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지난 가을 기록

     조용한 아침을 맞아 오랜만에 셔터를 눌렀다. 매번 같은 길을 스치면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일에는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분만 투자해도 10장 이상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실제로 셔터가 눌리고 한장의 사진이 저장되는 순간은 고작 1초 남짓이지만, 찍겠다는 의지 없이는 가야 할 길을 그저 재촉할 뿐이기에.

    겨울이 춘천을 점령하기 전에 남겨 놓고 싶었다. 노란색으로 물든 춘천의 일부분을. 내가 매일 걷는 길을. 11월하고도 12일인데 아직도 개나리가 지지 않았다. 매일 개나리가 피어 있는 담장이 다가올 때면 오늘은 졌을까, 아직도 남아 있을까 하는 마음에 괜히 발걸음이 빨라지곤 한다. 그렇게 해사한 빛깔로 밝음을 내게 내던지는 개나리를 보면 나의 아침은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 오늘 저녁엔 엄마에게 개나리 사진을 보여줘야지. 나는 추워서 벌써부터 검정 롱패딩을 입고 걸어 다니는데, 개나리는 이런 나를 비웃듯 아직도 피어 있었다고 말하면서.

     

     

    겨울이 성큼 언제 다가올지 모를 춘천.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횡단보도를 걷는 나의 표정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춘천의 풍경들.

     

     

    장미의 제철은 언제련가. 꽃의 제철은 꽃이 피었을 순간뿐이련가. 나의 제철은 바로 오늘. 나의 제철은 바로 다가올 내일, 혹은 모레.

     

    피곤함에 짓눌려 즐거운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없어 안타깝지만, 그래도 나는 매 순간을 더 즐겁게, 더 귀하게 보내려 오늘도 노력 중이다. 내 인생은 절찬상영중. 우리 인생은 매 순간이 클라이맥스.

    촬영일 : 2019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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