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포스터
- 일본 포스터
- 이웃집에 신이 산다 작품 소개
- 이 영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이웃집에 신이 산다 줄거리 (스포주의)
- 2017년에 썼던 감상문
- 감독 인터뷰 : 영화에 담긴 철학과 유머
- 감독 인터뷰 2 : 이웃집에 신이 산다가 던지는 질문들
한국 포스터

일본 포스터

이웃집에 신이 산다 작품 소개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전 세계적으로 약 1,5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감독 자코 반 도마엘은 벨기에 출신의 감독으로 토토의 천국, 미스터 노바디 등 철학적이고 환상적인 작품을 선보인 작가주의 감독이다. 현실 속 판타지를 활용해 인간 존재와 운명,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스타일을 자주 사용한다.
영화의 OST는 바흐, 슈베르트 등 클래식 음악이 주를 이루며,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브누아 포엘부르드는 감독이 '신'이라는 역할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캐스팅한 배우였다. 카트린 드뇌브는 영화 속에서 판타지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펼쳐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독특하게 만들었다.

| 종교적 패러디를 유쾌하게 풀어낸 기발한 영화 |
유럽에서 신선한 설정과 유머로 큰 화제를 모았으며, 국내에서는 소규모 개봉이었지만 유럽식 블랙코미디와 철학적인 메시지로 호평을 받았다. 2016년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후보였으나 수상은 불발되었고, 벨기에 마그리트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유럽 사회에서 종교 패러디 논란 : 종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음에도 코미디적인 표현 방식 덕분에 심각한 논란보다는 재치있는 풍자로 받아들여졌다.
운명에 대한 철학적 질문 제기 : 인간이 자신의 죽는 날짜를 알게 된다면,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자코 반 도마엘 특유의 감성적 연출 재조명 : 기존의 미스터 노바디와 비교되며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다시금 화제에 올랐다.
이 영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신과 운명, 인간의 자유의지를 유쾌하게 뒤집는 독창적인 설정 |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신이라는 존재를 상상할 때 떠오르는 전지전능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개념을 제시한다. 브뤼셀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가부장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로 인간의 삶을 조정하는 신이라는 설정은 신선하고 도발적이다. 우리가 흔히 신을 자애롭고 공정한 존재로 묘사하는 것과 달리, 영화 속 신은 잔혹하고 변덕스러우며 인간들에게 끊임없이 불행을 안기는 독재자에 가깝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신의 풍자가 아니라, 인간이 신의 존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런 독창적인 설정 위에서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신이 정한 질서를 거부하는 존재, 바로 그의 딸 에아(Ea)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신의 부당함을 폭로하기 위해 인간들에게 자신의 죽는 날짜를 메시지로 전송하는 행동을 감행한다. 이 설정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서 운명이 미리 결정되어 있다면, 인간은 그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라는 근본적인 철학적 문제를 제기한다.
죽음을 미리 알게 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한다. 어떤 이는 남은 인생을 포기하지만, 어떤 이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이는 우리가 운명을 믿고 따를 것인지, 아니면 주어진 삶을 스스로 개척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유도한다.

| 자코 반 도마엘 특유의 감성적이고 유머러스한 연출 |
이 영화는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철학적 질문들을 감독 특유의 유머와 감성적인 연출로 풀어낸다. 벨기에 출신의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은 이전 작품 미스터 노바디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다뤘지만, 그보다 훨씬 경쾌한 톤과 유머러스한 요소를 더해 대중 친화적인 영화로 만들었다.
특히 신이 벌이는 엉뚱한 행동들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신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예를 들어 신은 인간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며 삶을 조종하는데, 그의 행동은 마치 사소한 악취미를 가진 인간적인 존재처럼 보인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종교적인 논쟁을 일으키는 대신, 유쾌하고 풍자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또한, 영화는 다양한 비주얼적인 요소들을 활용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령, 신의 딸 에아가 여섯 명의 새로운 사도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마치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본 세상을 그린 듯한 순수한 감성을 담고 있다. 이러한 감각적인 연출은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한층 더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만든다.

| 6명의 새로운 사도를 통해 보여주는 다양한 인간 군상 |
이 영화에서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에아가 찾아가는 6명의 새로운 사도들이다. 기존의 성경에서 12명의 사도가 등장했다면, 영화는 6명의 새로운 사도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신이 선택하는 인간상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있으며, 삶을 의미 없이 살아가던 이들이다.
삶에 대한 흥미를 잃은 남자, 성스러운 사랑을 꿈꾸는 여인, 삶의 마지막 순간을 선택하려는 노인, 꿈속에서 살고 싶은 소년... 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신의 딸 에아를 만나면서 변화를 맞이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에피소드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인간이 신 없이도 어떻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의미있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영화는 이들 각각의 사연을 따뜻하게 풀어내면서도 운명과 자유의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을 진지하게 그려낸다.

| 클래식 음악과 감각적인 미장센이 어우러진 시각적 경험 |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은 비주얼적인 연출에도 탁월한 감각을 발휘하는데, 이 영화 역시 클래식 음악과 세련된 미장센이 어우러져 특별한 시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바흐, 슈베르트 등의 클래식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이러한 음악들은 영화의 철학적 분위기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파스텔 톤이 강조된 색감과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화면 구성은 동화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관객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엔딩에서 신이 새로운 세계로부터 소외당하고, 신의 부인이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장면에서는 부드럽고도 웅장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며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극대화한다.

| 인간이 만들어가는 신의 세계 - 종교적 의미를 넘어선 메시지 |
결국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단순한 종교 패러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신이란 존재를 인간이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할 것인지, 그리고 신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작품이다.
영화는 결론적으로 신의 개입 없이도 인간은 충분히 스스로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강조한다. 기존의 종교적인 틀 안에서 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이를 통해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겠는가, 아니면 삶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써 내려가겠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영화를 본 후에도 계속해서 우리의 삶 속에서 되새겨보게 되는 메시지가 된다.
철학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신, 운명, 삶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원하는 관객
비주얼적으로 감각적인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
유럽 영화 특유의 블랙코미디 감성을 즐기는 관객
이웃집에 신이 산다 줄거리 (스포주의)

브뤼셀의 허름한 아파트. 창문도 없는 음침한 공간에서 한 남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그는 신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자비롭고 위대한 신과는 다르다. 그는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변덕스러운 존재로 인간들에게 끊임없이 불행을 안겨주며 악취미 같은 장난을 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이 신에게는 이미 우리가 잘 아는 아들이 하나 있다. 예수다. 하지만 예수는 과거 인간 세계로 내려가 사람들을 도우려다 십자가에 못 박혔고, 결국 그의 흔적은 그림 한장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제 이 집에는 신과 그의 아내, 그리고 둘째 딸 에아가 살고 있다.

에아는 아버지의 폭력적인 행동에 지쳐간다. 신은 가족에게도 무자비한 존재였고, 인간들에게도 불행을 부과하는 잔인한 일을 즐긴다. 더 이상 이를 참을 수 없던 에아는 어느 날 아버지의 컴퓨터에 몰래 접근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죽는 날짜가 적힌 문자 메시지를 전송해 버린다.
이제 인간들은 각자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게 되었고,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누군가느 삶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남은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려고 노력하며, 어떤 이는 오히려 기뻐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에아는 새로운 성서를 쓰기 위해 6명의 사도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예수가 12명의 사도를 거느렸던 것처럼, 그녀도 자신의 만의 사도를 찾고 싶었다.

이를 위해 에아는 세탁기를 통해 인간 세계로 탈출한다. 그녀의 어머니 (신의 아내)는 이 모든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며 미소를 짓는다. 인간 세계로 내려온 에아는 자신을 도와줄 한쪽 팔이 없는 노숙자 빅터를 만난다. 그는 에아가 찾아낸 6명의 사도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주기로 한다.
1. 마르크 - 회색 도시에서 탈출한 남자
무의미한 직장 생활을 하던 마르크는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그는 자연 속에서 조용한 삶을 즐기며, 죽음을 기다리는 대신 남은 삶을 의미있게 보내기로 한다.
2. 장 클로드 - 암살자를 꿈꾸는 소년
가족에게 외면받고 고독했던 장 클로드는 죽기 전에 누군가를 암살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에아를 만나면서 그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3. 프랑수아 - 성스러운 사랑을 꿈꾸는 여자
프랑수아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동물원에서 고릴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4. 오렐리 - 춤추는 여인
어린 시절 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 외롭게 살아가던 오렐리는 에아와의 만남 이후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5. 마르틴 - 모험을 꿈꾸는 중년 여성
단조로운 삶을 살던 마르틴은 어느 날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예전부터 동경하던 바다로 떠나기로 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6. 윌리 - 삶의 마지막을 선택하는 노인
삶을 마무리하려 했던 노인 윌리는 에아를 만나고 다시 한 번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이 여정을 통해 에아는 인간들이 신이 부과한 운명에 저항할 수 있음을 직접 확인한다. 그녀는 이들을 통해 삶의 의미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배운다. 한편, 자신의 딸이 도망친 것을 알게 된 신은 그녀를 찾기 위해 인간 세계로 내려온다. 하지만 문제는 신의 능력은 오직 그의 컴퓨터에서만 작동된다는 것이었다. 인간 세상에서는 그저 무력한 노인일 뿐이었다.
거리를 떠돌던 신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경찰에 체포되었고, 이후 분노한 군중들에게 폭행을 당하며 점점 초라해진다. 결국 신은 비참한 모습으로 삶을 마감하게 된다. 그렇게 그의 아내, 즉 여신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그녀는 기존의 질서를 없애고, 세상을 따뜻한 색감과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득 채운다. 하늘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고, 인간들은 더 이상 신에게 조종당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결국 신의 몰락과 인간의 자유의지 회복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신이 지배하던 세계에서 인간들은 정해진 운명에 따라 살아가야 했지만, 운명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들은 자신의 삶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에아가 찾은 6명의 사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했고, 기존의 신이 정해놓은 질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이 사라진 후, 세상은 한층 더 평화롭고 따뜻한 곳이 되었다.
2017년에 썼던 감상문
영화 포스터에 있는 체크무늬 가운, 삼선 슬리퍼. 그래, 바로 이 남자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망할 신이라고 중얼거리게 만든다. 오랜만에 발칙적이면서 독창적인 상상력이 난무하는 영화를 만났다. 철학과 종교와 판타지와 코미디가 하나의 가정을 이룬 듯한 느낌.
위대한 신이라고 해도, 컴퓨터가 고장 나면 그저 무능력한 이웃집 아저씨가 되고 마는 거다. 신에게 아들인 예수가 있었고, 달인 에아가 있었다. 인간들에게 고통을 주고 그 재미로 지내고 있는 아버지가 신이지만 더럽고 역겹다. 표면적으로는 아버지 때문에 비극과 고통이 내려앉은 인간 세상을 위해 21세기 버전 신약을 새로이 쓰기 위해 6명의 사도들을 찾는 여정을 떠나지만, 가장 큰 목적은 못된 아버지에 대한 복수.

아담이 취향이다. 홀로 영화관에도 가고, 서점에도 간다. 물론 무언가가 창조되기 전이라 영화관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은 없고, 서점의 책도 백지다. 내가 봤을 때, 영화나 책의 투자자는 빌어먹을 신이고, 제작, 감독, 각본, 출연 모두 아담과 이브를 비롯한 우리네들. 우리들은 신을 위하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하여 무언가를 창조해 내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서 신은 신의 이름을 걸고 인간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그렇다. 신은 DV남이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신이라니, 얼마나 발칙한 상상인가. 게다가 이 아버지가 두려운 나머지 아들 예수는 집의 예수 조각상에 깃들어 산다.
완전수 12. 12명의 제자. 12개월. 12시간의 낮과 밤. 거기에 에아는 6을 더한다. (여기서 재밌는 건, 숫자가 6이라는 거다. 666...) 오렐리 복음, 장끌로드 복음, 성도착자 복음, 암살자 복음, 마르틴 목음, 윌리 복음. 에아가 5명의 사도를 만났고, 6개의 복음이 탄생하는데 나는 그중에서 오렐리의 복음이 가장 마음에 든다.
엔딩 크레디트마저 지켜보게 하는 힘이 있는 영화다. 다만 마지막은 판타지성이 갑작스러울 정도로 짙어져서 잠시 이건 좀... 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경박해지는 건 아니니까 금방 괜찮아졌다. 아마 소설 문장과도 같은 출연진들의 대사에 적응이 안 되는 사람들은 이 영화가 꽤 곤란하게 느껴지겠지만, 나는 이런 서시적이고 통찰적인 스타일을 좋아하니까 그게 오히려 가산점을 주게 된다.

- 삶은 스케이트 링크장 같은 거야.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지
- 오늘 밤, 너를 위해서 꿈을 만들어 줄게
- 죽으면 아무것도 없어. 천국은 여기야 (기독교적인 배경이 내내 깔리지만, 기독교를 부정하는 세계관이 보여 좋았던 대사)
- 한 가지 이상한 건, 모든 기억 속에 약간의 슬픔이 있었다는 거예요
-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이미지들을 지우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그런 이미지들은 새하얀 벽을 더럽히려고 하죠
- 조금 전가지 울다가 온 듯한 슬픈 눈망울
- 날짜야, 지나가라. 날 죽음으로 인도해 줘.
- 할아버지는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던 거죠.
- 잠에서 깨는 걸 두려워했고, 구속 당하는 것을 두려워했어요.
- 하루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이렇게 부르는 대신에 1월, 2월, 3월이라고 부르기로 결정했어요. 일주일이 지났고, 우린 7개월을 함께 했죠.
위대한 신이 자신이 설정해 놓은 고통을 그대로 겪는 것도 즐거웠다. 줄을 서면 옆줄이 항상 빨리 줄어들고, 빵이 바닥에 떨어질 땐 늘 쨈을 바른 면이 바닥에 닿는, 사소하지만 짜증을 유발하는 고통법도 인간 세상에서라면 신도 피해갈 수 없다. 신도 이 세상에서는 인간과 똑같이 배를 곯는다.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노숙자 무료 급식소에서 줄을 서기도 하고, 인간들에게 맞으면 고통을 느끼며 피도 흘린다.
신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도 해야 하는 법이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입구를 찾지 못한 신은 더 이상 신이 아니다. 인간들의 과거를 꿰뚫고, 신이라고 박박 우기지만 결국 어떠한가. 자신이 탄 비행기가 고도를 잃어 추락할 위기에 처했을 때 인간들과 함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으며 모든 것이 초기화되어 추락 직전에 다시 비행기가 하늘로 향했을 때 비행기 안의 사람들과 함께 안도의 숨을 내뱉었고, 자신도 모르게 가볍게 박수까지 쳤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으로 추방되어 그곳에서 세탁기 공장에 취직했다. 모든 세탁기의 안을 들여댜보며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재진행으로 막을 내렸다는 건, 어느 날 길을 지나가다가 자신이 신이라며 미친 소리를 하는 인간을 만날 수 있단 얘기다.

그런데 세탁기가 인간과 신의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라니 재밌지 않나? 세탁의 의미가 이렇게 중용되다니 즐겁다. 예전에 히로스에 료코가 주인공인 일본 영화에서는 드럼 세탁기가 타임머신이었는데. 세탁기의 재조명이다. 이런 영향으로 누군가가 세탁기 안에 들어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도 같다. 술에 취하면 주정으로 세탁기 안에 들어가는 에피소드도 재밌을 듯. 그나저나 이 영화의 감독 작품을 한편 더 봐야겠다. 은근히 취향에 맞는 대사가 많다.
감독 인터뷰 : 영화에 담긴 철학과 유머

Q. 영화의 설정이 매우 독창적이다. 신이 컴퓨터를 통해 인간의 운명을 조종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
처음에는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우화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삶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기록되고 변화한다. 이를 신의 역할과 연결시켜보니 흥미로운 설정이 나왔다. 그러다 성경 속 여성 캐릭터들이 극도로 제한적인 역할만 부여받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실제로 성경에서 여성의 발언은 몇 줄 정도밖에 없고, 거의 모든 내용이 남성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신에게 아내와 딸이 존재하고, 딸이 반항하며 사건
이 전개되는 방식을 구상하게 되었다.
Q. 영화에서는 새로운 여성 사도들이 등장하는데, 그 설정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인가?
맞다. 전통적인 종교 이야기에서는 여성의 역할이 거의 부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힘을 가진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하는 고민을 했다. 영화 속에서 에아는 새로운 사도들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여섯 명의 사도들 중 일부는 여성인데, 이들은 기존 종교적 틀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감정을 기반으로 성장해 나간다.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낼 수 있었다.
Q. 감독님은 종교적인 환경에서 자라셨다고 들었다. 이런 배경이 영화에 영향을 주었나?
나는 가톨릭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어릴 때는 신이 전지전능하며 선한 존재라고 배웠다. 하지만 점점 커가면서 권력을 가진 자가 과연 선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누군가 권력을 가졌다면, 그가 진정으로 선한 사람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선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권력을 가지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질문이 자연스럽게 영화의 중심 주제 중 하나로 이어졌다.

Q. 주인공 에아를 연기한 필리 그로인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그녀는 아주 뚜렷한 개성과 강한 의지를 가진 배우였다. 연기를 정말 사랑하는 아이였고, 연기를 직업이라기보다는 즐거운 놀이처럼 받아들이며 임했다. 그 덕분에 영화 속 에아는 순수하면서도 당차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캐릭터로 살아 숨 쉬게 되었다.
Q. 영화 속 음악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이번에는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동시에 음악을 선정하는 방식을 시도해 보았다. 각 장면의 분위기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곡을 찾고 싶었다. 특히, 사도들의 에피소드마다 그들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매칭하는 것에 집중했다. 음악이 캐릭터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Q. 만약 감독님께서 극 중처럼 '시한부 인생 통보 메일'을 받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 메일은 절대 받고 싶지 않다! (웃음) 만약 받게 된다면, 아마도 최대한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려고 할 것이다. 제일 먼저 일을 그만둘 거다. (웃음)
Q.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남길 작품을 만들고 싶지는 않은가?
이미 만들었다. (웃음) 사실 나는 영화라는 것이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수십 년 동안 기억될 수 있겠지만, 천 년 후에는 우리가 살던 시대조차도 잊힐 것이다. 하지만 그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으니까.
Q.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게 제일 어렵다. (웃음) 이 영화를 상영할 때 재미있었던 점이 있다. 영화 초반에는 남성 관객들이 주로 웃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여성 관객드르이 웃음이 커졌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감상하면 더욱 재밌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변화하는 인물과 분위기의 흐름을 느껴보길 바란다.
감독 인터뷰 2 : 이웃집에 신이 산다가 던지는 질문들

Q. 브뤼셀이라는 도시는 유럽연합(EU)의 중심지인데, 영화 속에서 신이 그곳에 사는 설정이 흥미롭다.
브뤼셀은 새로운 법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곳이니까. (웃음) 처음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포르투갈 친구들에게 영화를 처음 보여줬을 때 그들이 말했다. 당연히 신은 브뤼셀에 살지! 거긴 쓸데없는 법을 만들어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곳이니까.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설정이 더 재밌게 다가왔다.
Q.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무엇인가?
나는 항상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답을 주지 않되, 구조 자체가 하나의 해석이 되는 방식이다. 영화 속 시간은 끝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것을 기다리는 우리의 태도 자체가 의미를 만들어낸다. 마치 돈키호테처럼,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이야기로 남는 구조를 추구했다. 매 장면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도록 구성했고,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싶었다.
Q. 정답을 주지 않는 이유가 관객과의 소통을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인가?
사실, 나에게도 답이 없다. (웃음)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하나의 미스터리 아닐까? 어떤 하나의 답을 정해버리면 생각이 갇히게 된다. 반면, 질문을 계속 던지면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린다. 나는 영화가 고정된 답을 주기보다, 관객들이 저마다의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Q. 관객들이 같은 영화를 보고도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영화를 만들면 어떤 사람은 감탄하고 어떤 사람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내 영화를 처음 보는 경험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시선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영화가 가진 신비로운 매력이 아닐까? 이건 음악을 듣는 경험과도 비슷하다. 같은 곡을 반복해서 들어도 감정이 달라지듯, 영화도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젊었을 때 스토커를 봤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극장을 나왔지만, 몇 년 후 다시 봤을 땐 인생 최고의 영화로 다가왔다. 영화는 변하지 않았지만, 나의 인식이 변한 것이다.
Q.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달될 때의 감정은 어떤가?
영화제에서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는 순간은 언제나 특별하다.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웃거나, 전혀 다른 감정을 보이는 것을 보면 그 순간부터 영화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 된다. 우리는 흔히 영화를 세 번 쓴다고 말한다. 각본을 쓰는 순간, 촬영하는 순간, 그리고 편집하는 순간. 하지만 나는 한 가지 더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영화를 기억하는 방식이 네 번째 창작 과정이다. 그들은 영화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결국 영화는 각자의 머릿속에서 다시 쓰여지는 작품이 된다.
Q.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기획 과정은 어땠나?
처음에는 단순했다. 신이 존재하는데, 그는 브뤼셀에 살고 있다 여기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발전시키면서 점점 새로운 요소들이 더해졌다.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각본을 썼는데, 아이디어가 없어도 함께 있으면 좋은 시간이었다. 혼자라면 괴로운 시간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함께 웃고 즐기면서 작업했다.

Q. 배우들이 캐릭터를 해석하며 놀라운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나?
항상 그렇다. 내가 구상한 캐릭터는 흐릿한 실루엣 같은데, 배우들이 연기하는 순간 실제 flesh & bone(살과 뼈)을 가진 존재가 된다. 나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미 장면을 머릿속에서 그리지만, 배우들이 연기할 때 예상치 못한 감정과 디테일이 더해진다. 영화 제작은 혼자 할 수 없는 작업이며,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복잡한 과정이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새롭게 해석할 때마다 더 깊은 층이 생기고, 그것이 영화의 풍부함을 만들어낸다.
Q. 종교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반발을 걱정하지는 않았나?
사실 나는 삶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본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는 영화와 종교가 공통적으로 하는 일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답을 주는 것보다는 만약 삶에 의미가 없다면, 그래도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라고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영화라는 매체는 이 질문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Q. 종교는 불확실한 삶 속에서 안정을 주는 서사라고 볼 수도 있다.
종교는 이야기의 틀을 통해 삶에 질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신을 믿는 사람들은 그 믿음에서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나의 형은 작곡가였는데, 신을 굳게 믿었다. 그는 매일 아침 이렇게 말하곤 했다. 신이 내 손을 잡고 음악을 쓴다. 반면 나는… 내 손을 잡아주는 신이 없었다. (웃음) 나는 스스로 펜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 두 방식 모두 각자의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Q. 영화를 만들고 나서 감독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
사실 영화를 만들 때 지금의 나가 아니라 각본을 썼던 과거의 나를 떠올린다. 지금의 내가 다시 쓴다면 다르게 썼겠지만, 그 당시의 감정을 떠올리며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영화 제작이란 과거의 나와 대화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의 감정을 다시 불러내어 스크린 위에 남기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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