과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 동료의 협박을 참아내며 일을 그만두는 결단을 내렸을 때의 표정은 콘트라스트가 매우 강렬하다.

     

     

    아들, 쇼타 (조 카이리)

     

    조 카이리가 연기한 아들 쇼타의 이름은 오사무 (릴리 프랭키)의 본명인 

    에노키 쇼타 (발음은 같지만 쇼타의 한자는 다르다_祥太_勝太). 

     

     

    오사무가 왜 쇼타(祥太)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오사무는 극중에서 무척 가족을 동경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테면 일용직 노동으로 방문한 건설 현장의 미완성 욕조에 들어가 천장을 올려다 보며 자신이 이곳에 산다면... 하는 망상을 하는 장면.

     

    왜 그는 그렇게나 '행복한 가족'을 동경하고 있는 걸까. 그건 그가 유소년기 이후 부모님께 자신의 존재를 부정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행복한 가족을 동경하면서도 아들로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자신을 심하게 비하하고 있다. 즉 자신의 진짜 아들처럼 귀여워하는 '쇼타'는 어린 시절 자신의 투영인 것이다. 그는 '쇼타'를 사랑하는 것으로 사랑 받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구하려고 한 것이다. 

     

    오사무는 쇼타에게 '아빠'라고 불러 달라는 말을 종종 입에 담았다. 그것은 아마도 존재를 부정당하며 자신의 아버지에게 '아빠'라고 부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자신이 하지 못했던 것을 '쇼타'는 하기를 바라고, 그럼으로써 과거의 자신을 사랑하려 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쇼타의 이름은 매우 안타깝고 애절하다.

     

     

    사야카 (마츠오카 마유)

     

     

    사야카는 아키가 유흥업소(JK견학점)에서 사용하는 예명이다. 그녀가 왜 사야카라는 이름을 사용하느냐. 사야카는 그녀의 여동생 이름이다. 아키는 동생 사야카가 태어나게 되면서 여동생이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며 집을 뛰쳐 나왔다. 그래서 아키는 동생과 가족에 대한 복수의 의미를 담아 유흥가에서 '사야카'를 자칭하고 있었다.

     

    아키가 사야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복수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녀가 유흥업소에서 보이는 행보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실 아키는 가게에서 별로 인기가 없다. 그건 그녀가 사야카라는 이름으로 '사랑 받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으로 만족감을 얻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아키는 가게에서 만난 손님 (이케마츠 소스케)과 사랑에 빠지는데 그를 부둥켜안고 있을 때 그녀는 스스로를 사야카가 아닌 '아키'라고 강하게 실감하고 있다. 아키는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것에 굶주리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아키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엔 아키라는 본명으로, 일할 때에는 사야카라는 예정을 쓰는 것. 아키는 하츠에를 무척 그리워 하는데 이것은 하츠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싶은 희망의 표현이기도 하다.이런 아키였기에 그 가족이 가짜였다는 것을 경찰에게 들었을 때 모든 것을 자백해 버린 것이다. 그녀가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가족이 모두 가짜였다는 배신감으로. 

     

    마지막에 아무도 살지 않게 된 집에 홀로 찾아온 아키. 가족으로 함께 지냈던 방을  혼자 바라본다. 가족은 확실히 가짜였지만 자신이 여기서 지내며 받았던 사랑은 진짜였음을 깨달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해석은 보는 이의 몫) 그러나 다시 찾아왔다는 것만 봐도 그 때의 가족을, 정을,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린 (사사미 미유)

     

    사사키 미유가 연기한 린은 가족의 막내딸로 본명은 쥬리. 린이라는 이름은 그녀가 실종됐다고 뉴스에 나왔을 때 노부요가 그녀를 데리고 있기 위해 붙인 가명. 린이라는 이름은 노부요가 술장사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시절, 유일하게 격의 없이 대해준 친구의 이름에서 따 왔다. 린이라는 이름은 이름 그 자체보다 노부요가 직접 붙인 이름이라는 게 중요하다. 노부요는 린의 엄마가 되려 했고, 린은 과거의 자신처럼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친부모에게 돌려보내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기르려 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린에게 '엄마'라고 불려 보지도 못했고 그녀의 본명이 '주리'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끝내 린에게 '엄마'라는 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녀는 린의 엄마였으리라. 엄마, 아빠라는 말은 없었지만 쥬리가 마지막에 그 가족과 함께 살면서 받았던 보물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 장면에선 가슴이 뭉클해진다. 

     

    - 이렇듯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중후한 메시지를 내포하는 코레에다 감독은 정말로 훌륭하다. 이름이라는 모티브는 혈연 관계가 있는 부모와 자식간의 계약 증명 같은 것. 그것을 유사 가족에 적용함으로써 각각의 등장인물의 심정이나 소원을 구현화하는 것에 성공했다. 각본은 정말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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