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살인 (2022년 4월 22일 한국 개봉)
- 영화/한국영화정보
- 2024. 9. 7.
안전해야 할 가습기 살균제가
살인 무기로
공기살인 작품 소개
안전해야 할 가습기 살균제가 내 아이와 아내를 천천히 죽이고 있었다. 태훈(김상경)은 대학병원에서 응급실 의사를 하고 있다. 어느 날 아들 민우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진다.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민우였지만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는 숨을 쉴 수 없는 상태가 돼 있었다.
진찰 결과 폐가 딱딱해지는 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판명된다. 아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 속에서 갑자기 아내 길주(서영희)가 같은 폐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견디기 힘든 현실에 직면한 태훈과 처제 영주(이선빈)는 길주가 갑자기 병든 것을 수상히 여겨 조사를 시작한다. 조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원인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가습기용 살균제에 있었던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인 오투사는 자사 제품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지난 17년간 판매해온 것이다. 오투사는 살균제를 가습기에 넣으면 감기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하고 정부도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전성을 인가해 상품은 히트했지만 살균제를 사용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 태훈과 많은 피해자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투사에 맞선다.
공기살인 작품 정보
'한국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불리는 실제 일어난 가습기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거대한 권력을 가진 기업과 싸우는 유족들을 그린 사회파 미스터리.
한국에서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998만병 이상의 가습살균제가 판매됐고 가습기에 살균제를 사용하는 것이 건강과 감기에 좋다고 언론에 보도된 데다 정부도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전성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 제품의 유해성은 은폐되었고 사망자 수 20,366명 피해자 수 95만 명으로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 작품은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극을 충실히 기록하기 위한 작품이라고 감독은 말했다
아들이 폐병으로 쓰러지고 아내도 같은 병으로 갑자기 타계해 의문을 품은 남편 태훈과 처제 영주는 가습기용 살균제에 원인이 있다고 밝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내를 잃고 아들도 위험한 상태에 빠져버린 의사 태훈을 연기하는 것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에 다수 출연하고 있는 김상경.
실제로 영화 스태프 중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도 있고, 출연자 서영희도 사용할 뻔했다고 한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친근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감독 인터뷰
국가에 인가된 상품을 믿고 사용한 결과 건강에 좋을 상품으로 약 2만 명의 인간이 죽음에 빠졌다. 국가와 대기업 때문에 벌어진 그 사건은 많은 피해자를 냈음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어려운 소재인 본작의 감독을 맡은 사람은 조영선. 이 일을 "기억"하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이야기한다.
- 이 작품의 영화화 이야기가 왔을 때 원작을 읽고 어떤 인상을 받았습니까?
조영선 감독 : 원작과 영화에서는 내용이 많이 달라졌다. 왜냐하면 이 사건의 큰 부분에서 원작에서는 다 그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다. 그런 부분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에 원작자 분과 여러 번 협의를 거듭해 각본을 썼다. 정말 영화 속에서 그려져 있는 것 같은 사실도 있다. 사건이 해결되기까지 26년이라는 세월도 흘렀다. 사건에 대해서 그려야 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해서 원작자 분과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 김상경 씨를 비롯한 본작 캐스팅의 인상을 들려주세요.
조영선 감독 : 연기하는데 가장 중요한 게 성실함과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김상경 씨와 윤경호 씨는 그냥 대사를 읽는 게 아니라 그 역할을 맡은 사람 자신이 되려고 한다고 느꼈다. 놀란 건 두 분 다이다. 자신의 연기로 인해 혹시 영화를 보신 분들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고 해서 연기라는 틀을 넘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까지 마음을 쏟고 있는 거다. 그런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하셨다.
그런 두 분을 포함한 베테랑 배우들을 본 이선빈 씨는 현장에서 이 선배님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만큼 김상경 씨와 윤경호 씨 성실하고 스토익한 배우다. 둘 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이해하고 훌륭하게 연기했다. 특히 이 영화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공부를 거듭해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 제작하면서 원래 사건을 알아보셨을 텐데, 거기서 새로 발견한 것이나 느낀 점이 있었나요?
조영선 감독 : 정말 쇼킹한 사실이 있어서 한국에서 이 살균제가 1994년 출시될 당시에 세계 최초의 훌륭한 상품이라는 형태로 기사에 실렸다. 하지만 6년에 걸쳐 조사해 보니 일절 선진국으로 수출된 흔적이 없었다. 그만큼 훌륭한 것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지금 공개된 서류에서 밝혀진 것은 어떤 나라에 수출을 시도한 결과 그 나라의 답변이 영화 속에서도 있듯이 사람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을 각하합니다."라는 것이었다. 그 시점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계속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 다시 한번 이 영화를 만드신 의의와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조영선 감독 : 모쪼록 이 일을 기억해 주세요. 여러분의 "기억"이 모이지 않으면 기적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서 말씀드린 대로 이 영화는 단지 한 건의 가습기 살균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한 재해를 그린 영화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또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인재입니다. 이 작품을 계기로 그런 사건에 관해서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실록 미스터리 공기살인 강력 추천
공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찾아온다. 그런 가시화할 수 없는 살인마로 인해 유아와 임산부들이 줄줄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더 무서운 것은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 연쇄살인마를 들에 내던진 곳은 대기업과 국가였다. 영화 공기살인(TOXIC)은 한국영화가 잘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파 미스터리다.
이 작품이 소재로 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영국에 본사를 둔 대기업의 한국법인이 2001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가 포함돼 있어 엄청난 희생자를 낸 사건이다. 한국환경보건학회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건강피 해자는 약 67만95만명, 그중 1만4000~2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조사는 독성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상품 판매를 계속했고, 게다가 사건이 일어난 원인을 은폐하려 했다. 이 살균제의 판매를 허용하고 있던 국가측의 책임도 추궁당하고 있다.
경제효율만 추구하려던 기업체질과 국가측의 방만한 대응이 더 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그래서 2014년에 일어나 승객 304명이 숨진 여객선 침몰 사고의 비극을 빗대 '집안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건'이라고도 불린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의사 태훈(김상경). 일에 쫓기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외아들 민우의 성장이 무엇보다 그의 마음의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그 민우가 어느 날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왔다. 이어 아내 길주(서영희)도 같은 증세로 쓰러진다. 둘 다 급성 간질성 폐렴이었다. 놀란 태훈이 알아보니 국내에서 비슷한 폐질환으로 숨지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희생자들은 유아와 임산부, 그리고 전업주부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사고는 초봄에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태훈이 역병학적 조사를 벌인 결과 가정 내 비치된 가습기에 사용되는 살균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린이와 임산부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구입하던 가습기가 독성이 강한 살균제를 방안에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희생양이었다.
태훈의 처제 영주(이선빈)가 재판에 협조하게 되고 태훈은 살균제를 판매하는 업체를 고소한다. 이대로 상품이 시장에 계속 나돌면 피해자는 점점 늘어나고 만다. 가족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이 모여 원고단이 결성됐다. 하지만, 메이커측은 이 호소를 전면 부정. 다양한 수단을 사용하여 원고단의 해체에 들어간다.
법정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실록 범죄 미스터리라면 청각장애 등이 있는 아동들이 교원들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고발한 영화 도가니가 있다. 도가니에서도 묘사된 전관예우로 불리는 한국 법조계의 나쁜 습관이 태훈들 원고단 앞에 가로막힌다.
우리 사회에서 전관예우란 검사 판사 등 공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변신한 사람이 특권적 대우를 받는 관례를 주로 말한다. 특히 전관 변호사를 첫 재판에서 가급적 이기도록 하는 악습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업체 측은 이 전관예우를 이용해 갓 퇴관한 지방법원 재판장을 변호사로 고용한다.
재판이 시작되면 제조사 측은 보다 교묘한 트랩을 걸어온다. 원고단은 모두 일반 시민으로 유족을 끝까지 구하지 않고 치료비를 계속 냈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다. 분노와 슬픔으로 뭉친 원고단에 대해 업체 측은 일부 유족에게만 화해를 제의했다. 원고단의 중심적인 인물을 겨냥하여 고액의 화해금을 흘리게 함으로써 합의를 이루려고 한다.
동료가 하나 둘씩 빠지고 원고단은 뿔뿔이 흩어진다. 재판에 익숙한 제조사나 국가로서는 슬랩 소송만큼이나 초보적인 전술이었다. 심지어 유명 대학의 교수에 대해, 메이커측이 고액의 자금 원조를 제의함으로써, 사실과는 다른 검증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법정 장면에서 파헤치는 것은 사건의 진상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돈에 달려 있다. 입지가 강한 사람이 진위에 관계없이 계속 이긴다. 우리 사회의 검은 암부가 스크린에 속속 공개된다.
또 하나, 도가니를 강렬하게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있다. 도가니에서 청각장애 소녀들을 성적 학대하는 도변태 교장으로 열연한 명조연 장광이 이번 작품에서는 장로의원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빙그레 웃는 얼굴로 검찰청을 찾아가 사건을 다루는 검찰관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한다. 업체 측이 패소하면 살균제 판매를 허용한 국가 측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말로는 명확하게 지시하지 말고 검찰관들에 대한 헤아림을 요구한다. 조폭 두목과 같은 방식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공기의 고임이 정의의 행방을 왜곡시켜 간다. 승산이 없는 재판에 원고단의 피로는 가중될 뿐이었다.
원고단을 이끄는 의사 태훈 역은 실록 범죄영화 살인의 추억(2003)에서 서울에서 온 젊은 형사 역을 맡은 김상경. 완전히 아버지 역이 어울릴 나이가 되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군에 의해 진압된 광주 사건을 그린 화려한 휴가(2007)에서는 주인공 택시기사,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1급기밀(2017)에서는 군부 비리를 목숨 걸고 내부 고발하는 엘리트 장교를 연기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어둠과 마주함으로써 평가를 높여온 배우다.
의사로서의 확실한 지식, 원고단을 묶는 에너지 넘치는 본작의 주인공 태훈은 반드시 정의의 영웅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 자신의 자녀와 아내가 쓰러지는 비극을 겪은 태훈이지만 만약 집안에 불행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시간도 체력도 소모하는 재판에 그는 관여했을까.
태훈은 병원에 실려온 환자들에게 의사로서 성의는 다했더라도 제조사나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재판까지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메이커는 이익만 올리면 되고, 장로 의원은 지금의 입장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많은 일반 시민도 사건을 남의 일로 여기고 있었다.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만 행복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런 이기주의적인 사회가 세월호 침몰사건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비극을 잇달아 초래하게 됐다.
재판에서 태훈과 대치하게 되는 메이커 팀장 우식을 연기한 윤경호도 독특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대박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형사 역을 맡았던 개성파 배우지만 그가 맡은 우식도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는 가정인이어서 기업 내 출세를 바라고 있다. 이 재판을 잘 넘기면 현지 법인장의 의자가 약속돼 있다. 가족과 가정을 사랑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격렬하게 불꽃을 튀기는 태훈과 우식이었다.
한국 영화답게 현재 진행형인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관객의 흥미를 놓치지 않도록 이야기 전개는 오락가락한다. 한국 영화는 실제 일어난 범죄나 사회 문제를 엔터테인먼트화하는 데 탁월하다. 이제는 전통예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는 한이라고 불리는 사고양식이 있다. 예로부터 열강국이 내정에 간섭해 온 오랜 역사 속에서 압정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을 "삶의 활력"으로 승화시켜 왔다. 그러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다. 그런 역사에서 한은 길러졌고 독자적인 음악과 춤이 생겨났다.
198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이 진행된 한국에서는 영화문화가 꽃피게 됐다. 한국 영화문화에는 이 한의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영화화함으로써 우리 서민들은 참을 수 없는 심정을 정화시키려는 것 같다. 돌아가신 분들의 억울함을 적어도 영화 속에서나마 풀어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정념이 한국 영화에는 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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