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혼자 떠나기 좋은 겨울 바다.

     

    | 정동진 가는 법

     

    전국 최고의 해돋이 명승지, 정동진 가는 법 - 청량리 역에서 밤 11시 20분 기차를 탄다. 새마을호는 없고 무궁화호를 탄다. 소요 시간은 약 5시간 정도고, 정동진에 도착하면 4시 40분 안팎이다. 정동진역에서 내리면 자연스럽게 사람들 따라 움직이면 된다. (물론 KTX 이용해서 서울역에서 강릉역으로 가서 정동진역까지 셔틀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역사를 나가서 조금만 왼쪽으로 가면 5분도 거리도 안 되는 곳에서부터 모래를 밟을 수 있다. 초행길도 전혀 헤맬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러니까 혼자 가서 길 헤맬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역과 근처만 돌아다니지 말고, 일출을 구경한 뒤엔 해안가에 보이는 곳까지 힘들더라고 다녀오기를 바란다. 사실 별로 안 힘들다. 그래도 정동진까지 갔는데, 바다만 보고 오지 말고, 좀 더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길 권한다. → 2018년 겨울에 남긴 기록

     

    2020년 3월부터 동해행 KTX가 개통되었다. 7호선 상봉역에서 동해행 KTX 탑승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10분 내외이며, 최저 요금은 29,300원.

     

     

    | 그날의 일기

     

    감정을 털어버리기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아마도 산에 오르거나 바다로 향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 것이다. 특히 겨울산, 겨울바다. 물론 살을 에는 추위 때문에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대단한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수평선 혹은 지평선 위를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고 있으면 곧 아무렇지 않아진다. 않아질 수 있게 된다. 

     

     

    어둠에서 밝음으로, 밝음에서 붉음으로. 

     

    그렇게 자연의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내게도 그 붉음이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열정의 심지로 옮겨 붙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다. 마음을 무겁게 하던 아픔을 덜고, '출발'이라는 가벼운 날개를 달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드는 곳. 

     

     

    겨울에 나홀로 발걸음하는 바다나 산은 더 애틋한 무언가가 반드시 있다. 그래서일까, 겨울이면 늘 생각나는 정동진. 밤 11시를 넘겨 청량리역에서 기차에 오른다. 그렇게 새벽을 달려 바다로 향하는 시간. 그 시간은 늘 마음의 무언가를 내려놓기 바빴던 것 같다. 

     

    감정적으로 버틸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했을 때엔 어김없이 바다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이가 어디 세상에 나 혼자뿐이겠는가. 

     

     

    청량리역에서 출발하여 꼬박 4~5시간 동안 어둠을 달렸던 그때, 감기가 지독했었다. 고열에 기침도 심해서 찬바람을 맞으면 독이 될 것을 알면서도 감행했던 것은 몸이 아픈 것보다 정신이 아팠던 것이 훨씬 더 신경쓰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차에는 정동진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하여 꽤 여럿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어쩐지 홀로 찾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보면 덜 외롭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마음으로 바다를 찾았는지는 가지각색이겠지만, 하늘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동자는 맑았으리라. 일출을 보면 건강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내게 스며들까 싶었다. 그러기를 간절히 바랐다.

     

    겨울이라 도착했을 때에도 정동진은 완벽한 어둠이었다.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눈으로, 온몸으로 실감했다. 모래를 밟고 파도가 치는 제일 가까운 곳에 섰을 때, 들리는 것은 오직 파도의 신음 뿐이었다. 빛이 없어 물결조차 보이지 않았다. 별도 없어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불분명했다. 눈앞의 세계는 어둠 그 자체였고,  내가 발을 딛고 있는 곳에 대한 공간의 감각을 앗아가고 있었다. 

     

    슬펐다. 슬픔이 밀려왔다. 무언가를 덜어내려 왔는데 무언가가 가슴 위로 얹어진 느낌이 들었다. 철썩철썩 들려오는 파도 소리, 바다 냄새, 바닷바람...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나 하나 뿐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눈앞은 어두컴컴했다. 저 멀리 빛이 하나라도 새어 들어온다면 인생이 희망으로 발칵 뒤집어질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주 작은 빛, 너무 멀어서 희미해 빛인지 다른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해도 말이다. 그날의 어둠 속의 파도에 나는 내 안의 절망과 좌절을 조금이라도 버려두고 오려고 노력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 바라보았던 어둠의 정동진은 내게 슬펐다. 

     

     

    나처럼 인생에 대한 좌절감, 절망, 괴로움, 슬픔 등등을 털어내려고 이곳을 찾는 사람은 매년 있었을 테고, 앞으로도 매년 찾아올 테지. 그리고 이 바다 아래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아픔이 가라앉겠지. 바다 저 끝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내 안에 스며들기 시작한 것은 '희망' 이었을까? 희망이고 싶다. 희망이었으면 좋겠다. 희망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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