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물길을 따라가는 새 탐험 – 직접 촬영한 감동의 순간들
- 춘천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 2025. 3. 12.
직접 촬영한 감동의 순간들
춘천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도시지만, 특히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자연 속에서 만나는 새들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 의암호에서 소양강변길, 그리고 북한강변길까지 산책하며 마주한 새들의 모습을 담았다.
아침 안개가 걷히는 순간, 강 위를 가로지르는 새들의 날갯짓. 물가에 앉아 한가로이 깃을 다듬는 새들. 그리고 나뭇가지 위에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 새들. 춘천의 강변은 생각보다 더 많은 새들의 터전이 되어 있었다.
때로는 물살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순간을, 때로는 조용히 먹이를 찾는 모습 등 춘천의 물길을 따라가며 만난 새들의 다양한 순간들, 지금부터 함께 감상해 보자.
춘천 습지에서 만난 검은 날개의 군락, 민물가마우지의 왕국
춘천의 우두동에 위치한 청류마당 습지에서 놀라운 장면을 마주했다. 하늘을 가득 채운 검은 깃털의 물결, 그리고 나뭇가지마다 둥지를 틀고 있는 민물가마우지들의 군락이었다. 가마우지들은 강변에서 종종 보곤 했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민물가마우지가 한 곳에 서식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들의 울음소리는 마치 습지 전체를 울릴 듯했다. 바람에 실려 퍼지는 거친 울음소리는 인상적이면서도 압도적이었다. 미치 이곳이 그들의 왕국이라도 된 듯, 가마우지들은 나무마다 둥지를 지어 서로 부리를 맞대며 교감하고 있었다. 날아오르는 개체들의 힘찬 날갯짓이 바람을 가르고, 그들의 날렵한 실루엣이 하늘 위를 스쳐 지나갔다.
촬영은 쉽지 않았다. 습지에 빽빽이 자란 나뭇가지들이 시야를 가려, 깔끔한 구도를 잡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소니 FE 70-200mm 망원 줌렌즈를 이용해 가까스로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특히, 둥지에서 서로를 돌보는 순간과 하늘을 가르는 비행의 찰나를 담아내기 위해 수없이 셔터를 눌렀다.
촬영일 : 2025년 3월
촬영장소 : 춘천시 우두동 청류마당 (소양강 상고대일원)
소양강에서 만난 낯선 손님, 댕기흰죽지의 신비로운 모습
춘천 소양2교 근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만남이 있었다. 수면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떠다니던 세 마리의 검은 새. 처음에는 익숙한 오리류라고 생각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전혀 본 적 없는 생김새였다. 검은 깃털과 대비되는 하얀 날개 부분, 노란 눈동자, 그리고 독특하게 솟아오른 뒷머리 깃털까지 카메라를 들고 조심스럽게 셔터를 눌렀다.
이 새의 정체는 댕기흰죽지(튜프트오리, Tufted Duck). 유럽과 아시아에서 서식하는 종으로 한국에서는 주로 겨울철새로 찾아오는 희귀한 손님이다. 강과 호수, 저수지와 같은 담수 지역을 선호하며, 주로 수생식물이나 작은 무척추동물을 먹는다. 특히 수컷은 머리 뒤쪽에 특징적인 댕기(길게 늘어진 깃털)가 있어 한눈에 구별할 수 있다.
춘천에서 댕기흰죽지를 만날 확률은 높지 않다. (아마도? 내가 처음 봤으니) 일반적으로 청둥오리나 흰뺨검둥오리처럼 흔한 종과는 달리, 댕기흰죽지는 특정 시기와 환경에서만 관찰되는 겨울철새다. 특히 소양강과 북한강 유역은 겨울철새들이 쉬어가는 중요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 이처럼 귀한 새들을 만날 수도 있다.
이날 만난 세 마리의 댕기흰죽지는 마치 호기심 어린 표정이 가득했다. 낮은 햇빛이 물 위에 반사되며 그들의 검은 깃털을 더욱 빛나게 했다.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종을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한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새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고, 그 순간을 남길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렇듯 춘천의 자연은 예상치 못한 만남을 선물해 준다. 다음 겨울에는 또 어떤 새들이 이곳을 찾아올까? 다음 촬영이 더 기대된다.
특별한 조합, 알락오리와 흰죽지
소양강을 따라 조용히 산책하다가,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두 마리의 새가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청둥오리나 흰뺨 검둥오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낯선 조합이었다. 왼쪽 새는 전체적으로 갈색을 띠며 섬세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오른쪽 새는 머리가 붉은빛을 띠며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촬영 후 자세히 살펴보니, 이들은 바로 알락오리(Gadwall) 암컷과 흰죽지(Common Pochard) 수컷이었다.
알락오리는 북반구의 온대 지역에서 번식하고, 겨울이 되면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겨울철새다. 한국에서는 강과 호수, 저수지 등지에서 주로 관찰된다. 알락오리의 수컷은 회색빛 몸에 검은 부리를 가지고 있으며, 날개에 흰색 띠가 있어 비행 시 쉽게 구별된다. 암컷은 전반적으로 갈색을 띠며, 섬세한 무늬와 검은색 점무늬가 흩어져 있는 부리가 특징적이다. 성격이 온순하여 청둥오리나 흰뺨검둥오리와 함께 섞여 지내는 경우가 많다.
흰죽지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광범위하게 서식하며 한국에서는 겨울철새로 찾아온다. 이름 그대로 몸의 대부분이 흰색이며, 수컷의 경우 머리가 붉은색을 띠고 있다. 부리는 회색 바탕에 끝이 검은색으로 구별이 쉽다. 눈이 붉은빛을 띠며, 상대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몸집이 비교적 크고, 잠수를 잘하는 오리 중 하나다.
알락오리와 흰죽지가 함께 있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알락오리는 비교적 온순한 성격이고, 흰죽지는 활발하게 수면을 누비는 종이기 때문에 습성도 다르다. 하지만 이 날 두 마리는 마치 한쌍처럼 함께 이동하며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댕기흰죽지 한 쌍
이번에 촬영한 사진에서는 수컷과 암컷이 함께 물 위를 유영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같은 종이지만 서로 다른 색감 덕분에 한눈에 수컷과 암컷을 구별할 수 있었다. 수컷에 비해 암컷은 전체적으로 갈색빛을 띠며, 댕기 깃털이 상대적으로 덜 뚜렷하다. 수컷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색감을 가지고 있어 보호색 역할을 하기도 한다.
춘천 공지천에서 만난 작은 불꽃, 딱새 수컷
춘천 공지천의 나무 위에서 작은 불꽃처럼 빛나는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주황빛 배와 검은색과 회색이 섞인 깃털. 딱새(Daurian Redstart)였다. 다가가서 더 가까이 촬영하고 싶었지만, 녀석은 경계심이 많아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결국 망원렌즈를 이용해 멀리서 포착한 이 사진이 최선이었다.
딱새는 참새목 딱새과에 속하는 작은 텃새 또는 철새로 한극에서는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다. 수컷은 머리와 등은 회색빛을 띠고, 눈 주위부터 날개까지는 짙은 검은색을 보인다. 배는 밝은 주황색이며, 꼬리도 선명한 오렌지색을 띠고 있다. 암컷은 몸 전체가 갈색 톤을 띠며, 수컷보다 다소 연한 색을 가진다. 하지만 꼬리 부분은 수컷처럼 주황빛을 띠는 경우가 많다. 날개에는 뚜렷한 흰색 반점이 있어 다른 작은 새들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딱새는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 서식하지만, 특히 숲 가장자리, 공원, 강변, 마을 주변 등 나무가 적당히 있는 곳을 선호한다. 경계심이 강해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면 쉽게 날아가버린다. 이번 촬영에서도 그 특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활동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새라서 그런지 나뭇가지 위에서 계속 자리를 옮기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딱새는 대체로 단독 생활을 하며, 번식기가 아닐 때도 무리를 짓기보다는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다.
촬영장소는 춘천사이로248 출렁다리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공지천은 다양한 새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딱새를 담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뭇가지 사이를 조심스럽게 오가며 부리로 무언가를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햇빛이 비치는 나뭇가지 위에서 주황빛이 더욱 도드라지는 모습에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여러 번 셔터를 눌렀지만, 워낙 경계심이 많아 가까이 다가가긴 어려웠다. 하지만 멀리서라도 이 특별한 순간을 기록할 수 있어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딱새의 더 세밀한 표정을 담아보고 싶다.
공지천에서 만난 작은 친구, 참새
참새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새 중 하나이지만, 촬영을 시도해 본다면 결코 쉬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공지천을 따라 걸으며 무수히 많은 참새를 쫓아다녔고, 3개월 동안 여러 장의 사진을 남겼지만, 이번에야말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겨울날, 작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참새 한 마리. 카메라를 향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는 순간도 있었고, 바닥 위를 바삐 움직이며 먹이를 찾는 모습도 포착했다.
참새는 가까이 다가가면 금세 날아가 버려 촬영이 쉽지 않다. 하지만 꾸준한 시도 끝에 마침내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게 되어 무척 기뻤다.
참새는 참새목 참새과에 속하는 대표적인 소형 조류로 몸길이는 약 14~15cm이다. 갈색과 베이지색을 띠는 몸과 등에는 어두운 줄무늬가 있으며, 붉은빛이 도는 갈색 머리와 검은색 뺨 무늬가 특징적이다. 부리는 짧고 단단하며, 씨앗을 쉽게 부술 수 있도록 적응되어 있다.
경계심이 많아 사람을 보면 재빨리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가까이서 관찰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사회성이 강해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며, 종종 나뭇가지 위나 바닥에서 여러 마리가 함께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능이 높아 인간의 생활환경에 적응을 잘하며, 도시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새다.
참새들은 마치 작은 모험가처럼 바쁘게 움직인다. 나뭇가지 위에서 깃털을 다듬기도 하고, 바닥에서 떨어진 씨앗을 찾아 부리를 부지런히 움직이기도 한다. 어떤 녀석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의 카메라를 응시하기도 했고, 또 어떤 녀석은 바람에 깃털을 부풀린 채 잠시 쉬고 있었다.
참새를 찍기 위해 쫓아다니느라 진땀을 뺐지만,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을 담을 수 있어 보람찼다. 비록 작은 새지만, 그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관찰하는 것은 새로운 발견과 감동을 선사한다. 언제나 우리 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개성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존재들. 그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자연의 섬세한 조화를 이루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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