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쉬걸 | 에디 레드메인 인터뷰, 연기한 것은 주인공의 "여성다움"이 아닌 "자신다움"

    에디 레드메인

    [대니쉬걸]

    연기한 것은 주인공의 "여성다움"이 아닌 "자신다움"

     

     

    세계 최초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덴마크인 화가 릴리 엘베 = 에이나르 베게너의 실화를 "레미제라블"의 톰 후퍼 감독이 영화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답게 살려고 했던 릴리와 남편의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가장 이해하는 사람으로 곁에 있어 준 아내 게르다의 깊은 사랑을 그렸다. 원작은 2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후보로 오른 에디 레드메인이 일본을 방문, 고심했던 연기에 대해 말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처음으로 돌아온 연기

     

    Q : 릴리가 에이나르로 살고 있는 때도 여성복을 만지는 방식 등으로 그녀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에이나르로 살며 릴리를 연기할 때, 가장 유의했던 건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연기했던 어느 역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접근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다만 언제나 저는 자신을 그 세계로, 그 캐릭터에 몰입하고, 스스로 가능한 것을 흉내를 내고자 합니다. 릴리의 경우에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그녀는 누구인가라는 것을, 제일 먼저 찾아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녀가 남성으로 살았을 때는 누구였을까, 라는 것으로 돌아갔어요. 사진과 그림에 많은 힌트가 있었어요. 릴리가 에이나르로 살아갈 때의 사진은 특히 더요. 그 사진에서의 그녀는 목 전체를 덮듯이 정말 크고 타이트한 옷깃의 슈트를 입고 있었어요. 저에게는 그것이 대부분 남성스러움을 형성하는 "껍데기"처럼 보였죠. 사회가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던 거구나. 그런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Q : 의상도 역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줬던 거로군요.

     

    연기를 위해 많은 세대의 다른 트랜스젠더의 여성을 만났었는데요, 모두 굉장히 관대하고 그녀들의 여정에 대해 말해줬어요. 많은 사람들은 성확정의 초기 단계를 Hyper-Feminization(과도한 여성화)라고 부르고 있어요. 지나치게 여성적인 옷을 입고 많은 화장을 하고...... 한 여성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험해보는 10대의 소녀와도 같은 시간이라고 말했어요. 그것은 메이크 담당의 쟝 스웨르와 의상 담당의 파코 델가도에게도 말했던 거예요. 예를 들면, 릴리가 처음으로 무도회에 갈 때, 그녀는 밝은 색의 가발을 쓰고, 선명한 화장과 함께 지나치게 여성적인 요란한 드레스를 입어요. 영화가 흐를수록 점차 그녀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가발도 쓰지 않고 메이크업도 엷어지죠. 그래서 저는 여성다움이 아닌 그녀가 자신답게 있는 것을 연기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 벤 위쇼.. 최고의 공연자들

     

    Q : 릴리가 조금씩 진짜 자신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이 훌륭했었습니다. 역할을 만들기 위한 시간은 얼마나 있었나요?

     

    본작이 훌륭했던 건, 많은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제작진은 15년간 이 영화를 형태화시켜왔고, 저는 촬영 4년 전에 참가가 결정됐어요. 그 시간 내내 준비를 계속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도움이 될만한 책을 많이 읽으며 1년간 역할을 만드는데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드문 영화죠. 

     

    Q: 아내 게르다 역의 알리시아 비칸데르와의 호흡은 찰떡궁합이었어요.

     

    그녀는 정말로 무서운 사람이에요. 그런 그녀의 상대역을 맡아서 아주 좋았어요. 촬영의 6~8주 전에 몇 주간 리허설을 하고, 본격적인 촬영 직전에도 3주 정도 리허설을 했어요. 두 사람 사이의 아주 친밀한 드라마였으니까, 정을 쌓는 게 매우 중요했어요.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이야기를 하고... 우리들은 각각 조사를 했기 때문에 서로 배운 것을 공유했어요. 그리고 스토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함께 아트를 보고, 리허설에서 캐릭터들의 새로운 요소를 찾아내고, 그런 후에 연기했어요.  

     

    Q: 무도회에서 릴리에게 반하는 헨릭 역의 벤 위쇼와의 공연은 어땠습니까? 첫 공동 출연이었는데요. 

     

    어메이징이었어요! 벤 위쇼를 정말 좋아해요. 그는 세계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해요. 그와의 공연은 엄청나게 즐거웠어요. 헨릭의 씬은 적었지만, 그런 것들을 각별한 것으로 만드는 게 대단해요. 그는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시얼샤 로넌과 연극 "크루시블(crucible)"을 하고 있는데 꼭 보고 싶어요.

     

     

    ■배우로서 처음 맡은 배역도 여성 역!

     

    Q : 톰 후퍼 감독이 캐스팅할 때에 당신에게는 여성적인 무언가가 있으며, 그것을 발굴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었어요. 

     

    감독의 이상은 배우의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해내는 거겠죠. (웃음). 흥미롭죠. 저는 예부터 있던 남학교에 다녔는데, 첫 프로의 일이 무대에서 여성을 연기하는 거였어요. 전원 남성의 극단이 했던 "십이야(세익스피어 작품)"의 비올라 역(남장 여인)으로, 마크 라이런스(영화:스파이 브릿지)와 함께 연기했어요. 잉글랜드에서는 16세기부터 소년이 여성을 연기한다는 전통이 있고요. (웃음). 톰과 함께 일하는 것은 참 좋습니다. TV 드라마 "엘리자베스 1세 ~ 사랑과 음모의 왕궁(2005)"에서 처음으로 함께 하게 되었고, "레미제라블(2012)에서도 마찬가지였죠.

     

    Q : "레미제라블"의 cafe song "EMPTY CHAIRS AT EMPTY TABLES"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멈추지 않고, 노래가 끝나면 처음 위치로 되돌아가 다시 연기하는 방식을 후퍼 감독에게 제안했다고 들었습니다. 본작에서도 그런 식으로 촬영된 장면이 있나요?

     

    있었어요! 몇 번이나 촬영을 부탁했던 장면이었죠. 본작에서는 메이크업이 보다 섬세해졌기 때문에 예를 들면 감정적인 장면을 찍게 되면 그 상태로 계속하는 것은 어려워요. 메이크업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됐었으니까요. 그래도 후퍼가 그렇게 하도록 해준 장면도 있어요. 저한테는 이 방법이 언제라도 가장 쉽거든요.

     

    ■공적, 사적으로도 강렬했던 2년간.

     

    Q : 최근 2년,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오스카 수상, 본작으로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 사적으로는 결혼, 아내의 임신과 굉장한 일들이 계속됐었는데요. 돌이켜 보니 어떤가요?

     

    와우 (웃음). 최근 2년은 엄청났었네요. 정말로 행운이었다고 느끼고 있어요. 배우는 보통,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일이죠. 연기를 시작했던 어린 시절은 배우가 되는 일이 가능할 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다가, 모두들에게도 무리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배우로서 고용된다는 것은 굉장한 거죠. 릴리(대니쉬걸)와 스티븐(사랑에 대한 모든 것_스티븐 호킹), 그리고 뉴트 스캐맨더(해리포터 새 시리즈, "신비한 동물 사전"의 주인공)라는 뛰어난 사람들을 연기하게 되는 일은 굉장합니다. 결혼, 임신도 굉장하죠! 정말로, 정말로, 남다른 일입니다.

     

    Q: 다음은 어떤 역할을 연기하고 싶은가요?

     

    저는 "이 역할이 하고 싶어!" "저 역할이 하고 싶어!" 라는 타입이 아니에요. 그것보다는 감독이 제 안의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이건 어때?"라고 말해주고, "와우! 그거는 전혀 예상도 못했는데!"라는 편이 더 끌리는 편이거든요. 이번에도 릴리의 이야기를 알지 못 했을 때도, 극본을 읽고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걸요. 지금은 "신비한 동물 사전"의 촬영이 끝난 직후라서, 지나칠 정도로 강렬한 2년이었으니 잠시 쉴 생각이에요. 일본을 탐험한 후에는 (웃음) 런던으로 돌아갈 거예요.

     

    2년 연속 오스카 노미네이트로 연기파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 에디 레드메인이지만 그 누구라도 뻑 갈 수밖에 없는 보기 드문 좋은 청년상. "레미제라블"로 일본에 왔을 때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연극학교를 다니지 않아 역할을 만드는 것에 대한 전문적인 과정이 없으니 조금 열등감을 느끼기는 해요." 라고 진지하게 말하지만 그 대신에 모든 일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앞으로 그가 한층 더 성장할 것이 분명할 것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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