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들의 사진 기록.

     

    일 때문이든, 개인적인 휴식이든 기차에 오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버스나 전철에 오르는 것은 즐겁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기차와 비행기는 '여행'을 상징하는 교통 수단처럼 느껴진다. 용산역에서 기차에 올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들의 출근 행렬이 차창 밖에 펼쳐 졌다. 가는 방향은 제각각이지만, 도로 위에 정체된 자동차들은 다들 바삐 시간을 재촉하고 있는 느낌을 줬다.  

     

    어느 날, 

    용산발 천안착 기차 안에서 찰칵.

    (후지 X100T)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새로운 그 무엇을 볼 수 없다. 문 밖을 나서고, 발품을 팔아 모든 것을 직접 보고, 직접 느끼자. 그래야 비로소 '경험'이 된다. 그렇게 축적된 경험은 '인생'이 될 테지.

     

     

    호랑이 계단.

     

     

    우리는 그렇게, 우리가 가야할 길을 간다. 길고양이도 당당하게 길 한복판을 가로질러 제 갈 길을 가는데, 우리라고 못 갈 쏘냐. 우리도 갈 수 있다.

     

    길은 나아가라고 있는 법.

     

     

    오늘도 힘차게!

     

    사람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려는 건, 자기자신의 존재를 남겨 타인에게 오랜 시간 목격되고 싶다는 욕망의 변천이라 생각한다. 그 기록법이 각각의 취향에 맞게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나뉘고 SNS의 보급화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순간순간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있다.

    그 기록을 위해 몇백만원 짜리 도구를 구입하는 투자도 좋지만, 손에 든 것이 오직 스마트폰이라 할지라고 ‘폰카감성’을 결코 얕봐선 안 된다. 세상에서 가장 접근이 쉽다. 폰카는. 주머니에서 꺼내 카메라앱의 촬영버튼만 툭 손가락으로 누르면 완성되니까.

    그렇게 손안의 아이폰7 만우로 길을 걷거나 달리는 차 안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훌륭한 나의 일상을 차곡차곡 쌓아주고 있다.

    1. 파주로 달리는 차 안에서 폐가를 봤다. 아니, 폐가인 듯한 집을 봤다.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다. 사람이 살고 있는지, 살 수 있는지. 직접 다가가 문을 두드려 안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사람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상대방의 마음을 절대로 짐작해서는 안된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한 집에 산다고 해서, 살을 맞대고 있다고 해도 그 마음 어찌 다 안다 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의 마음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때가 있는데, 남의 마음은 오죽할까. 

     

     

    2. 춘천 산토리니에서 벽면 구경.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내놓는 답은 거의 정해져있다. 책, 카메라, 사진 촬영, 커피, 음악, 영화. 그래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좋아하고, 그와 동시에 볼 것과 느낄 것과 어디든 기억이라는 형태로 담아둘 수 있는 곳이면 시간이 허락될 때 훌쩍 떠나고 싶다. 

     

    춘천의 산토리니는 솔직히 내 취향이 아니다. 그곳이 자랑하는 춘천시내 뷰는 사실 커다란 감흥을 주지 못한다. 아니, 내가 감흥을 받지 못하는 거겠지만. 어쨌든 가족끼리 딱히 갈 곳이 없었는지 발길 닿았던 곳이 산토리니였다. 노을이 내려앉을 때, 매직아워가 시작되고 갓 어둠이 내려앉으며 밤의 불빛으로 변해가는 그 모습은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내 마음이 예전만 못해서일지도 모르겠지. 

     

     

    3. 벽초지수목원에서 벌 찍기.  이런 사진을 찍을 때 정말로 아무 생각도 안 한다. 왜 찍는지도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이끌리듯 나는 휴대폰을 들고 다가가고 만다. 이런 사진 욕구가 무슨 중력처럼 나를 잡아당길 때, 나는 그 중력을 벗어날 방도를 아마 죽을 때까지 찾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왜 찍었는지도 모를 사진도 그만큼 늘어가겠지.

     

     

    4.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자 실루엣 컷. 이날 삼각대가 운명했다. 역시 자렴한 만큼 내구성이 약하다. 딱 17,000원의 가치를 다하고는 저세상으로 떠났다. 조만간 2미터를 커버할 수 있는 튼실한 삼각대를 사고 싶다. 그림자를 좋아하는 것 왜일까. 계기가 뭘까를 생각해보려다가 그 생각을 고이 접었다. 생각마저 귀찮다 느껴져서.

     

     

    인형 뽑기 기계 속의 인형 하나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외칩니다.

    [나는 지구를 박살 내기 위해 왔다!

    그날이 곧 머지않았다, 인간들아!]

     

    첫눈 소원

    여러분 모두의 행복을 바라며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 썼어요.

     

     

     

    4층 도서관 창문에서 보이는 풍경.

     

     

    a filefish

    파일피쉬

    쥐치

     

     

    비타파워.

     

     

     

    늘 불안했다. 어렸을 적에는 남들이 평범한 단계를 거쳐갈 때, 나 혼자 그 단계를 건너뛰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조금 더 철이 들었을 땐, 삶을 살아가는 나의 열정이 너무도 보잘것없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서른이 넘었을 땐, 인생 큰 시련 두어 번 겪고 나니 이제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 된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그리고 마흔의 길목에 들어선 지금, 나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고 있다.

    언제 어디서건, 불안감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스스로를 극한의 지경까지 몰아넣는 성격 탓일 수도 있겠으나 그런 불안감이 없었다면 지금에 이르지 못했으리라.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멈추지 않고 꾸준히 무언가를 해왔다. 그 노력들은 조금씩 나를 앞으로 이끌어줬고, 앞으로도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끔은 나의 모든 행동들이 세상 쓸데없는 짓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타인의 시선에 아무리 쓸데없는 짓처럼 보일지라도 나 자신에겐 삶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농땡이치고 싶을 땐, 농땡이를 치자.

    쉬어간다는 핑계로, 몇 날 며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웅크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반드시 그 시기가 지나면 벌떡 일어서야 한다.

    벌떡. 벌떡. 벌떡. 벌떡. 벌떡.

    아, 오늘도 나는 불안하다.

    내 인생이 정말로 잘 굴러가고 있는 것인지.

    바퀴의 이탈로 또 한 번 나자빠지는 건 아닌지.

    오늘 아침, 운전석에서 엄마가 내게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달달한 음성을 내뱉었다.

    "오늘도 파이팅~!"

    그래, 오늘도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팅!!!

     

     

    어젯밤, 문득 배가 고파왔다. 밤 11시. 엄마도 뭔가 먹고 싶다고 했다. 벌떡 일어나 냉장고로 걸어간 엄마는 5초 만에 메뉴를 정했다. 닭갈비우동볶음. 현란한 손놀림 몇 번으로 뚝딱 완성된 음식을 프라이팬 통째로 놓고 엄마랑 사이좋게 먹었다. 뭔데 이렇게 맛있누. 엄마가 해줬응께 맛있제.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아주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었다.

     

    엄마가 떠준 호랑이 옷을 입은 고양이 인형을 들고 사진을 어떻게 예쁘게 찍어볼까 궁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앞으로 초콜릿 하나가 스윽.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시계 찾아줘서 감사하다고 가져다드리래요."

    시계를 두고 간 사람이 있어서 찾아주었을 뿐인데, 6일 후에 초콜릿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친절 축에도 끼지 못하는 당연한 일을 했는데, 세상 달달한 초콜릿을 받았다. 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서울시민이신데, 춘천까지 초콜릿 심부름 보내주신 마음에 흠뻑 취해 오늘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에헤라디요~!

     

     

    당신이 오심은 우연이지만

    마음을 나눔은 영원입니다

     

    | 인사동 똥빵

     

     

    인사동에서 똥빵 맛보기

     

     

    하루가 휙휙 지나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봄은 휙휙 지나가지 않았다는 것.

    오늘은 도서관에서 오전을 보냈다.

    점심이라는 시간대가 되니 하나둘씩 휴게실로 이동하는 사람들.

    도서관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책장을 뒤적이던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도 커피 한잔 마시겠노라며 휴게실로 들어가 한자리를 차지했다.

    조용했고, 밥과 반찬 냄새가 풍겨왔다.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씹는 소리가 돌비 서라운드로 재생되는 것처럼 나의 고막을 세차게 두드렸다.

    아, 말없이 우적우적 소리만 듣는 건 이런 거구나.

    깜깜해질 때까지 도서관에서 자료 좀 찾아보려고 했는데, 3시에 엄마가 데리러 왔다. 아니, 대체 뭐가 걱정이라 데리러 온 것입니까아.

     

     

    3월 7일 정오 무렵

     

     

    어딘지 모르지만 일단 찰칵.

     

    | 복 받으세요

     

     

    막연히 '행복해지고 싶다'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때가 있다. 그럴 땐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큰 에너지를 받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복 (福)이라는 한 글자에도 마음이 움찔할 때, 나는 얼마나 불행하다 느끼고 있기에 이토록 복을 애원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럴 땐 늘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마음속 아주 깊은 곳으로.

    '불행하니?'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행복하니?'

    '응.'이라는 대답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놓을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그날을 위해 살아가며 이렇게 소중히 하루하루를 여기며 내일을 키우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생성하련다. 나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그 긍정의 힘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해진다면 나의 인생은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이 될듯하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만큼은, 갈증에 시달리는 목구멍을 차게 식혀 줄 음료 한 잔의 아주 잠깐 스쳐가는 인연일지라 하여도. 단 한 사람일지라도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 오늘. 오늘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엊그제 집 베란다에서

    밖으로 보이는 노을이 너무 예쁘길래

     

     

    뭔지 모르지만, 무심코 찍어 버린 사진.

    -강원도 양앙, 건어물 할인마트 골목길에서-

     

     

    뷰티풀데이.

     

     

    가장 저렴한 값의 찻잔에

    카누 커피 한잔 마시면서,

    홀로 우아한 척 폼 재면서,

    발코니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중

     

     

    두물머리 근처에서.

     

     

    6시가 되기 전에 나가, 7시 반에 집으로 돌아왔다. 해가 지기 전의 하늘을 즐기고, 해가 진 후의 불빛을 보며 열심히 달렸다. 오늘은 늘 가던 공지천 반대 방향으로 달렸는데 눈으로는 느낄 수 없는 오르막길이라 페달을 밟는 내내 힘들었다. 허벅지 안쪽에서 불길이 치솟는 그런 느낌을 30분이나 맛보았다. 토요일 저녁인데 공지천 반대 방향이라서인지 운동하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내 세상인 듯 활개치며 달리다가 멈춰 서서 사진 찍고, 영상을 찍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매우 수월했다. 오르막길을 내달렸으면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당연히 씽씽. 인생이 갈 때 힘들면 올 때 한결 수월한 법이련가. 좋네 좋아.

     

    자전거가 노란색이라 사진 찍을 때 색이 잘 받는다.

     

     

    퇴계교 아래로 물든 춘천의 가로등 불빛.

     

     

    집 앞에 핀 매화. 매화가 이렇게 예뻤던가.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인가보오.

     

     

    살기 좋고 살고 싶은 스마일 춘천

    땀 좀 흘렸기에 씻고

    한숨 돌렸더니 벌써 밤 10시.

    내가 느린 것인가,

    시간이 빠른 것인가.

    정답 : 그냥 네가 뒈지게 느린 거야.

     

     

    | 춘천풍물시장의 밤풍경

     

     
    △ 춘천시 장터 조형물 농악대와 福닭
     
    춘천 캐릭터 소양강 처녀.
    그리고 춘천 슬로건은 로맨틱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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