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クリーピー, 2016년 6월 18일 일본 개봉)
- 영화/일본영화정보
- 2020. 10. 17.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クリーピー)
주연 ; 니시지마 히데토시, 타케우치 유코, 카가와 테루유키
출연 ; 카와구치 하루나, 히가시데 마사히로
감독 ; 쿠로사와 키요시
2016년 6월 18일 일본 개봉
✔︎ 작품 간단 정보
크리피는 마에카와 유타카의 일본 소설. 제15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 소설 간단 줄거리
대학에서 범죄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대학 교수 타카쿠라는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약 30년 만에 경시청 수사1과의 경감, 노가미 세이지와 재회한다. 노가미는 최근 살인 사건의 시효 철폐로 다시 수사를 하게 된 8년 전의 히노시 일가 3명 실종 사건 전담을 명령받아 그 사건의 생존자인 혼다 사키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는지 타카쿠라에게 판단해달라고 의뢰를 한다. 그러나 사건 자체보다는 공터나 아파트의 존재로 고립된듯한 구역이 된 타카쿠라의 생활 환경에 관심을 보이며 "이런 환경이라면 동네의 어느 가족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도 아무도 알아챌 수 없지 않을까"하는 말을 꺼내는 노가미에게 타카쿠라는 진의를 알 수 없어 당황한다.
타카쿠라의 이웃에는 니시노 아키오라는 중년 남생이 중학생 딸 미오와 살고 있었다. 타카쿠라의 아내 야스코는 이전부터 니시노가 딸을 보는 눈빛이 수상하다, 최근에는 밤중에 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신경을 쓰고 있었다.
맞은 편에 살고 있는 다나카 모녀에게 물어보자, 니시노는 10년 전부터 살고 있었고, 처음엔 아내와 아들도 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그 둘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노가미의 진짜 목적은 니시노를 찾는 것이었나? 타카쿠라의 의문을 뒷받침이라도 하는 듯, 며칠 후 타카쿠라의 연구실로 찾아온 경시청 소속 타니모토 형사가 타카쿠라의 집을 방문한 뒤에 노가미가 실종된 소식을 전한다. 다나카 모녀의 집이 화재로 불탄 자리에서 권총으로 머리를 관통당한 다나카 모녀의 시신과 노가미의 시신이 발견된다.
타카쿠라는 다나카의 집이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던 니시노의 차가운 표정이 신경 쓰이고, 어느 날 밤, 타카쿠라의 집에 "그 사람은 아빠가 아니다"라며 호소하며 도망쳐 온 미오를 부엌칼로 들고 쫓아온 니시노의 모습도 분명히 상궤를 벗어나고 있었다. 경찰을 부르지만, 미성년자 악취라며 니시노가 호소하자 오히려 타카쿠라는 경찰에게 사정 정취를 받게 된다. 미오는 아동상담소에 보호되지만 타니모토에게 연락하여 겨우 풀려난 타카쿠라는 아동상담소에서 다시 미오에게 사정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만, 니시노는 사무실의 여성과 소장, 야스코를 위협하여 억지로 미오를 데려간다. 집에 돌아온 타카쿠라를 기다리고 있는 건 다리 한쪽이 잘린 여성의 시신이었다. 시신은 미오의 엄마 노부코로 판명되고, 컴퓨터 화면에는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는 경고 메일이 있었다.
니시노라 밝힌 남자와 미오는 그대로 행방불명이 되었지만, 클래식 피아니스트이자 노가미의 전처인 카와이 소노코로부터 타카쿠라에게 편지가 도착한다. 타카쿠라가 노가미를 찾아가자 소노코는 노가미에게 배다른 남매가 있었던 것, 그리고 형 야지마 요시오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던 사실을 밝히며 야지마가 경영하고 있던 회사를 위해 경찰 권한으로 조사를 하고 있었던 것을 털어놓는다. 이 편지로 니시노 아키오 = 야지마 요시오로 단정되어 전국 지명 수배가 내려진다. 이내 카나가와현의 미우라 해안가에서 니시노 미오의 오빠 니시노 스스무가, 기후현의 절임 공장 헛간에서 진짜 니시노 아키오의 백골 사체가 발견되지만 가장 중요한 야지마는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야스코에게 타카쿠라가 담당하는 세미나의 여대생 카게야마 린코 두 사람의 사진이 도착한다. 이전에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함께 탄 수상쩍은 남자... 역시 이전부터 린코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추잡한 메일을 보내던 같은 세미나의 오오와다가 범인이라 생각한 타카쿠라이지만, 본인은 부정한다. 최근 그의 옆집으로 이사온 마스다라는 남자에게 세미나 학생들의 주소록을 보인 적이 있다고 해서 마스다를 찾아 가는데, 마스다는 그토록 찾고 있었던 야지마였다. 그러나 야지마는 칼로 오오와다를 찌르고 도주한다.
10년 후. 결과적으로 제자를 잃은 책임으로 타카쿠라는 대학을 그만두고 후쿠오카현의 여대 문학부 특임 교수가 되었다. 어느 날 손에 들린 전단지에 적힌 '카와이 유우'라는 이름이 궁금해 피아노 독주회에 가니, 카와이 소노코의 딸이었다. 그러나 그 얼굴에 소노코와 닮은 모습을 찾을 수 없었던 타카쿠라는 다시 한번 노가미의 편지에 대해 타니모토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 가능성을 떠올린다. 카와이 유우는 예상대로 '미오'라고 확신한 타카쿠라는 소노코와 다시 만나 야지마의 행방, 그리고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다.
✔︎ 소설 속 등장인물
타카쿠라 (高倉) / 니시지마 히데토시 (타카쿠라 코이치 역)
니시신주쿠에 있는 대학 문학부 교수로 전문은 범죄심리학. 46세. TV에 출연한 적도 있어 세상에 꽤 알려진 존재. JR오기쿠보역에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전형적인 주택가에 부부 둘이서 살고 있다. 아이는 없다. 183cm 정도의 장신. 장롱면허. 사건 후에는 나가노 역 근처의 3DK 맨션으로 이사하지만, 후쿠오카의 여대에서 문학부 특임 교수를 맡게 되어 평일은 후쿠오카시의 위클리 맨션에서 지내고, 주말에 도쿄로 돌아오는 생활 패턴이 되었다.
야스코 (康子) / 타케우치 유코 (타카쿠라 야스코 역)
타카쿠라의 아내. 타카쿠라보다 6살 어리며, 40세가 막 되었다. 친정은 메구로, 치바현에 오빠 부부가 살고 있다. 장농면허.
니시노 아키오 (西野昭雄) / 카가와 테루유키 (니시노 마사유키 역)
타카쿠라의 이웃에 살고 있는 멋쟁이 중년 남성. 깔끔히 정리된 콧수염, 얇은 금테 안경이 트레이드 마크로 강렬한 바이탈리스 (70년대에 가장 유행했던 헤어 리퀴드) 냄새가 난다. 옅은 새먼 핑크의 도요타 플라츠를 타고 있다. 현재는 오리엔트 협회 이사를 자칭하고 있다.
니시노 미오 (西野澪) / 후지노 료코 (니시노 미오 역)
니시노 아키오의 딸. 머리가 짧은 남자애 같은 인상. 원래는 쾌할하며 성적이 좋으며 피아노를 좋아한다.
카게야마 린코 (影山燐子)
타카쿠라의 세미나 학생. 4학년. 타카쿠라의 세미나 학생 중 가장 연구에 열심이며, 1개월에 2번은 졸업 논문 지도를 신청했다. 졸업 논문 주제는 정신적 불안 상태와 범죄 - 05호 사건 분석- 으로, 후루야소키치라는 연속살인범의 범죄를 분석하는 논문을 쓰고 있다. 타카쿠라에게 지도를받으며 둘이서 식사를 하는 증 은밀한 즐거움을 갖다가 그 사진이 야스코에게 배달되어 사이를 의심받는다.
오오와다 (大和田)
타카쿠라의 세미나장. 4학년. 이바라키에 있는 큰 여관의 후계자이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카구라자카의 맨션에서 혼자 살고 있다. 느긋한 성격으로 졸업 논문을 포함하여 매사에 무관심한 인상이지만린코에게는 수시로 메일을 보내며 데이트를 청한다. 타카쿠라 정도의 장신. 옆방으로 이사를 온 마스다란 남자에게 칼에 찔려 사망한다.
다나카 (田中)
타카쿠라의 맞은편에 살고 있는 모녀. 딸은 70세의 우아한 노부인, 90세가 넘는 휠체어를 탄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다.
노가미 세이지 (野上誠次) / 히가시데 마사히로 (노가미 형사 역)
경시청 수사1과의 경부. 대학 졸업 후에 일반직으로 경시청에 들어가, 코지마치 경찰서에 오래 근무했다. 본청으로 이동된 후에는 처음엔 조직 범죄 대책부에서 폭력단을 담당. 2년 전에 수사 1과로 이동되었다. 타카쿠라와는 고교시절 동급생이었지만 당시에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신장 180cm으로단정한 용모. 공부는 그리 열심은 아니었다. 고교시절엔 야지마라는 성이었지만, 대학생 때 아버지가어머니와 두 번째 이혼을 하면서 어머니를 따라 '노가미'가 되었다. 동창생 카와이 소노코와 결혼했지만, 10년 전에 이혼하여 현재는 독신. 아이는 없다.
카와이 소노코 (河合園子)
일본에서는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클래식 피아니스트. 타카쿠라, 노가미와 동급생. 어린시절 소아마비 때문에 하반신에 가벼운 마비가 남아 있어 잘 걷지 못해 타학교 학생들에게 놀림받고있는 것을 노가미가 도와준 적이 있다. 노가미와 이혼 후에는 가마쿠라에 살고 있다. 위암으로 투병중.
타니모토 (谷本) / 사사노 타카시 (타니모토 형사 역/ 영화에선 나이 많은 베테랑 형사)
경시청 소속 형사. 연령은 30대 중반을 넘은 정도. 노가미의 후배로 수사반에서 고립되어 있던 노가미와 유일하게 친했다. 신장 170cm 정도, 남성적인 얼굴로 어깨가 딱 벌어져 있다.
히로나카 료코 (広中凉子)
스기나미 아동상담소 직원. 숏커트로 눈이 맑다. 20대 후반 정도. 운전 면허를 갖고 있어 니시노가 미오를 데려가기 위해 부엌칼로 위협, 운전을 대신한다.
야지마 요시오 (矢島善雄)
노가미의 배다른 형 (노가미의 아버지와 전처에서 생긴 아들). 노가미보다 7살 연상. 머리는 뛰어나게좋지만, 외모가 반듯한 부모님과 달리 어딘지 모르게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 듯한 풍모. 키 180cm 이상. 대학 시절에 범죄 연구회라는 클럽을 만들어 그 때 알게 된 논문에 '위장 살인'에 대한 해설을 더했다. 친누나 유키에게 여자로서 애정을 느껴 '언젠가 내걸로 만들겠다'고 노가미에게 선언한다.
야지마 유키 (矢島由岐)
노가미의 배다른 누나 (노가미의 아버지와 전처에서 생긴 딸). 노가미보다 2살 연상. 요시오보다 노가미와 사이가 좋았다. 고등학교 교사와 결혼, 딸을 낳고 살았으나 요시오 때문에 매스컴의 취재 공격으로 남편과 딸을 두고 실종, 하코네의 산속에서 목매어 숨진 채 발견된다.
카와이 유우 (河合優)
카와이 소노코의 딸. 국립음악대학부속고등학교 음악과 졸업 후, 프랑스로 가서 파리 국립음악원에 입학한다. 재학중인 21살 때 쇼팽 콩쿠르에서 4위로 입상, 피아니스트로서의 길을 걷는다. 보이시하고이목구비가 뚜렷, 시원한 눈매가 인상적.
히노시 일가 3인 행방불명 사건 (日野市一家三人行方不明事件)
8년 전, 히노시 혼마치 4가의 한가로운 주택가에서 일어난 일가 3명의 행방불명 사건. 타마강변의 가장 서쪽 모퉁이에 있던 혼다의 집은 건너편과 서편의 이웃한 집이 업ㅎ고, 90세 가까운 노부부가 사는뒷집과 미즈타라는 중년 부부가 사는 동편의 집과 접해 있었다. 실종 한달 전부터 흰개미 박멸 회사의사원을 자칭하는 남자가 혼다 가족의 장남 요스케가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때 날인한 계약서를 가지고 끈질기게 찾아와 위약금 45만엔을 지불하라는 공갈 협박을 받는다. 요스케의 엄마 쿄코는 친정 어머니에게 '우리의 일생이 망가질지도 모른다'며 상담한다. 8월 초 딸 사키가 농구부 합숙으로 집을 비운 사이, 남편 요헤이와 아내 쿄코, 아들 요스케가 홀연히 사라진다. 미즈타는 실종 당일 1시경 3명이검은 차를 타고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거실 소파에서는 요헤이와 요스케의 혈흔이 발견되었지만 쿄코의 혈흔은 없었고, 흰개마 박멸 회사는 가공회사임이 판명된다. 1개월 후, 인근 도시은행에서 혼다 요헤이라고 밝힌 남자가 통장과 도장으로 1천만엔의 정기 예금 중 300만엔을 인출했다는통보가 있었지만, 담당 여직원은 혼다 요헤이의 특징과는 전혀 다른 남자 (키 180cm 정도, 50세를 넘는 몹시 여윈 남자)였다고 증언한다.
혼다 요헤이 (本多洋平)
중견 증권 회사에 근무. 45세. 키 170cm 정도. 대학 시절 럭비를 했으며 근육질 몸. 부부 사이는 나쁘지 않았지만 꽤 다혈질로 아내에게 화를 내는 일도 있다.
혼다 쿄코 (本多京子)
요헤이의 아내. 39세.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로 OL시절부터 인기가 있었다. 요헤이와 같은 증권회사에 다녔으며, 상사와 부하 사이였다.
혼다 요스케 (本多洋介)
요헤이와 료코의 장남. 당시 고등학교 1학년.
혼다 사키 (本多早紀) / 카와구치 하루나 (혼다 사키 역)
요헤이와 쿄코의 장녀. 당시 중학교 2학년. 농구부에 들어가 사건 당시는 합숙 중이어서 일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피해를 면했다. 현재는 22세의 도내 유명 여자대학 심리학전공 대학 4학년. 키치조지에서 할머니와 살고 있다. '엄마는 누군가에게 성적 폭행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증언을 새롭게 꺼낸다.
※ 크리피 가짜 이웃이란 타이틀로 영화화되어 2016년 6월 18일에 일본에서 니시지마 히데토시 주연으로 개봉되었다.
✔︎ 니시지마 히데토시 & 타케우치 유코 &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 인터뷰
Q:쿠로사와 감독님과 니시지마 씨의 주연 작품은 『우메즈 카즈오 공포극장 벌레들의 집 (楳図かずお恐怖劇場 蟲たちの家, 2005년)』이후 처음이다.
쿠로사와 : 각본을 쓰고 있을 땐, 되도록 구체적인 배우 이미지는 떠올리지 않는다. 각본이 완성된 시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니시지마 군이었다.
니시지마 : 기쁜 일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긴장했다. 매번, 쿠로사와 씨에게 불릴 때 긴장하지만, 이번은 전작 LOFT 이후 공백이 길었다. 전작에서는 아직 30대였고, 연기하는 역할도 정신적으로 어렸었다.
쿠로사와 : 내가 갖고 있는 니시지마 군의 이미지는 아직도 젊다. (웃음) 물론 성인 배우로서의 성장은 보고 있지만, 실제로 만나면 역시 싱싱하다. 『CURE (1997년)』 야쿠쇼 코지 씨는 지금의 니시지마 군보다 어렸는데, 냉정하게 나이를 생각하니, 이런 역할을 맡겨도 좋겠다고 납득했었다.
Q:타케우치 씨를 기용하면서 감독님에겐 어떤 생각이 있었나?
쿠로사와 : 이런 역할로 출연을 해주셔서 황송하다. (웃음) 지금까지 다수의 작품을 보았지만, 이번 처럼 전업주부는 별로 연기하지 않았으니까. 실제로 어떤 사람일까, 고집이 강한 사람이면 어쩌지 하고 내심 두근두근했다.
타케우치 : 무슨 말씀을! 쿠로사와 감독님의 작품은 현장까지 포함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 좋음」이 있다고 들어서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Q:실제로 촬영 현장은 기분이 좋았나?
타케우치 : 좋았다. 어쩐지 최면술에 걸린 듯한 기분이다. 내가 스스로 기분 좋음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려나.
니시지마 : 나도 그렇다. 쿠로사와 감독님의 현장에선 어쩐지 건강해진다. (웃음)
쿠로사와 : 결국 촬영이 빨리 끝나서 그런 거 아냐? (웃음)
니시지마 : 그게 아니라 현장 분위기가 밝고, 촬영이 온화하게 진행되어가서 가혹한 장면에서 무리하게 기합을 넣는 일이 없어서 좋았다.
Q:하지만 타케우치 씨는 꽤 궁지에 몰리는 연기도 있었다.
타케우치 : 이야기 자체가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지만, 배우로서 그렇게 몰린다는 감각은 없었다.
쿠로사와 : 하지만 클라이맥스의 타케우치 씨의 열연엔 나도 놀랐다. 끝나자 헤헷 하는 얼굴로 돌아와서 역시 프로였다.
니시지마 : 그 장면은 대본부터 과감했다. (웃음) 감독님이 기뻐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타케우치 : (부끄러워하면서) 죄송합니다...
쿠로사와 : 컷을 하자 일상으로 돌아와주셔서 찍는 쪽도 하기 편했다. 감독은 현장에서 화를 내거나 고뇌하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어디까지나 나는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냉정하게 일하고 싶었다. (웃음)
Q:중요한 역할로 '이웃' 니시노를 연기한 건 카가와 테루유키 씨였다.
니시지마 : 리허설 단계부터 유머를 섞어서 연기하셔서 놀랐다. 무섭지만 재밌다. 카가와 씨는 그런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쿠로사와 : 사이코패스를 그리려 하면, 암울하고 깊어서 시야가 좁은 역할이 되기 쉬운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니시노라는 남자는 어떤 의미에선 세상의 상식과 제약으로부터 해방되어 있고, 스트레스 없는 인생을 즐기고 있는 남자이다. 그걸 의식하며 연출했다. 카가와 씨는 즐기면서 연기하면서도 '가장 성가신 이웃'이 되어 주셨다. (웃음)
타케우치 : 카가와 씨의 사람 좋음과 '오빠' 같은 기질이 담긴 느낌이었다. 니시노라는 캐릭터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조언을 구하면 적확하게 조언해준다. 내가 솔직한 카가와 씨에게 포섭됐듯이, 역할로서도 니시노의 페이스에 빠져갔다.
쿠로사와 : 타케우치 씨에게 배우 카가와 테루유키 씨와 니시노 역할이 하나가 되었나보다.
니시지마 : 카가와 씨가 자주 말씀하신다. '연기자는 자신에게 있는 것만 내놓을 수 있다'고. 그래서 진짜 모습과 역할이 하나가 되는 것이 이상적인 연기일지도 모른다.
Q:완성적을 보니 어땠나?
타케우치 : 내가 연기한 역할의 입장에선 무섭지만, 동시에 조마조마하는 재미가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니시지마 : 완성된 영화를 보니 굉장했다. 무심코 산을 올랐더니 말도 안되는 높은 산을 제패했다는 인상이다.
타케우치 : 현장이 그야말로 꿈 같아서 완성작을 보니 그 꿈을 간접 체험한 듯한 감각이었다.
쿠로사와 : 평범한 일상이 순식간에 붕괴된다는 테마가 전해진다면 좋을 것 같다. 현실을 파괴하고 싶다. 다른 곳에 가보고 싶다 하는 그런 소망으로 다크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감각을 맛봤으면 좋겠다.
타케우치 : 처음엔 음침하게 느껴지지만, 중간부터는 니시노가 '더 음침해졌으면!!' 하게 된다. 내게 잠들어 있던 크리피한 본능이 눈을 뜰지도 모른다!
Q:크리피한 체험을 과거에 한 적이 있었나?
타케우치 : 가위를 눌린 경험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크리피는 아니다.
니시지마 : 나도 없다. 어떤 작품의 뒤풀이에서 영감이 엄청난 여배우 분이 많은 사람 앞에서 가장 영감이 세지 않은 사람은 니시지마 군'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웃음)
✔︎ 타케우치 유코 인터뷰
―『크리피』의 각본을 읽었을 때 첫 인상은?
이 다음에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니시지마 히데토시 씨가 연기한 타카쿠라와 제가 연기한 아내 야스코가 카가와 테루유키 씨가 연기한 이웃 니시노에게 점점 빠져가는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지경까지 몰렸던 이 사람들은 결국 행복할까? 베드 엔드인가? 아니면 자신의 상황을 자각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신기한 세계가 그려져 있어서 이 각본이 어떤 영화가 될지 무척 기대됐다.
― 야스코란 여자는 어떤 인물인가?
각본에는 그다지 세세한 심정이 적혀 있지 않아서 현장에서 찾아야 하는 건가 싶어 촬영에 들어가니, 우선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낸다. 청소를 하든, 정리를 하든 집 상태를 보면 좀 무서울 정도로 완벽하다. 그 완벽함이 무엇인가를 호소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녀 나름대로 뭔가 울적한 게 아닐까를 제일 먼저 느꼈다.
바로 옆에 있는 파트너가 알아채주었으면 하는 게 분명 있겠지만, 파트너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아마 참고 있었을 것이다. 타카쿠라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해 버리는 사람이라 그걸 알면서도 어딘가 자신이 방치되어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이 있다. 그래서 여러가지 일을 열심히 하지만, 그래도 알아주지 않으니 그 울적함이 언젠가 반드시 폭발할거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했다.
― 처음이었던 쿠로사와 감독님 현장은 어땠나?
신기한 느낌이었다. 쿠로사와 감독님의 말과 분위기에 따라 최면술에 걸려 있는 듯했다. 의도적으로뭔가를 한 건 아니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그 세계의 거주자로 서 있어서 신기했다. '야스코를 어떻게연기하면 좋을까요?' 하고 감독님에게 처음에 의논했을 때, '야스코의 경우 꿈을 꾸고 있을 때와 같은그런 느낌이다'고 말씀하셨다. 그 한마디가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던 말이었지만, 확실히 꿈을 꿀 때는화면이 갑자기 바뀌거나 일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도 어쩐지 그것을 받아들이고 행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무언가 자각하고 있는 듯한, 자각하고 있지 않는 듯한, 꿈속에서 떠도는 듯한 감각으로 야스코가 있으면 될 것 같았다.
― 쿠로사와 감독님은 야스코가 니시노에게 침식되어 가는 연기를 타케우치 씨에게 맡긴 것 같은데, 다크사이드에 떨어지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감독님은 '야스코로서 이런 식으로 느껴주세요' 라는 말은 일절 하지 않으셨다. 움직임도 뭔가 테두리같은 걸 툭 준비해 주시고, 제가 거기에 들어갔을 때 생각했던 걸 끌어내 주시는 느낌이다. 내가 무언가를 한다기보다는, 파트너와이 관계나 니시노와 함께 있으면 나는 이렇게 되는 구나 하는 걸 해보면, 그걸 재밌어하면서 봐주셨다. 그래서 그 순간은 내가 꿈을 꾼 것 같아서 그때 이랬구나 하는 자각이 솔직히 별로 없다. 그래서 작품으로 만들어진 걸 보고 엄청나게 나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그런 감촉이었다.
― 타카쿠라를 연기한 니시지마 히데토시 씨와는 다른 작품에서도 공연했었는데, 이번에 부부 역할로공연해 보니 어땠나?
모처럼의 부부 역할인데, 행복한 시간을 날려 버린 권태기라는 게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장은 즐거웠다. (웃음) 3년 가까이 하나의 작품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함께 하면서 길러진 신뢰감이나 니시지마 씨의 인품도 있어서 현장은 매우 평온하고 즐거웠다. 나는 정말로 현장에서 아무것도 짊어지는일 없이 그때 그때의 순간을 즐길 수 있는 매우 편안한 현장이었다.
― 니시지마 씨의 변화나 이전과 다른 점을 느낀 적은 있었나?
니시지마 씨의 인품이 좋은 것도 있지만, 현장 전체 분위기가 온화하게 흘렀던 것 같다. 그것을 평온하게 바라보는 니시지마 씨가 있다는 이미지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번엔 역시 영화니까 감독님의 것이라는 의식이 강했던 것 같다. 쿠로사와 씨를 존경하고 있는 것이 옆에서도 굉장히 느껴졌다. 감독님을 모두가 따라가는 분위기였다.
― 카가와 테루유키 씨와도 이전에 함께 했었는데, 이번의 니시노 역할로 함께 연기해보니 어땠나?
카가와 씨의 니시노는 매우 강렬했다. 틈을 보이면 끝장이라는 따끔함을 느끼게 하지 않고, 은근히 무의식으로 상대를 포섭하는 니시노 씨로만 보였다. 물론 컷이 걸리면 언제나처럼 든든한 오빠 느낌이지만, 니시노가 된 순간 언제 이렇게까지 가까이 와 있었지? 하고 놀랄 정도로 접근해 있었다.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는 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뒤로 다가왔었다. (웃음) 그 순간, 아, 이제 돌이킬 수 없는곳까지 와버렸구나 하는 야스코의 기분이 되었다. 그야말로 현장과 카가와 씨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것같다.
― 니시노의 딸 미오를 연기한 후지노 료코 씨의 인상은?
료코의 눈은 매우 솔직하고 힘찬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니시노와의 삶에 대한 위협과 거부감같은 것도 느껴져 에너지 덩어리였다. 대사는 없지만 '오지마!' 하는 느낌을 주는 연기를 한다. '아, 나를 거부하고 있구나'하는 시선을 느끼고 야스코도 돌아가는데, 그런 말로 하지 않는 감정을 상대에게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점이 훌륭하다. 미오한테 명령을 받는 장면에서는 입장이 반대잖아?왜 나는 미오의 말을 따르고 있지? 하고 이상하게 느끼는 야스코이지만 어떤 의미론 미오는 니시노에 이어'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느껴졌다. 내가 나이는 많지만 미오의 조수같은 느낌이었다. 어떻게 하면좋을지 몰라 미오에게 매달리는 듯한 면도 있었다. 그렇게 형태가 다른 기묘한 가족 안에서의 순위가정해져 간다. 작품을 보면, 니시노가 있고, 미오가 있고, 거기에 타카쿠라와 야스코가 항거할 수 없는힘에 휩쓸려가는 모습이 느껴져 재밌었다.
― 타카쿠라와 니시노의 사이에 흔들리는 야스코의 행동도 절묘했다.
움직임의 타이밍은 지시대로였지만, 마음속으로는 OO측에 선 것처럼 보이게 하는 표현이 나는 기뻤다. 이런 연기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행복했고 재밌었다.
― 완성작을 보고 느낀 감상은?
현장에서 멍하니 정말 꿈을 꾸듯 떠다니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 느낌이었다. 그때 체험했던 꿈과 세계는 이랬었구나를 똑똑히 보고, 정말 터무니없이 나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재밌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다.
― 이 작품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도 참가했는데 영화제는 어땠나?
영화제에서 관객과 함께 작품을 보고, 여러분의 반응을 느낄 수 있었던 건 매우 귀중한 체험이었다. 이런 게 영화제구나 했다.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가 있고, 어떤게 있나 하고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보는, 멋진 공간이었다. 좋은 시간이었다.
― 베를린에서 의외의 반응은 없었나?
여기서 웃네? 하는 건 있었다. 언모럴한 표현이라고 할까 그런 것에 대해 얼굴을 찌푸리거나 움찔하는분위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해! 해버려!' 하는 분위기였다. 처음에는 니시노에 대한 수상하고위험한 사람이라는 분위기였지만, 그것이 점점 니시노가 다음엔 뭘 해줄까 하는 설레임으로 바뀐 것이조금 의외였지만 다행이었다.
✔︎ 니시지마 히데토시 인터뷰 (2016년 6월)
드라마부터 영화까지 작품 규모에 장르에 상관없이 열정적으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을 계속하고 있는 니시지마 히데토시. 최신 주연작 '크리피'에서는 명장 쿠로사와 감독과 4번째 작업으로, 범죄심리학자로서 사건을 쫓는 주인공 타카쿠라를 열연했다. 40대 중반을 맞이한 지금, 젊은 배우들에 대한 생각과 배우업에 대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 대학 강의에서 타카쿠라가 끔찍한 사건을 웃으며 이야기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타카쿠라는 어딘가 인간적으로 결여된 부분이 있어서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다. 연쇄살인범이나 사이코패스의 마음을 부주의하게 바라본다. 그것이 이번 사건에 휘말려드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했다. 타카쿠라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은 필연이라는 캐릭터로 하고 싶었다. 감독님도 영화 처음에 '굉장한 놈(연쇄살일범)을 붙잡았다~ (약간 설레는 말투로)' 하는 느낌을 부탁하셨다.
― 확실히 처음에 타카쿠라의 그 분위기 덕택에 작품의 세계관에 들어가기 쉬웠다.
굉장히 불온한 분위기이지만, 전반엔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타카쿠라라는 인물이 중요했다. 타카쿠라가 점점 사건에 끌려들어가면서 틈이 생기는 느낌과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장치는 실은 여러곳에 깔려 있다.
― 감독님과의 4번째 작업인데 뭔가 의식적으로 도전한 것은 있나?
사이코 스릴러라는 장르엔 계속 도전해보고 싶었다. 전직 형사로 사이코패스를 쫓는 역할에도 관심이 갔다. 지금까지 해온 액션으로 범인을 잡는 것과는 전혀 달라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 타카쿠라처럼 일에 몰두하면 주위를 소홀히 한다고들 하는데, 니시지마 씨는 어떤가?
배우중에는 그런 사람이 많지 않나? (웃음) 가공 인물이 되는 건 즐거운 작업이고, 끝이 없는 부분도 있다. 역할에 빠져 들어 그 외의 것에서 마음이 멀어지는 일은 있는 것 같다.
― 하나의 장면에서 빛의 가감이 점점 변화하는 등, 쿠로사와 감독님의 작품에는 독특한 영상미가 있다. 니시지마 씨가 생각하는 감독님의 매력은?
모든 영화는 공기나 분위기를 담아내려 하는 노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매우 어렵다. '섬뜩한 장소였다'는 문장으로 하면 간단하지만 음침함게 찍는 것은 매우 힘들다. 음침한 장소를 찍는다고 해도 그런 식으로 찍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걸 쿠로사와 제작팀은 각 파트의 스태프분들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모든 것을 치밀히 했다. 그래서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나 불온한 분위기로 반영되어 간 것 같다. 그게 바로 감독님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 감독님의 연출 중에서 인상에 남아있는 것은?
대학 장면에서 사람이 많이 있었는데 어느 틈에 아무도 없는 장면이 있다. 엑스트라의 움직임에도 매우 세밀한 연출을 하신다. 사람이 부자연스럽게 있지 않고, 모두 제대로 의미가 있는 행동을 한다. 엑스트라 분들은 장면에 따라 작품에 중요한 영항을 미친다. 모든 컷을 즐기면서 크리에이티브한 것을 하는 분인 것 같다.
― 감독님이 작품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있다.
감독님의 작품이 해외에서 평가를 받고 있는 건 세계의 지금을 작품에서 그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크리피의 Q&A에서 「이건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가?」하는 질문에「이건 아마도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인류가 태어나 문명이 발상하고, 지금은 마침내 가족이라는 최소 단위의 연결마저 붕괴되고 있다. 이건 필연적이지 않겠는가」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작품에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
― 진지한 내용이지만 상상도 못할 정도로 현장에서 타케우치 유코 씨와 카가와 테루유키 씨와 화기애애했다고 들었다.
카가와 씨와 타케우치 씨는 현장에서 즐겁게 있으면서도 촬영이 시작되면 굉장한 연기를 하신다. 온오프의 차이가 격렬하다. 나는 즐기면서도 어딘가 계속 역할이 마음에 걸렸다. 두 사람은 일부러 그런 것일지도 모르고, 어딘가 마음을 유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건 한번 물어보고 싶다.
― 촬영 중간에 망상여행을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들었다. (웃음)
두 사람은 망상여행을 떠났지만, 나는 갈 수 없었다. (웃음) 카가와 씨가 '눈을 감아보렴' 하고 말하면 타케우치 씨가 '와, 진짜다' 했다. 하지만 나는 '안 가지잖아요, 나는!' 했다. (웃음)
― 작품과의 갭이... (웃음) 이번 작품으로 히가시데 마사히로 씨, MOZU에선 이케마츠 소스케 씨 등 실력파라 불리는 젊은 배우들과 함께 했는데 그들과 앞으로의 일본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나?
그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별로 없지만 지금의 20~30대 배우분들은 정열을 가진 분이 많은 것 같다. 그저 유명해지고 싶어서 작품에 나오고 싶은 게 아닌, 영화를 좋아해서 정말로 연기가 하고 싶은 사람들 뿐이라서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매우 즐겁다. 새로운 타입의 연기를 모두들 하고 있는 것 같다.
― 새로운 타입이라면?
내가 젊었을 땐 영화에 비치는 나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당연하듯 볼 수 있는 환경이 된 것 같다.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게 어떻게 찍히고 있는지 잘 안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서 별로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연기도 능숙하고, 보여주는 방식도 뛰어나다.
― 니시지마 씨에게 배우로서 앞으로의 과제는 있나?
어떤 어른이 되어가느냐다. 45세나 되서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30대 때의 40대는 더 어른으로 느껴졌다. 앞으로의 작품에서 40대, 50대 역할을 연기하려면 지금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항상 생각하며 모색하고 있다.
― 해외 작품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작품을 고를 때 중요시하고 있는 것은?
해외 감독의 작품도, 일본 감독의 작품도 과정은 동일하다. 기본적으로 제안을 받으면 각본을 읽고, 감독님과 만나 마음이 이어지면 함께 한다. 하지만 요 20년 정도는 나만의 의사가 아닌, 스태프와 함께출연작을 결정했다. 나는 한번도 제안을 받고 '노'를 말한 적이 없다. 물론 물리적인 스케줄 문제나 여러 타이밍이 있어서 전부 받아들일 순 없지만. 나는 항상 지금까지 연기해본 적 없는 역할에 도전하고싶다.
― 쿠로사와 감독님의 『LOFT』에서 니시지마 씨가 연기한 역할도 지금이기에 보고 싶다. (웃음)
정말인가! 감사하다. 그럼 언젠가 다시 엽기적인 역할도 해보겠다. (웃음)
✔︎ 니시지마 히데토시 + 타케우치 유코 인터뷰 (2016년 7월)
─ 불온한 분위기가 감도는 부부 역할이었다. 특히 식탁 장면은...
니시지마 : 스트로베리 나이트에선 내가 6년 정도 계속 타케우치 씨가 연기하는 히메카와 레이코를 짝사랑하는 역할이었으니까. (웃음) 마침내 남편이 되었기 때문에 약간 불온한 분위기가 흐르는 부부였지만 기뻤다.
타케우치 : 겨우 부부의 포지션이 되었는데, 권태기 부부였다. (웃음) 좀 더 말랑말랑한 부부를 맛보고싶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생각했던 건데, 식탁 장면에서 니시지마 씨는 일부러 먹기 힘든 것에 젓가락을 뻗었다.
니시지마 : 나는 이건 하면 안되겠지 하는 걸 촬영 때 해버리고 마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식사 장면은대사를 생각하지 않고 진지하게 먹는다는 것이 나의 테마다. 하지만 히메카와 씨가 공들인 요리를 만들어줘서 기뻤다. (웃음)
타케우치 : 야스코의 실력은 요리 교실을 차려도 될 정도다. (웃음)
─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화기애애한 현장이었던 것 같은데, 작품 자체는 무서운 세계관이다.
니시지마 : 감독님의 현장은 재밌다. 지하 세트를 봤을 때 이건 도망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로케 장소도 매우 재밌었다. 처음에 나오는 오차로도 굉장한 분위기였다. 차도 멈출 수 없어서 촬영하기힘든 장소라서 촬영 전에 상당한 준비를 해야 했다. 복잡한 것을 한 컷으로 담기도 해서, 연기하는 측도 영향을 받으며 연기한다.
타케우치 : 야스코는 거의 집에서 나오지 않는 역할이었는데, 집 구조 자체가 도망칠 곳이 없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다는 불안이 있었다. 이런 배치의 집이 있긴 하겠지만, 그곳에 있으니 위화감이 느껴지는 세트였다.
─ 면밀한 연출이었다.
니시지마 : 바람이 부는 타이밍도 미묘하게 계산되었다. 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매우 치밀한 촬영이었다.
─ 각각의 역할에 어떻게 마주했나?
타케우치 : 감독님에게 "야스코는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라는 말을 들어서 내게 일어난 일, 그것이 의도하지 못한 것이라 해도 받아들이는 꿈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감각은 라스트 컷까지 일관해서 가져갔다. 떠도는 느낌처럼. 그런 분위기는 현장에서 연기를 하면서 만들어 갔다.
니시지마 : 감독님과는 4번째 작업인데, 이전에는 지금의 카가와 씨가 연기한 역할처럼, 질서를 어지럽히거나 일상을 깨부수는 역할이었다. 이번엔 그런 인물과 싸우는 역할이어서, 매우 신선했다. 감독님의 연출은 '이렇게 하는 구나' 하고 모두 기대하고 있다. 한컷에서 배우가 굉장한 움직임으로 여러가지를 하는데, 타케우치 씨가 말한 대로 모두 최면술에 걸린 것처럼 어떤 엄청난 대사라도 자연스럽게하게 된다. 보통은 그런 힘든 장면은 전날부터 걱정을 하지만, 감독님의 현장에선 그런 것이 일절 없었다.
─ 카가와 씨와의 대치도 볼거리였다.
니시지마 : 이 작품에서 가장 어려운 역할이 카가와 씨가 연기한 니시노인 것 같다. 이상한 사람이지만, 딱히 무섭지도 않다. 약간 이상한 이웃이다. 생리적으로 혐오감을 가지는 사람도 많을 텐데, 반대로 흥미를 갖고 빠져들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 조제는 굉장히 어렵다.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대치했지만, 이번은 정신 싸움이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라서 매우 재밌었다.
─ 확실히 니시노라는 역할은 종잡을 수 없었다.
니시지마 :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니시노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베를린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 때엔 후반에 니시노가 뭔가 하면 박수 갈채나 웃음이 터졌다. 모두가 보려 않지 않고 뚜껑을 닫아 놓은 것을 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니시노의 짓은 가혹해서 악인인 것은 틀림없지만, 간단히 선악으로 구분지을 수 없는 그런 하나의 진리를 따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캐릭터이다.
─ 쿠로사와 감독의 현장은 모두 즐겁다고 했는데, 서스펜스 스릴러와 같은 영화에서 현장이 밝고 즐거우면 연기하기 힘들지는 않나?
타케우치 : 설산같은 물리적으로 엄격한 현장이었다면 '헤헤' 하고 웃을 상황이 아니니까 다른 긴박감이 있었겠지만, 이번엔 내가 휘말려가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별로 그런 일은 느끼지 못했다.
니시지마 : 그런 의식은 없다. 촬영 자체는 다양한 것을 하니까 매우 힘들다. 스태프분들도 굉장한 곳에 레일을 깔거나 크레인을 사용하는데 감독님은 그런 장면을 즐겁게 바라보신다. 스태프도 온화했고, 감독님의 인덕 덕분에 좋은 분위기였다.
✔︎ 니시지마 히데토시 인터뷰
―『크리피』의 각본을 읽었을 때 첫 인상은?
무척 재밌는 각본이었다. 게다가 카가와 테루유키 씨가 니시노 역을 한다고 들어서 이건 상당히 대단한 작품이 될 거란 예감이 들었다. 이 영화의 카가와 씨의 연가 앞으로 일본에서 위험한 사람을 연기할 때의 교과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완성작을 보고, 이건 카가와 씨 말고는 아무도 할 수 없다! 는 생각이 들었다.
― 니시지마 씨가 연기한 타카쿠라는 전직 형사로, 지금은 범죄심리학자인데, 이 타카쿠라라는 남자는 어떤 인물인가?
타카쿠라는 매우 우수하고, 범죄 심리학에 깊은 조예가 있지만, 그에겐 교만이나 사람 마음의 어둠을 위협하는 일 없이, 오히려 흥분해서 즐기며 보는 것이 가능한 죄 많은 부분이 있다. 그런 결함이 있기 때문에 꺼림칙한 사건에 말려드는 거다. 이 영화에서 타카쿠라에게 일어나는 일은 전부 필연적이다. 그가 친히 불러들인 것인데, 타카쿠라가 가진 결함 = 틈새를 니시노가 바짝 따라오는 것이다.
― 타카쿠라를 연기하면서 어떤 걸 의식했나?
타카쿠라는 정의로운 사람이가 아닌, 오히려 니시노에 한없이 가까운 인간처럼 느껴졌다. 니시노는 앞서 말한대로 사람의 틈이나 평상시에 감추고 있는 것을 파헤쳐서 상대를 점점 끌어들인다. 그에 반해 타카쿠라는 사람 마음의 어둠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이에 자신도 점점 스며들어 니시노에게 빠져 들어가지 않고 대결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어간다.
― 오랜만의 쿠로사와 감독님 현장은 어땠나?
재밌었다. 이렇게나 대단한 영화이지만, 실제로 현장은 정말 평온하고 정연해서 즐겁다. 매일, 매일 매우 즐겁고, 괴로움이 전혀 없다. 쿠로사와 감독님이 어딘가 최면술사 같은 부분이 있어서 감독님의 연출에 갑자기 끌려 들어가고, 정신을 차려보면 굉장히 높은 곳에 서 있는 느낌이다. 내가 몹시 괴로워하며 거기까지 갔다는 의식도 없어서 그건 정말 이상한 느낌이다. 어쨌든 즐겼을 뿐인데 굉장한 장면이 되어 있었다.
― 촬영하면서 구체적으로 즐거웠던 추억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쿠로사와 감독님이 니시노 집의 지하 세트를 처음으로 보여줬을 때, 우와! 대단한데! 하면서 굉장히 놀랐던 거다. 그 세트는 영화속에서도 굉장하지만 실물도 굉장하다. 더군다나 알고 보니, 밑에 물이 흐르고 있는 이상한 창고라서 실제로 싫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웃음) 멋졌다. 그 세트에 영향을 받았고, 세트 이외의 촬영을 한 장소 모두 신기한 장소였다. 물론 미술로 장식되어 있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재밌었다.
― 야스코를 연기한 타케우치 유코 씨와는 다른 작품에서도 공연했었는데, 이번에 부부 역할로 공연해 보니 어땠나?
타케우치 씨와는 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작품에서 3년 정도 함께 했었다. 상사(타케우치)와 부하(니시지마)이지만 연애 감정도 약간 있는 역할이었다. 이번 작품은 그것과 딱히 이어진 건 아니지만, 약간 그 흐름이 내 안에서 멋대로 있었다. 결혼과 함께 권태기라는 이미지가 생겼달까, 그런 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권태기 부부를 연기하는 것보다는 하기 편했다.
각본을 읽었을 때, 타케우치 씨가 야스코를 어떻게 연기할까 했는데, 야스코는 그 정도로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다. 그런데 현장에 갔더니 타케우치 씨가 '역시' 라고 생각되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 역할을 타케우치 씨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타카쿠라와 야스코의 두 사람의 장면에서도, 타카쿠라는 수사 쪽에 생각이 가 있어서, 그 분위기는 타케우치 씨에게 전부 맡겼다. 정말 많이 의지했다. (웃음)
― 니시노를 연기한 카가와 씨와의 연기도 기대되었을 것 같다.
그렇다. 카가와 씨는 역시 굉장하다. 각본으로 읽었을 때보다 니시노는 훨씬 더 유머가 있고,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정말 천진난만하게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완성작을 보면 니시노가 말하는 것이 오히려 정론으로 보이는 순간도 있다. 실제로는 지독한 짓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논외이지만, 니시노에는 니시노의 미학이라든가 논리가 있어서 상대의 모순점이나 감추고 있는 부분을 지적할 때 기묘한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보통 이런 영화는 범인에게 습격당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연명할까, 또는 어떤 죽음을 당할 것인가 하는 서스펜스를 모두 두근거리면서 즐길 것 같은데 아마 절반 정도의 관객은 니시노가 어떻게 사람의 기만을 파헤치고, 위기를 어떻게 뚫고 살아나갈 것인가 하는 대목에서 이상한 쾌감을 느낄 것 같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선 실제로 니시노가 뭔가를 할 때마다 관객이 웃거나 분위기가 좋았는데 카가와 씨는 역시 굉장하다. 세계에 통하는 연기를 하는 분이라 생각했다.
― 니시지마 씨는 완성작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쿠로사와 씨의 작품은 모두 훌륭하고 걸작뿐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쿠로사와 씨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톱클래스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대단한 작품에 참가하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
― 이 작품을 볼 관객에게 메시지를!
130분, 스크린에서 한 번도 눈을 뗄 수 없는 최고의 사이코 서스펜스다. 쿠로사와 감독님의 팬은 물론이거니와 쿠로사와 감독님의 작품을 전혀 보지 않았던 사람도 꼭 봐줬으면 한다.
✔︎ 니시지마 히데토시 인터뷰 2
미해결 일가족 실종 사건 + 기묘한 이웃집 가족. 두 개의 수수께기에 숨겨진 진실은?
범죄 심리학자 타카쿠라는 형사 노가미에게 6년 전에 일어난 일가족 실종 사건 분석을 부탁받는다. 그러나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장녀 사키의 기억을 더듬어도 핵심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한편, 타카쿠라가 사랑하는 아내 야스코와 함께 최근에 이사한 새집의 이웃은 어딘가 기묘한 가족이었다. 병약한아내와 중학생 딸 미오, 남편 니시노와의 아무 생각 없이 나눈 대화에 농락당하며 당황하는 타카쿠라부부. 그리고 어느 날, 미오의 고백에 타카쿠라는 경악한다. '그 사람은 아버지가 아녜요. 전혀 모르는사람이예요.' 미해결 일가족 실종 사건과 이웃집 가족의 불가결한 관계. 두 개의 연결고리를 타카쿠라가 깨달았을 때, 야스코의 몸에는 깊은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다.
Q. 니시지마 씨가 쿠로사와 감독님의 작품에 처음으로 출연한 것은 1999년 인간 실격. 그 후 벌레들의 집, LOFT에 이어 이번이 4번째. 11년 만의 쿠로사와 감독님의 현장은 어땠나?
「쿠로사와 제작팀은 변함없이 즐거웠다. 작품 이미지와는 다르게 촬영 현장은 밝고 즐겁다. 쿠로사와씨의 연출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고, 거기에 자극받아 스태프부터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넘쳐러 놀람과 공부의 연속이다. 스트레스도 없고 지쳐서 녹초가 되어 잠드는 일도 없다. 매우 건강한 현장이었다.」
Q. 쿠로사와 감독님의 연출은 최면에 걸린 것 같다고 전에 말했었다.
「순서가 많은 롱테이크 장면은 보통 이상한 긴장감에 휩싸인다. 이번에도 카와구치 하루나 씨가 연기하는 사키를 몰아붙이는 장면에서 내가 실내를 걸으며 계속 말을 했다. 꽤 긴 그 장면을 한컷에 가까운 형태로 찍었다. 그 사이에도 조명이 순간 어두워지거나, 창문 밖에 있는 엑스트라의 수가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 스태프가 짜는 순서는 상당히 힘들지만, 이상하게도 다들 당연한 듯히 해낸다. 신경을팽팽히 하면서 만드는 게 아니라 가볍게 데려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완성작을 보고 '이렇게 됐구나!' 하고 놀랐다. (웃음)」
Q. 그건 감독님의 인품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게 컸을 거다. 말투가 온화하고, 유머도 있고 철학자 같은 부분도 있다. 어떻게 그런 분위기를 만들수 있는지 모르지만, 감독님 자체가 크리피에 나오고 있는 사람 같다....」
Q.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전혀 수상하지 않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혼난다. (웃음) 모르는 사이에 모두를 끌어들이는 카리스마가 있으시다.」
Q. 11년 만이라 그 동안 다른 작품으로 성장한 결과를 시험받는 듯한 감각이 있었나?
「감독님은 무서울 정도로 머리가 좋은 분이라 전부 간파당한다. 그래서 시험받는다는 감각은 없었다. (웃음) 28세 때 처음으로 함께 했을 때, 영화의 어느 도달점 같은 것을 보았다. 어떤 분에게 들었는데, 감독님은 학생 시절에 독립영화를 찍고 있을 때부터 모두의 기준점이었다고 했다. 감독님은 영화업계의 상황이 아무리 변해도 변함없이 같은 페이스로 감독님의 영화를 계속 찍고 계시다. 그런 분에게 다시 부름을 받아 기쁘다. 실은 이번에 카가와 씨가 매우 기뻐하셨다. 」
Q. 카가와 씨와는 더블 페이스, MOZU, 유성왜건에 이은 공동 출연이다.
「그래서 감독님의 작품에서 함께한 것이 각별하다. 카가와 씨도 나도 거의 같은 시기에 처음으로 감독과 일을 했다. 카가와 씨가 뱀의 길 (98년), 내가 인간합격 (99년). 우리 둘 다 감독님팀에 충격을 받았었다. 그렇게 17, 18년이 흘러 마침내 감독님 작품에서의 공연이 이루어져서, 카가와 씨는 현장에서몇 번이나 감회가 깊다고 말씀하였다. 나도 같은 마음이다. 크리피는 정말 재밌는 영화로 전혀 무섭지않다. 왜냐면 유령도 안 나온다. 사이코패스와 범죄 심리학자의 심리전이니까!」
Q. 무서우면서 재밌었다. 니시지마 씨는 유령이 무섭나?
「무섭다. 나는 유령은 안 된다. 본 적은 없지만.」
Q. 인기 배우가 되어 매년 바쁜 날을 보내느라 환경이 격변했을 텐데, 니시지마 씨는 변함없이 명랑하다. 어째서인가?
「현장에 가서 좋아하는 스태프와 촬영한다는 나의 기본 생활은 '인간합격' 시절부터 아무것도 변하지않았다. 만약 변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운이 좋게도 좋은 감독, 스태프, 출연자 여러분과 계속 좋은환경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요인일지도 모른다. 」
Q. 주연이라면, 촬영말고도 홍보 활동을 해야만 하고, 히트에 대한 책임도 진다. 스트레스가 되진 않나?
「결과는 과정의 끝에 있는 거니까... 원래 나는 우회적인 타입이라 결과를 바로 구하진 않는다. 본론과다르게 보이는 작업도 거기에 소비 에너지와 시간이 최종적으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어떤 것도낭비라고 생각한 적은 전혀 없다. 」
Q. 대장정의 대하 드라마 촬영 때는 대기실에 마음에 드는 과자를 30개나 늘어놓아 현장을 기쁘게 하는 등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하는 걸로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지금 니시지마 씨가 마음에 들어하는 과자는 무엇인가?
「음, 뭘까... (30초 깊게 생각한 후) 소프트 아이스크림이려나.」
Q. 그럼 간식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그건 힘들다. (웃음) 녹아버리니까...」
✔︎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 인터뷰
제15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마에카와의 원작 소설을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자랑하는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이 영화화했다. 주인공 부부가 이사한 곳에서 만난 수상한 이웃에 대한 의심과 불안감에서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끌어들이는 모양이 쿠로사와 감독 특유의 두려움의 동반이 그려졌다. 감독과 4번째로 함께 작업하는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주인공이자 전직 형사 범죄 심리학자 타카쿠라를,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주는 타카쿠라의 수상한 이웃 니시노를 카가와 테루유키, 니시노에 농락당하는 타카쿠라의 부인 야스코를 타케우치 유코가 연기했다. 원작의 어딘가 섬뜩함이 느껴지면서도 끝이 궁금해지는 재미는 그대로 두고, 원작 소설을 과감하게 각색하여 영화만의 독창적인 전개로 엔터테인먼트작으로 묘사한 영화 '크리피'.
― 캐릭터를 포함하여 원작의 전개가 과감하게 각색되었다.
원작은 매우 재밌는 소설이지만, 2시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여러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먼저 가장 단순한 주제 '이웃이 수상하다'를 메인으로 하려 했다. 거기에 주인공이 이사한 장소가 주택지의 맨 끝으로, 도시와 교외의 경계선에 뭔가 사악한 것, 이상한 것이 조용히 살고 있다는 설정이 원작에서 가장 재밌게 느껴졌다. 주택지 변두리에 있는 집과 이웃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드라마가 전개되도록 각색했다. 원작자의 마에카와 씨가 매우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 조심스럽게 이런 각색을 제시했을 때 이해해 주셨다. 캐릭터는 이야기를 새롭게 다시 짜게 되면 자연스레 바뀌는데, 억지로 바꾸려는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내 취향이 들어갔을 것이다. (웃음)
― 이 작품의 주제인 수상한 이웃은 이웃과의 교류가 희박하게 된 현대에선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인지도 모른다.
도시라면 특히, 이웃 이웃과 얼굴을 마주하면 인사는 하겠지만, 그 이상 그 사람에 대해 아는 사람은 적을 거다. 나도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상한 시간에 들어오니까 옆집에겐 상당히 수상쩍다고 생각되어질 것이다. (웃음) 이웃 교류는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깊게는 모른다. 그걸로 충분하다. 대다수의 사람은 그걸로 충분하지만, 그 틈을 잘 이용해서 이상한 무언가가 남몰래 조용히 옆에 살고 있어도 의외로 잘 모르는 거니까.
― 카가와 테루유키 씨가 연기한 니시노는 그야말로 수상한 이웃 그 자체였다.
이번에 니시노란 역할로 한가지 도전한 게 있다. 이른바 알기 쉬운 악의 상징 역할이 아닌, 선인이랍시고 뒤에서 나쁜 일을 꾸미는 사기꾼도 아닌, 말하자면 도덕심과 상식과 법률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인물로 만들고자 했다. 카가와 씨가 연기하는 니시노가 스크린에 등장했을 때부터 그가 수상해서 나쁜 건 알지만, 어떻게 나쁜지 뒤를 전혀 읽을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어서 카가와 씨로 결정했다. 카가와 씨도 즐기면서 그 장소에서 자유롭게 사는 니시노를 연기해주셨고, 때로는 터무니 없이 나쁘고, 이상하고, 때때로 심약하게 보이는 인물을 카가와 씨와 함께 만들어 갔다.
― 니시지마 씨가 연기하는 타카쿠라 캐릭터는 설정도 원작과는 조금 다르다.
영화니까 주인공은 논문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행동을 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나한테는 대학 교수는 머리는 좋아도 행동력은 별로 없을 거란 섣부른 편견이 있다. (웃음) 전직 형사의 대학 교수라면 형사의 행동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것 같아서 전직 형사라는 설정을 했다. 타카쿠라는 단순히 우수한 형사와 정의의 아군이 아니며, 결함도 있다. 본인은 진지하게 사건에 파고들려 하지만 수비가 매우 약하다. 사건 현장에서 '범죄현장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말하면서, 옆에 있는데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자업자득처럼 니시노에게 이용된다. 그런 타카쿠라를 니시지마 군이 잘해줬다. 나는 니시지마 군은 이런 역할이 가장 적역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주연인 그에게 맡기고 이야기를 보다 보면, 구멍 투성이라 괜찮나 하는 불안이 생긴다. (웃음) 미국이라면 해리슨 포드가 전형이지만 (웃음) 그런 사람이 있어서 영화가 재밌다. 단순한 슈퍼 영웅이 없어서 위험하지만, 신뢰할 수 있다. 그런 점이 매력적이지만 아무튼 위험하다. (웃음) 그런 스타는 좀처럼 없지만, 니시지마 군이 그야말로 딱이라고 생각했다.
― 타케우치 유코 씨가 연기하는 타카쿠라의 아내 야스코 캐릭터도 설정이 달라져서 보다 타카쿠라의 불완전함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각색하다 보니,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야스코라는 인물이 커졌다. 그녀가 이야기의 핵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원작에서 그녀의 세부적 묘사는 거의 생략되어 있는데, 타카쿠라와 니시노의 공방전에서 주축이 되는 건 당연히 야스코일 것 같았다.
― 각본 단계에서 타케우치 씨를 캐스팅했었나?
각본 단계에선 아무도 결정하지 않았었다. 야스코의 존재가 매우 커지긴 했지만, 처음엔 눈에 띠지 않는 캐릭터라서 솔직히 타케우치 유코 씨가 해줄 거라곤 생각 못했다. 타케우치 씨는 이전에 형사 역할도 했었고, 적극적으로 팍팍 나가는 역할을 잘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수동적으로 수수께끼와 같은 역할이지만 타케우치 씨와 함께 하고 싶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맡아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인간이란 원래 몬스터이다. 어떤 인간에게도 몬스터는 숨어 있고, 그 마물을 일깨우는 일 없이 살 수있는지는 거의 운이 아니겠는가.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크리피는 이렇게 끔찍한 주제를 던진다. 해외에서도 공포, 서스펜스 영화의 거장으로서 많은 팬을 지닌 쿠로사와 감독이 이번에 각각 4 번째로기용된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카가와 테루유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영화 서두부터 갑자기 관객은 멱살을 잡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범죄 심리학을 배운 형사 타카쿠라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그가 '완벽한 사이코패스'라 부리는 범인의 설득에 실패하고 돌이킬 수없는 실수를 범한다. 여기서 벌써 절대적인 악의 승리가 드높이 선언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퇴직하고대학 강사 자리를 얻은 타카쿠라는 어느 날, 옛 동료 노가미 (히가시데 마사히로)에게 6년 전에 발생한일가족 실종 사건 분석을 의뢰받는다. 한편, 새집으로 이사한 타카쿠라와 그의 아내 야스코 (타케우치유코)는 니시노 (카가와 테루유키)라는 기묘한 이웃과 만나며 운명이 크게 흐트러져 간다.
- 마에카와 씨의 원작에 매료된 이유는?
「원작은 누구라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공포심을 소재로 한 멋진 것이었다. 현대인은 극히 가까운 곳에의외의 맹점이 있다. 어떤 정보라도 순식간에 알아볼 수 있는 시대이지만, 그만큼 바로 가까운 곳은 의외로 빈틈 투성이이다. 그곳에 예상도 하지 못한 악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무너지는 일상을되찾기 위해 격투하는 주인공을 그리고 싶었다.」
- 야스코는 이웃 교류라는 사명감으로 니시노의 집에 다니지만, 어느새 니시노의 페이스에 말린다. 그러다가 타카쿠라는 니시노의 딸이 '그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다'라는 고백을 듣고 경악한다.
「가족이란 본래 가장 기본적인 커뮤니티로 생각되던 것이 하나의 형태가 되어 실제로는 거기에서 개개인이 고독하고, 빈틈이 생기고 있다. 그 틈에 악의를 가진 사람이 침입하면 가족은 순식간에 붕괴하고다른 것으로 변질된다. 그런 범죄가 실제로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원작도 그러한 사건을 참고하고 있고, 나도 그런 것을 참고하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 이 작품의 무시무시함은 주인공과 아내가 언뜻 멀쩡히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웃에게 아주 쉽게조종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벌어난 사건을 조사하면, 왜 이런 사람의 말에 걸려 들었는지,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도망치지 않는 이상한 부분이 있다. 정말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리얼하게 그리다 보면 자꾸현대의 어떤 상징, 사회적인 문제가 전면에 떠오를 것 같지만, 나에겐 그것이 이 영화를 만드는 목적은아니었다. 그런 부분에서 힌트는 받았지만,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서 즐겨주셨으면 했다. 그래서 후반, 특히 마지막은 어딘가 비현실적인 세계로 가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니시노도 이제옆집 아저씨가 아니라 일종의 악의 화신처럼 보일 정도다. (웃음)」
이 작품을 한층 더 재밌게 하는 것이 적당히 봐주지 않는 니시지마와 카가와의 대결이다. 지금까지 몇번인가 공연해온 두 사람이지만, 쿠로사와 감독님의 영화에서의 공연은 뜻밖에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두 사람을 공연시킨다면 내 영화겠지, 하고 은밀히 계속 라이벌심을 가지고 있었다. (웃음) 두 사람모두 촬영 내내 매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뭔가를 짊어진 듯한 성숙한 배역을 니시지마 군에게 맡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기본적으로 그의 연기 접근법은 이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먼저 정말 뉴트럴이란 이것이다, 하는 연기에서 시작한다. 모두 뭔가 나름대로의 해석, 독특한 개성으로연기한다. 그건 그걸로 상관없지만, 니시지마 군의 경우 그토록 여러가지 경험을 쌓았음에도 아직 뉴트럴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카가와 씨는 그 정반대다. (웃음) 중립은 없다고 할까, 어딘가 기어가들어간 느낌이다. 이 두사람의 대조가 무척 재밌었다. 지금까지 여러 타입의 작품을 찍어 왔지만, 그어떤 것과도 다른 영화로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됐다는 자신이 있다. 하나의 장르로 적용될지는 몰라도, 최종적으로는 다크 판타지라고 말할 수 있다. 끔찍한 장면도 있지만 그것을 내세우진 않는다. 그런짓을 하는 것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쪽으로 관심이 가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 굉장히 무서운 곳에서 시작해서 그 무서움이 지속되면서 관객도 점점 끌려 들어가 어딘가 마음이 들뜨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을 보았다고 느껴줬으면 좋겠다. 」
✔︎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 인터뷰 2
― 원작 소설의 어디에 매력을 느껴 영화화했나?
원작은 예상치 못한 복잡함을 즐길 수 있는 매우 재밌는 이야기이지만, 그걸 영화로 만들기엔 너무 길어서 주로 앞부분을 메인으로 각색했다. 전반부에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건, 어느 집으로 이사를 온 주인공이 6년 전 사건의 범인을 쫓고 있었고, 그 범인일지도 모르는 남자가 무려 옆집에 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집에서 시작해서, 약간 벗어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매우 컴팩트한 구조 속에서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거야말로 영화란 느낌이 들어 이 원작에 푹 빠졌다.
― 각색하면서 어떤 연구를 했나?
원작에선 꽤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오고, 과거 이야기도 많이 그려져 있다. 주인공 타카쿠라와 아내 야스코, 그리고 이웃에 살고 있는 니시노. 주로 이 셋으로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이 셋으로 결말이 나는 이야기로 하자는 것이 가장 큰 각색의 테마였다.
― 타카쿠라를 연기한 니시지마 히데토시 씨와는 벌써 4번째 작업인데, 이번에 캐스팅한 이유는?
이 나이대에서 주연급의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몇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었을 때 니시지마 군은 당연히 들어가 있었다. 그냥 전부터 같이 했던 것도 있어서 솔직히 내겐 '젊은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그래서 예전이었으면 생각도 안 했을 거다. 하지만 니시지마 군도 40세가 넘었으니 젊은이가 아닌, 지금의 니시지마라면 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관건은 내게 니시지마 군이 타카쿠라로 보일까 말까였다. 젊게만 보이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도 있었지만, 이 번 기회에 그와 이 역할로 작업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 실제로 작업해보니 어땠나?
오랜만에 만났을 땐 역시 젊은이었다. (웃음) 내가 나이를 먹은 탓도 있지만, 옛날과 전혀 다르지 않아서 당황했다. 좀 더 당당하고 스타다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달라진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선 매우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적어도 자신의 가정을 어떻게 해서든 지키려고 하는 중년 남자 역할을 이런 젊은 사람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솔직히 처음엔 있었다. 하지만 촬영해가면서 훌륭하게 타카쿠라가 되어 주었다.
― 야스코 역의 타케우치 씨와는 첫 작업이다.
타케우치 씨와는 처음이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번 함께 하고 싶었던 배우였다. 다만 이번엔 완전한 주인공은 아니라서 이런 역할로 타케우치 씨가 나와 줄까 매우 걱정했다. 거절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말을 꺼냈었다. 솔직히 어떤 사람일까 하는 흥미가 있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보면 매우 반듯하고 단정한 얼굴인데도 쾌할한 주부라든지 익센트릭한 커리어 우면이라든지 여러 역할을 하고 있는 인상이 있었다. 사실은 어떤 사람인지 이유 없이 알고 싶었다. 속공으로 거절 당하면 어쩌나 하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말을 꺼냈었는데 출연을 결정해줘서 몹시 기뻤다.
― 니시노를 연기한 카가와 씨는 정말 기분 나쁜 역할을 훌륭히 연기했다.
정통적이었다면 니시노는 좀 더 부정적이고 괴팍한 악의 상징 같은 섬뜩한 캐릭터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터무니없는 악이긴 하지만 오히려 니시노는 이세상에서 가장 자유롭다. 별로 나쁜 짓을 하려 하는 것도 아니고, 기획해서 사람을 속이는 사기꾼도 아니다. 그저 일체의 도덕심이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처음엔 싫고 무섭게 보여도 중간부터는 니시노가 나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주는 거 아닐까 하고 마음대로 하는 것을 오히려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분방하게 연기해 주기를 바랐다. 즉 보기만 해도 악역이 아닌, 잘생긴 사기꾼도 아닌, 나쁜 놈으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어떻게 나쁜지 전혀 읽을 수 없는 캐스팅으로 하고 있었다. 그건 카가와 테루유키 씨밖에 없다.
― 형사 노가미를 연기한 히가시데 마사히로 씨와는 첫 작업이다.
히가시데 씨는 존재감은 물론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분이다. 주역급이 이 역할을 할까 처음엔 불안했지만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감사했다. 그런데 촬영 현장에선 정말 과묵하고 수줍어했다. 처음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나지막이 '네' 하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노가미를 열심히 연기해줬는데 촬영 내내 거의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모두 즐거워하는데, 다른 출연자와도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히가시데 씨의 마지막 컷을 찍고 '이것으로 히가시데 씨의 촬영은 모두 종료됐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노가미라는 역할에 필사적이 되려고 잡담을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저는 이렇지 않습니다.' 하고 수줍어하며 말씀하셨다. 아직까지 앳되고, 열성적이고 성실한 분이다.
― 6년 전의 일가족 실종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사키를 연기한 카와구치 하루나 씨의 인상은?
인기있는 젊은 배우들 중에서도 한층 신비로운 느낌의 사람이라 그녀의 개성이 사키라는 수수께끼 여성에게 잘 피트되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역할을 연기하는 건 매우 어려울 텐데, 처음엔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나는 영화의 시세를 과거로 되돌리고 싶지 않아서 각본 시점부터 이 이야기의과거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매우 고민했었다. 그리고 과거는 전부 사키의 대사로 표현하자고 결심했다. 과거 장면은 일절 없다. 모두 카와구치 하루나씨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은 알게 된다. 그런 각본의 구성은 주로 2개의 장면인데, 몇 페이지에 걸쳐 긴 대사가 대기하고 있어 사키를 연기하는 건 몹시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단순히 감정에 맡겨 말하는 것만으론 절대 안 된다. 감정을 내면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과거 사건을 냉정하게 전달해야 해서 배우에게 상당히 고도의 부탁을 했다. 그걸 카와구치 씨가 완벽하게 표현해 주었다. 훌륭한 연기력이라 탄복했다. 무리를 강요해 버렸지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 니시노의 딸 미오를 연기한 후지노 료코 씨도 훌륭했다.
후지노 씨도 좋았다. 그녀도 저는 처음이었고, 솔로몬의 위증에서 주인공을 맡았지만 거의 신인에 가깝다. 게다가 주위에 성인배우뿐이라는 상황에서 미오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운 역할을 연기했는데, 주저하지 않고 실로 당당했다. 나중에 큰 인물이 될 것 같다.
― 촬영을 돌이켜 볼 때, 무언가 추억이 남았다면?
이번에 각본을 쓰고 있을 땐 설정이 여름이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설정은 오히려 추운 겨울 같은 분위기를 상상하고 있었는데, 스케줄 사정 때문에 결국 8월에 찍었다. 게다가 40도 가까운 굴지의 엄청난 폭염속에서 촬영했다. 초록이 풍부한 여름 햇살이 찬란하게 내리쬐는 가운데, 나는 모두에게 '더운데, 섬뜩한... 뜨겁지만 차가운 그런 영상으로 하고 싶다'고 터무니없는 부탁을 했다. 스태프들은 최고의 기술로 표현해주었다. 매미 소기가 쨍쨍하게 들려 아무래도 여름이라 더울 것 같지만 어딘가 썰렁하다. 녹색이 매우 선명하지만, 그런데도 무언가가 절절한 것처럼 보이는 그러한 모순을 내포한 영상을실현할 수 있었던 건 전부 스태프 덕분이다.
― 타이틀 크리피는 섬뜩하다는 의미인데 그 섬뜩한 표현에 어떤 공을 들였나?
그건 노렸다기보다는 우연도 여러가지가 있다. 하나는 방금 말한 여름 풍경 속에서 무성한 식물이 바람에 의해 더부룩하게 날리는 묘사이다. 이건 아직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관객의 마음을 술렁이게 한다. 본래는 기분 좋은 바람이지만, 그것이 기분 나쁘게 보이면 좋을 것 같아 바람이 불 때마다 두근두근했다. 그리고 니시노의 집에 도착하기까지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 스트로크를 잡았다. 그렇게 언뜻 보면 평범했던 옆집이 점차 기분 나빠 보이기 시작하면서 최후에는 악의 본성이 되어버린다.
― 이 작품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출품되었는데 그곳 반응은 어땠나?
경쟁이 아니라서 편하게 참가했는데 16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엄청 큰 극장이 만원을 이루고 있어서 놀랐다. 게다가 대부분 독일인의 일반 관객이었다. 숨을 죽이고 얌전히 봐줄 거라 예상했는데 카가와 씨가 나와서 초콜릿이라고 말하는 순간에 갑자기 웃었다. 야스코가 니시노의 집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한숨도 들려왔다. 정말로 손에 잡힐 듯한 반응이 전해져 왔기 때문에 매우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영화 > 일본영화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렌지 (オレンジ , 2015년 12월 12일 일본 개봉) (0) | 2020.10.24 |
---|---|
선생님과 길고양이 (先生と迷い猫, 2015년 10월 10일 일본 개봉) (0) | 2020.10.24 |
블리치 (Bleach, 2018년 7월 20일 일본 개봉) (0) | 2020.10.21 |
너는 달밤에 빛나고 (君は月夜に光り輝く, 2019년 3월 15일 일본 개봉) (0) | 2020.10.18 |
극장판 시티헌터 : 신주쿠 프라이빗 아이즈 (劇場版シティーハンター 〈新宿プライベート・アイズ〉, 2019년 2월 8일 일본 개봉 (0) | 2020.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