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싸우고 있다. 쉼 없이 내달려오다가 갑자기 멈춰 선 시점에는 더더욱 그 불안감에 크게 짓눌리곤 한다.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 나라는 이름표가 달린 쳇바퀴 안에서 뜀박질을 하고 있을 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맹렬하게 돌격해오는 그런 때를 가장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꿈이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바치며 내 안의 정열을 미련할 정도로 쏟아부었을 때는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즐거웠고, 마냥 가슴 뛰는 매일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치열한 20대를 보내고 30대가 되었을 땐 조금은 숨 좀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삶에 한발 다가서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젖는 순간도 있었다. 물론 그런 순간보다 막돼먹은 삶의 파탄 요소들에 시달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순간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숨은 쉴 수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그 마음 하나로.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 발을 올려놓고, 나의 체중을 실어 보내면서도 두려움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나를 지배했었기에. 그렇게 30대를 보내고 이제 40대로 접어들었다. 솔직히 지금이 가장 두렵다.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턱턱 막혀 오곤 한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간다.
나아갈수록 두려움의 파도는 더욱 거세고 높아지겠지. 나는 이 거센 파도 너머에 부디 나의 안식이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묵묵히 시작했다. 별 볼 일 없는 삶은 없다. 별 볼 일 없는 '마음'을 지닌 사람만이 있을 뿐.
나의 가치는 '무엇을 하느냐'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려 하느냐'로 매겨지는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렇기에 오늘도 긍정 알약 하나 입에 털어 넣는다.
[움츠리지 말고 당당하게 오늘을 보내고 내일을 맞이하면 되는 거야]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잘 안되면 어때,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여러분,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잠시 손에서 일을 놓으면 뭐 어떻습니까. 백수면 뭐 어떻습니까. 통장이 텅장이 되어가면 뭐 어떻습니까. 지금 우리는 이렇게 숨을 쉬고 있는데. 지금 우리는 죽고 싶지 않은데. 지금 우리는 이렇게 눈동자를 빛내며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데. 지금 우리는 외로워도 언제든 웃음 지을 수 있는데. 지금 우리는... 지금 우리는... 여기에 이렇게 존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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